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무엇이 문제인가
2014년 11월 21일(금) 00:00 가가
서윤영의 '집과 사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이름이었던 공공임대주택이 요즘 자주 거론되고 있다. 전세나 월세 등 민간임대가 아닌 국가나 정부기관에서 임대 주체가 되는 공공임대주택은 노태우 정부 시절 영구임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그 후 국민임대, 보금자리 주택, 행복주택 등 종류도 다양해졌지만, 이 모두는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주택을 점유하고 그곳에서 거주하는 것을 하나의 소비라고 본다면, 소비는 집합소비와 개별소비로 나뉠 수 있다. 이때 부자는 개별소비를, 빈자는 집합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버스, 지하철 등은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대중교통이자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반면 자가용 승용차는 개인이 이용하는 개별소비이자 비용이 많이 든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는 재화뿐 아니라 서비스의 차원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30∼40년 전에는 초등학교의 경우 사립학교와 공립학교간에 차이가 있었다. 당시는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라 공립학교는 한 학급에 100명이 넘은 것은 예사요, 2부제 수업도 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특별활동교실은 전무하다시피했다. 반면 사립학교는 한 학급에 60명 정원에 정규수업 외에도 다양한 특별활동을 하는 등 교육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수업료가 비싸서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이 사립학교를 다녔다. 즉 교육서비스라는 차원에서 볼 때 집합소비(공립학교)와 개별소비(사립학교)로 나뉘는 것이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도 개인변호사(개인소비)와 국선변호사(집합소비)제도가 있는데, 부자들은 최고급의 개인변호사에게 의뢰하여 승소하는 확률이 높다. 이처럼 모두에게 가장 평등하고 엄정해야 할 교육과 사법서비스에서 부자의 개인소비와 빈자의 집합소비로 양분되는 것이다.
생명과 관련된 의료서비스, 생계와 관련된 연금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의료와 연금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국가에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민간의 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건강보험과 연금보험도 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집합적인 공공서비스로는 무언가 미흡하기 때문에 개별로 유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에서는 유료 보험을 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시장에서 개별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과 오로지 공공복지에만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로 계층을 양분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러한 균열은 사회의 새로운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등장한 임대주택은 대표적인 집합소비인데, 당시 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재고에서 1.5% 정도를 차지했기 때문에 거주자가 새로운 사회계층이 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보금자리 주택(이명박 정부), 행복주택(박근혜 정부) 등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주거서비스는 극빈자보다는 서민을 위한 것이고, 이러한 주거의 집합소비 서비스는 새로운 사회계급을 양산할 소지가 있다.
각 정권마다 하나씩 쏟아내는 새로운 주거서비스 정책은 언제나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러나 국가에서 제공하는 집합소비는 아무래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 후 참전 군인에게 주택을 한 채씩 무상제공하거나 공공임대하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1980년대 영국의 대처정부의 출범과 함께 신보수주의로 전환되면서 주택정책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막대한 정부지원금이 소요되는 무상제공이나 공공임대 대신 매입을 유도하는 방안이었다.
일정 기간 이상의 거주자에게는 시장 가격의 60∼70% 정도에서 그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사회주택과 민간시장 주택의 중간단계에 속하기 때문에 일명 매개적 주택시장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추진한 것이 과거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이다. 그 후 현 정부에서도 새로운 주택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줄기는 공공임대주택의 활성화 및 임대에서 소유로의 전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택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가구의 자가 거주비율을 높여 전반적으로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무상제공 혹은 공공임대 등의 공약은 포장은 달콤해도 실상은 사회적 비용이 크고 결국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 부담으로 다가온다.
현재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방법으로 공공임대주택의 활성화가 거론되고 있지만, 그 임대주택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었을 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며 새로운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건축칼럼니스트>
30∼40년 전에는 초등학교의 경우 사립학교와 공립학교간에 차이가 있었다. 당시는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라 공립학교는 한 학급에 100명이 넘은 것은 예사요, 2부제 수업도 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특별활동교실은 전무하다시피했다. 반면 사립학교는 한 학급에 60명 정원에 정규수업 외에도 다양한 특별활동을 하는 등 교육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도 개인변호사(개인소비)와 국선변호사(집합소비)제도가 있는데, 부자들은 최고급의 개인변호사에게 의뢰하여 승소하는 확률이 높다. 이처럼 모두에게 가장 평등하고 엄정해야 할 교육과 사법서비스에서 부자의 개인소비와 빈자의 집합소비로 양분되는 것이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집합적인 공공서비스로는 무언가 미흡하기 때문에 개별로 유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에서는 유료 보험을 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시장에서 개별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과 오로지 공공복지에만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로 계층을 양분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러한 균열은 사회의 새로운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등장한 임대주택은 대표적인 집합소비인데, 당시 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재고에서 1.5% 정도를 차지했기 때문에 거주자가 새로운 사회계층이 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보금자리 주택(이명박 정부), 행복주택(박근혜 정부) 등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주거서비스는 극빈자보다는 서민을 위한 것이고, 이러한 주거의 집합소비 서비스는 새로운 사회계급을 양산할 소지가 있다.
각 정권마다 하나씩 쏟아내는 새로운 주거서비스 정책은 언제나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러나 국가에서 제공하는 집합소비는 아무래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 후 참전 군인에게 주택을 한 채씩 무상제공하거나 공공임대하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1980년대 영국의 대처정부의 출범과 함께 신보수주의로 전환되면서 주택정책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막대한 정부지원금이 소요되는 무상제공이나 공공임대 대신 매입을 유도하는 방안이었다.
일정 기간 이상의 거주자에게는 시장 가격의 60∼70% 정도에서 그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사회주택과 민간시장 주택의 중간단계에 속하기 때문에 일명 매개적 주택시장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추진한 것이 과거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이다. 그 후 현 정부에서도 새로운 주택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줄기는 공공임대주택의 활성화 및 임대에서 소유로의 전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택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가구의 자가 거주비율을 높여 전반적으로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무상제공 혹은 공공임대 등의 공약은 포장은 달콤해도 실상은 사회적 비용이 크고 결국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 부담으로 다가온다.
현재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방법으로 공공임대주택의 활성화가 거론되고 있지만, 그 임대주택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었을 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며 새로운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건축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