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차이
2015년 03월 27일(금) 00:00 가가
박경철의'오디세이아'
다시 그리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렉시트 즉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또다시 이슈가 되고 있어서다.
남유럽 경제위기의 중심 국가인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문제는, 최근들어 수면하로 잦아드는 모양새였다. 한데 그리스의 사정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강경좌파인 시리자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시리자의 당수이자 그리스 총리인 치프라스는 당선 일성으로 그동안 받은 유로존의 경제 지원 조건을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그리스는 채권의 70%를 가진 유로존에 추가 부채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부채를 탕감해야 이자 부담이 줄어 경제가 성장을 할 수 있고 그래야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그리스의 부채 규모는 고금리 국채 발행의 여파로 스스로 성장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세가 높아 적자가 나는 가게와 같은 처지가 그리스 경제다. 이에대해 유로존은 완강한 반대를 하고 있다. 특히 유로존의 중심 국가인 독일의 반대는 강경하다.
유로존 중앙은행의 최대 주주는 독일이다. 다시말해 중앙은행의 적자는 독일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게 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그리스가 망하거나 유로존을 탈퇴하면 얽히고 설킨 채무관계에 의해 유럽의 금융 시스템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은 주변국의 딜레마다. 결국 최선은 적절한 수준의 추가 지원을 통해 그리스가 남은 빚이라도 제대로 갚게 만드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리스의 방만한 구조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밀린 집세를 탕감하라 했더니 그 돈으로 인테리어를 고치고 회식을 해버리면 다시 악순환의 구조에 빠져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은 그리스를 악동, ‘떼쟁이’라 생각한다. 결국 유로존 나아가 독일의 요구는 그리스의 강력한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그리스는 이를 거부하며 추가 지원을 요구한다. 그럼 그리스는 알려진 것처럼 단지 철면피여서일까? 그리스 국민은 뻔뻔하게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포퓰리스트를 총리로 뽑는 선택을 한 것일까?
여기서 지난 IMF 경제위기 상황의 우리나라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우리나라는 과거 그리스와 같은 위기를 맞았고 IMF와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 받았다. 가까운 거리의 이웃인 일본은 야멸차게 지원을 외면했다.
우리는 그 조건을 고스란히 받아들였고, 그 결과 비정규직 양산과 고용 불안정이라는 사회적 시스템이 자리잡게 되었다. 은행과 대표기업의 최대 주주는 외국인으로 바뀌었고 외국 자금은 마음대로 드나들며 ‘ATM(현금자동인출기)’이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한국시장은 외국자본의 놀이터가 되었다.
겉으로는 회복과 성장을 이룬것 처럼 보이지만 삶의 상당 부분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반대로 말레이지아는 우리와 다른 선택을 했다.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강하게 거부했고 버텼다. 당시에는 힘들었고 더뎠지만 결국 말레이지아도 위기를 넘기고 오늘날 탄탄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물론 구조는 우리와 다르다.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독일 등 유로그룹이 요구하는 공공개혁이나 국유자산 매각 등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을 선명하게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금 삭감, 공무원 축소 등은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국유 교통수단의 민영화 등 민생과 직결된 사항은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리스의 지하철과 철도, 버스, 항만은 국가가 운영한다. 교육은 대학까지 무상이며 급식도 대학까지 무상이다. 심지어 이것은 외국 유학생도 동일하다. 따라서 교통요금이나 기타 물가는 유럽에서 가장 싼 편이며, 그리스 학생들은 부자든 빈자든 능력만 있으면 끝까지 교육받을 수 있다.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데 그리스인의 생각은 다르다. 위기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인상하면 빈자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진다는 것이다. 또 교육은 국가가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므로 교육에 따른 비용은 당연히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런 관점의 차이가 바로 그리스 이슈가 다시 불거진 이유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우리는 그리스에 돌을 던지겠지만 그것은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일 뿐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리스와 독일은 과연 어떻게 타협할까. 또 누가 양보할까. 이것이 최근 그리스 문제를 읽는 핵심이다.
<지식나눔네트워크 대표>
남유럽 경제위기의 중심 국가인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문제는, 최근들어 수면하로 잦아드는 모양새였다. 한데 그리스의 사정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강경좌파인 시리자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시리자의 당수이자 그리스 총리인 치프라스는 당선 일성으로 그동안 받은 유로존의 경제 지원 조건을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그리스의 부채 규모는 고금리 국채 발행의 여파로 스스로 성장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세가 높아 적자가 나는 가게와 같은 처지가 그리스 경제다. 이에대해 유로존은 완강한 반대를 하고 있다. 특히 유로존의 중심 국가인 독일의 반대는 강경하다.
유로존 중앙은행의 최대 주주는 독일이다. 다시말해 중앙은행의 적자는 독일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게 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그리스가 망하거나 유로존을 탈퇴하면 얽히고 설킨 채무관계에 의해 유럽의 금융 시스템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은 주변국의 딜레마다. 결국 최선은 적절한 수준의 추가 지원을 통해 그리스가 남은 빚이라도 제대로 갚게 만드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여기서 지난 IMF 경제위기 상황의 우리나라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우리나라는 과거 그리스와 같은 위기를 맞았고 IMF와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 받았다. 가까운 거리의 이웃인 일본은 야멸차게 지원을 외면했다.
우리는 그 조건을 고스란히 받아들였고, 그 결과 비정규직 양산과 고용 불안정이라는 사회적 시스템이 자리잡게 되었다. 은행과 대표기업의 최대 주주는 외국인으로 바뀌었고 외국 자금은 마음대로 드나들며 ‘ATM(현금자동인출기)’이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한국시장은 외국자본의 놀이터가 되었다.
겉으로는 회복과 성장을 이룬것 처럼 보이지만 삶의 상당 부분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반대로 말레이지아는 우리와 다른 선택을 했다.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강하게 거부했고 버텼다. 당시에는 힘들었고 더뎠지만 결국 말레이지아도 위기를 넘기고 오늘날 탄탄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물론 구조는 우리와 다르다.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독일 등 유로그룹이 요구하는 공공개혁이나 국유자산 매각 등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을 선명하게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금 삭감, 공무원 축소 등은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국유 교통수단의 민영화 등 민생과 직결된 사항은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리스의 지하철과 철도, 버스, 항만은 국가가 운영한다. 교육은 대학까지 무상이며 급식도 대학까지 무상이다. 심지어 이것은 외국 유학생도 동일하다. 따라서 교통요금이나 기타 물가는 유럽에서 가장 싼 편이며, 그리스 학생들은 부자든 빈자든 능력만 있으면 끝까지 교육받을 수 있다.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데 그리스인의 생각은 다르다. 위기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인상하면 빈자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진다는 것이다. 또 교육은 국가가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므로 교육에 따른 비용은 당연히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런 관점의 차이가 바로 그리스 이슈가 다시 불거진 이유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우리는 그리스에 돌을 던지겠지만 그것은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일 뿐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리스와 독일은 과연 어떻게 타협할까. 또 누가 양보할까. 이것이 최근 그리스 문제를 읽는 핵심이다.
<지식나눔네트워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