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화려해지고 안전해지는 도시
2015년 01월 16일(금) 00:00 가가
서윤영의 '집과 사람'
2015년 청양의 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덕담을 주고 받는 법이라, 올해 건축과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할까 생각한다면 더욱 크고 화려해지는 도시, 한결 안전해지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도시의 공기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 라는 모토 아래 중세시대 등장하기 시작한 도시는 현대에 이르면서 점차 거대해지고 화려해지고 있다. 21세기 중반에는 전세계 인구의 75%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지방의 거점도시들도 더욱 크고 화려해질 전망이다.
일례로 광주도 주변지역까지 모두 광주권역에 속해 광역시라 불리는 것처럼, 도시는 점차 광대해질 전망이다. 한편, 그럴수록 도시 중심부는 더욱 특화되고 화려해져서 도시 속의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파리 하면 에펠탑과 노트르담 성당이 떠오른다. 그러나 21세기 파리를 상징하는 라데팡스 구역이 있으며 일명 신 개선문이라 불리는 라데팡스에서 구 개선문까지는 거대한 보행자 도로와 지하 쇼핑몰로 구성되어 있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이미지의 파리 외에도 이렇듯 미래지향적인 모습도 있는 것이다.
도쿄 역시 마찬가지다. 중심부에 있는 메이지 신궁은 매우 엄숙한 분위기지만 신궁 밖을 벗어나면 바로 하라주쿠 거리가 있어 매주 토요일이면 만화 주인공들의 코스프레가 이루어진다.
이렇듯 도시가 거대해지고 지역별로 특화되면서 건물 역시 대형화·복합화될 전망이다. 서울의 예를 들어 보면 코엑스몰이라든지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 등은 그 건물의 용도를 하나로 집어내어 말할 수 없는 복합용도의 건물이다. 넓고도 긴 쇼핑몰을 걷고 있노라면 도시 속의 도시를 걷는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인근의 두 빌딩이 서로 연합하여 하나의 복합건물이 되는 예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파리의 프렝탕 백화점은 1850년대에 신축된 본관 외에 그 주변의 두세 개 건물이 어우러져 하나의 프렝탕 콤플렉스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 도쿄에는 일본의 양대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한큐 백화점과 이세탄 백화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경쟁관계에 있는 두 백화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장사라고 하는 것은 비슷한 업종이 모일수록 더 흡인효과가 큰 법이어서 건물은 거대한 복합체이자 도시 속의 도시로 등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렇게 거대해지는 건물은 그 자체로도 광고효과가 크다. 예전에는 주로 네온사인 간판만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요즘은 건물의 벽면 전체를 LCD 스크린으로 만들어 하나의 광고판으로 이용하는 ‘미디어 파사드’가 유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광화문 앞에 설치되어 있고 곧 광주를 비롯한 대도시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따라 더욱 편하고 안락한 도시가 요구될 것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대도시에는 육교가 많았다. 횡단보도는 드물었고 또한 있다 하더라도 도로에 표시만 되어 있을 뿐 신호등이 없는 곳이 많아서, 초등학생 시절에는 횡단보도는 위험하니 아예 육교로 다니라고 배우기도 했다.
사람보다 자동차를 우선 배려한 도시였지만 이제 육교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횡단보도가 들어서고 있다. 요즘 전동휠체어를 탄 노인들이 많이 보이고 이제 지하철에서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노약자용 엘리베이터 설치가 한창이다.
한편으로 예전에는 장애자용 화장실, 장애자용 저상버스 등과 같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한 장치가 특별히 따로 마련되었다면 이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 다 똑같이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일명 무장애 시설이 요구되고 있다.
본디 건물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도 함께 길어지는 법이다. 도시가 거대하고 화려해질수록 그 이면에는 익명성의 그늘 아래 범죄가 증가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범죄에 안전한 도시도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모든 범죄는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감소한다는 전제 아래 자연스러운 감시체계가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어두운 골목길에 가로등이 하나 생기면 일단 보기에도 마음이 놓이고 훨씬 안전해진다. 그리고 가로등 옆에 구멍가게라도 하나 있다면 밤길에 누군가가 따라올 때 일단 가게 안으로 대피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가로등 아래 CCTV가 설치되어 있다면 이제 그곳은 더 이상 위험한 장소가 아니다.
