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의 목적이 스트레스 해소에 있다면 요즘 최고의 피서법 중 하나로 스포츠 관람을 들 수 있겠다. 돈 없고 시간 없는 사람에게는 ‘방콕’(집에서 휴가 보내기)만 한 바캉스가 없는데 이때 스포츠 관람이 좋은 대안이 된다.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거나 기아 타이거즈가 역전승으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할 때 이 지역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일순간에 날리면서 청량감을 맛보게 된다.

골프 팬들에겐 박인비의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이 청량제가 됐다. 박인비는 브리티시 오픈 우승으로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정복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녀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은 남녀 통틀어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초의 대기록이다. 그동안 골프 역사상 남녀 각각 6명씩만이 기록했으니 대단한 기록이다. 팬들은 대회 마지막 날 3타나 뒤진 상태에서 경기에 나선 박인비가 이글과 버디로 대역전극을 펼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열대야를 잊었다.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선 한국의 남녀 대표 팀이 중국 남녀 대표 팀을 잇따라 꺾었다. 여자 대표 팀은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고 남자 대표 팀도 중국 팀이 ‘공한증(恐韓症)’은 옛말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 의미가 컸다.

지역 스포츠 팬들에겐 기아 타이거즈의 지난주 경기가 피서의 하이라이트였을 것이다. SK·한화와의 원정 6연전에서 모두 승리했는데 이 가운데 5번이 역전승이고 4번이 한 점 차의 짜릿한 승부였다.

김원섭은 1000 경기 출장에서 SK 마무리 정우람으로부터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2009년 타이거즈 우승 당시를 재연했다. 장충고 선후배로 안방마님(포수)인 백용환과 이홍구는 선의의 경쟁 속에 번갈아 가며 역전 홈런을 날렸다.

광주일고 출신 코리안 빅리거 강정호의 활약도 고향 팬들의 더위를 식혀 주었다. 강정호는 미국 내셔널리그에서 ‘7월의 신인’으로 뽑혀 최희섭 이후 12년 만에 이달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35도를 넘는 폭염이 8월 중순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기아 타이거즈가 8월에도 팬들에게 청량제와 같은 시원함을 선물해 주었으면 좋겠다. 타이거즈를 보며 무더위를 잊는다. 이런 추세가 쭉 계속돼 ‘가을야구’까지 즐길 수 있었으면….

/장필수 정치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