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함께하는 내 아이 성교육 <2>
2014년 12월 16일(화) 00:00 가가
양동옥의 S스토리
한 학부모의 안색이 어둡다. ‘부모가 함께하는 내 아이 성교육’ 강의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초조하게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질문 시간을 갖자 급하게 손을 들었다. 학부모의 고민은 이러했다. 중학생 딸이 음란물을 본 것 같다. 아이를 불러서 사실을 확인하니 한두 번 봤다고 실토했다. 곧바로 아이 방에 있던 컴퓨터를 거실로 옮겼다. 심하게 야단쳤기에 아이가 다시는 음란물을 보지 않을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또 봤다. 가족들이 함께 외출할 때도 자꾸 혼자 있으려고 한다. 음란물을 보려고 그러는 것 같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컴퓨터에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나?
필자에게 성 심리학 수업을 들었던 대학생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중학교 때 학기말 시험을 끝내고 홀가분하게 집으로 돌아와 모처럼 음란물을 보려고 했는데, 컴퓨터에 그전에 없었던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어서 부모에게 분노가 치밀며 반발심이 생겼다.’, ‘아버지께서 출근길에 컴퓨터 연결선을 항상 뽑아가셨다. 그 연결선을 사서 부모 없을 때 음란물을 봤다. 그 당시 또래 대부분이 그렇게 몰래 봤다. 부모만 모르는 사실이다. 부모에게 그러한 행동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꼭 전해 달라.’ 해로운 매체로부터 아이를 지키려는 부모의 책략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녀의 관점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물론 이 이야기를 들려준 대학생들은 이미 성인기에 접어들었기에, 과거 자신의 경험담을 일화처럼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음란물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음란물을 본 자녀를 심하게 야단치기도 하고 음란물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한다. 부모의 눈에 마냥 순수하고 맑은 아이가 음란물을 통해 성에 눈을 뜨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또 행여 음란물의 내용을 현실로 생각해서 청소년 모방 성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자녀가 음란물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지각했을 때, 자녀의 방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가족의 공동 장소인 거실로 컴퓨터를 옮기는 것은 자녀의 음란물 노출 빈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시대 아닌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일찍 선물한 부모들은 자녀가 더 은밀하고 사적인 손안의 공간에서 다양한 성적 유혹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컴퓨터나 휴대폰에 청소년 유해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하면서 부모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자녀와의 대화이다. 부모가 자녀 방에 있던 컴퓨터를 왜 거실로 내놓았는지, 부모가 자녀의 컴퓨터나 휴대폰에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왜 설치했는지에 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자녀가 음란물을 보았다는 사실에 미칠 듯 화가 치밀어 오르며 내 아이가 잘못될까 봐 덜컥 겁이 난다. 특히, 음란물을 본 자녀가 딸이라면 성 역할 고정관념의 영향으로 부모의 분노나 염려의 강도는 더 커진다. 결국, 부모는 자녀가 음란물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후속 조처를 한다. 바로 비난과 일방적 차단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결정에 성적은 존재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성적인 대화를 하는 방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의 내내 하나도 빠짐없이 적으려 한다. 머리로 익히는 것과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아이들은 교과서적인 답을 원하지 않는다. 부모의 솔직한 마음을 듣고 싶어 한다. 부모는 먼저 자녀가 성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녀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서툴러도 좋다. 실수해도 좋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자녀와 같이 찾아보고 배우면 된다.
“있잖아. 네가 음란물을 보는 것을 엄마, 아빠가 알게 됐는데, 생각지 못했던 거라 조금 당황했어.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너도 이제 커서 호기심에 그런 걸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근데, 음란물은 성적 욕망을 막 자극하기 위해 만든 거라서 현실과는 많이 달라. 그리고 자극적인 장면이 많다 보니 계속 머릿속에 생각나고 자꾸 보고 싶기도 하고, 엄마 아빠는 네가 그것을 자주 봤을 때 건강하게 성장해 나갈 너의 성 가치관에 해가 될까 걱정이네. 우린 널 믿어. 네가 잘 통제하리라 생각해. 혹시 마음먹은 것만큼 통제가 잘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말해줄래? 그때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부모의 설명이 서툴러도 진실성이 있다면 아이들은 이내 부모의 말에 수긍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하면서 부모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자녀와의 대화이다. 부모가 자녀 방에 있던 컴퓨터를 왜 거실로 내놓았는지, 부모가 자녀의 컴퓨터나 휴대폰에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왜 설치했는지에 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자녀가 음란물을 보았다는 사실에 미칠 듯 화가 치밀어 오르며 내 아이가 잘못될까 봐 덜컥 겁이 난다. 특히, 음란물을 본 자녀가 딸이라면 성 역할 고정관념의 영향으로 부모의 분노나 염려의 강도는 더 커진다. 결국, 부모는 자녀가 음란물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후속 조처를 한다. 바로 비난과 일방적 차단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결정에 성적은 존재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성적인 대화를 하는 방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의 내내 하나도 빠짐없이 적으려 한다. 머리로 익히는 것과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아이들은 교과서적인 답을 원하지 않는다. 부모의 솔직한 마음을 듣고 싶어 한다. 부모는 먼저 자녀가 성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녀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서툴러도 좋다. 실수해도 좋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자녀와 같이 찾아보고 배우면 된다.
“있잖아. 네가 음란물을 보는 것을 엄마, 아빠가 알게 됐는데, 생각지 못했던 거라 조금 당황했어.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너도 이제 커서 호기심에 그런 걸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근데, 음란물은 성적 욕망을 막 자극하기 위해 만든 거라서 현실과는 많이 달라. 그리고 자극적인 장면이 많다 보니 계속 머릿속에 생각나고 자꾸 보고 싶기도 하고, 엄마 아빠는 네가 그것을 자주 봤을 때 건강하게 성장해 나갈 너의 성 가치관에 해가 될까 걱정이네. 우린 널 믿어. 네가 잘 통제하리라 생각해. 혹시 마음먹은 것만큼 통제가 잘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말해줄래? 그때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부모의 설명이 서툴러도 진실성이 있다면 아이들은 이내 부모의 말에 수긍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