이처럼 가로등, 상점, CCTV 등은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게 하는 요소가 되는데 자연스러운 감시체계가 발생할 때 도시의 익명성과 범죄 위험성은 줄어든다. 크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편안하고 안전한 도시가 되기를, 2015년 청양의 해에 소망을 실어본다.
<건축칼럼니스트>
‘도시의 공기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 라는 모토 아래 중세시대 등장하기 시작한 도시는 현대에 이르면서 점차 거대해지고 화려해지고 있다. 21세기 중반에는 전세계 인구의 75%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지방의 거점도시들도 더욱 크고 화려해질 전망이다.
파리 하면 에펠탑과 노트르담 성당이 떠오른다. 그러나 21세기 파리를 상징하는 라데팡스 구역이 있으며 일명 신 개선문이라 불리는 라데팡스에서 구 개선문까지는 거대한 보행자 도로와 지하 쇼핑몰로 구성되어 있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이미지의 파리 외에도 이렇듯 미래지향적인 모습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도시가 거대해지고 지역별로 특화되면서 건물 역시 대형화·복합화될 전망이다. 서울의 예를 들어 보면 코엑스몰이라든지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 등은 그 건물의 용도를 하나로 집어내어 말할 수 없는 복합용도의 건물이다. 넓고도 긴 쇼핑몰을 걷고 있노라면 도시 속의 도시를 걷는 느낌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두 백화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장사라고 하는 것은 비슷한 업종이 모일수록 더 흡인효과가 큰 법이어서 건물은 거대한 복합체이자 도시 속의 도시로 등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렇게 거대해지는 건물은 그 자체로도 광고효과가 크다. 예전에는 주로 네온사인 간판만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요즘은 건물의 벽면 전체를 LCD 스크린으로 만들어 하나의 광고판으로 이용하는 ‘미디어 파사드’가 유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광화문 앞에 설치되어 있고 곧 광주를 비롯한 대도시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따라 더욱 편하고 안락한 도시가 요구될 것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대도시에는 육교가 많았다. 횡단보도는 드물었고 또한 있다 하더라도 도로에 표시만 되어 있을 뿐 신호등이 없는 곳이 많아서, 초등학생 시절에는 횡단보도는 위험하니 아예 육교로 다니라고 배우기도 했다.
사람보다 자동차를 우선 배려한 도시였지만 이제 육교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횡단보도가 들어서고 있다. 요즘 전동휠체어를 탄 노인들이 많이 보이고 이제 지하철에서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노약자용 엘리베이터 설치가 한창이다.
한편으로 예전에는 장애자용 화장실, 장애자용 저상버스 등과 같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한 장치가 특별히 따로 마련되었다면 이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 다 똑같이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일명 무장애 시설이 요구되고 있다.
본디 건물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도 함께 길어지는 법이다. 도시가 거대하고 화려해질수록 그 이면에는 익명성의 그늘 아래 범죄가 증가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범죄에 안전한 도시도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모든 범죄는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감소한다는 전제 아래 자연스러운 감시체계가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어두운 골목길에 가로등이 하나 생기면 일단 보기에도 마음이 놓이고 훨씬 안전해진다. 그리고 가로등 옆에 구멍가게라도 하나 있다면 밤길에 누군가가 따라올 때 일단 가게 안으로 대피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가로등 아래 CCTV가 설치되어 있다면 이제 그곳은 더 이상 위험한 장소가 아니다.
이처럼 가로등, 상점, CCTV 등은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게 하는 요소가 되는데 자연스러운 감시체계가 발생할 때 도시의 익명성과 범죄 위험성은 줄어든다. 크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편안하고 안전한 도시가 되기를, 2015년 청양의 해에 소망을 실어본다.
<건축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