새정치민주연합을 썩 마땅치 않게 여기는 호남인들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호남 국회의원들은 마땅해 하실까? 호남 의원들은 낮은 지지율의 이유로 지도부를 타박하지만 호남인들의 마음속 이유는 훨씬 더 복잡다단할 것이다. 호남조차 호남 국회의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 것이다.

호남 국회의원들의 관심이 온통 공천에 있음을 모르는 호남인들은 없다. 호남인들의 정치 감각이 호남 국회의원들의 정치 감각보다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호남국회의원들뿐일지도 모른다. 차별과 박해, 실패와 성공, 좌절과 희망의 근현대사를 버텨 온 호남의 자존심을 속속들이 대변하는 진정한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호남의 국회의원들은 자문해야 할 것이다. 첫째, 자신이 호남의 민심을 대변할 자격이 있는지? 둘째, 자신이 계속 국회의원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현역 호남 국회의원들 중에서 흔쾌히 더 연임하기를 바라게끔 되는 의원들은 다섯 손가락에도 못 미친다.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호남인들은 다섯 손가락 이상을 꼽으시게 될까? 의문이다.

현역 의원의 자격을 변별하는 기준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그 의원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정책 어젠다’가 있는가? 그 의원이 끈기 있게 물고 늘어지는 정책 이슈가 분명한가, 그 이슈에 대한 자신의 정책 소신이 분명한가 하는 기준이다. 그 정책이 지역뿐 아니라 국민의 대승적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인가, 시대의 고민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기준도 있다.

둘째, 그 의원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활동이 있는가? 지역 집회에 얼굴을 비치거나 시장통에서 인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니 그런 지역 활동은 제외하고서 생각해 보라. 국민의 현장을 찾아갔던가?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활동을 했던가? 폭발 직전의 국민 분노를 대변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던가? 이런 활동이 떠오르지 않는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 자체가 없다.

셋째, 그 의원 이름을 들으면 희망이 떠오르는 인물인가? 희망이란 언제나 미래적이다. 희망이 떠오르지 않는 인물은 미래를 책임지지 못할 인물이다. 미래가 떠오르지 않는 인물은 공인이 될 자격이 없으며 더욱이나 국회의원이 될 자격은 전혀 없는 사람이다. 모든 정치인은 공히 과거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대변해야 한다.

사실은 더욱 간단한 변별법이 있다. 첫째, 종편 나부랭이 인터뷰에만 나서는 현역 의원들은 버려라. 야권 분열에 이골이 난 여권 세력의 공작에 스스로 나서서 놀아나는 의원들이니 말이다. 둘째, 오직 당내 패권 싸움할 때만 나타나는 현역은 제껴라. 그런 의원들은 오직 공천에만 목매는 사람들이기 십상이니 말이다. 셋째, 맡은 당직만 강조하는 현역은 의문을 갖는 게 옳다. 국회의원이라는 국민의 대표 자격도 모자라서 자기 이익만을 위해 완장을 차려는 사람들이기 십상이니 말이다.

물론 이런 기준들은 호남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모든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적용할 수 있는 기준들이다. 다만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적용되는 텃밭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더 강조할 뿐이다. 그런 텃밭 지역구들이 전체 지역구의 절반이 넘는 우리의 선거판 현실이 우리 정치의 발전을 옥죄고 있음이 원통할 뿐이다.

텃밭의 국회의원들일수록 더욱 개혁적이어야 한다. 더욱 국민에 대한 책임 의식이 높아야 한다. 더욱 정책 어젠다가 확실해야 한다. 더욱 정책 지향적이어야 한다. 더욱 세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더욱 발로 뛰어야 한다. 더욱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해야 한다. 더욱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더욱 정치의 희망을 일으켜야 한다.

호남의 현역 국회의원들이여, 그대들은 그렇게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그대들은 호남인들의 정치적 자존심을 대표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그대들은 호남인들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호남 사람들이여, 부디 정치 희망의 불길을 일으켜 다오!

<전 국회의원·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