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옥의 S스토리] 부모가 함께하는 내 아이 성교육 <1>
2014년 11월 18일(화) 00:00 가가
양 동 옥
성교육전문가·심리학박사
성교육전문가·심리학박사
최근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와 ‘부모가 함께하는 내 아이 성교육’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청에서 낸 좋은 구상 덕분에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학부모의 관심이 높았다. 그만큼 부모는 자녀의 성에 관심을 두고, 자녀의 든든한 성교육자로서 역할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아이에게 다가가고 접근해야 하는지 뿌연 안개처럼 답답한 마음을 긴 한숨으로 호소했다. 다행히 교육의 자리를 빌려 부모의 궁금증을 다소 해결하고 아이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었다.
시간을 돌려 임신의 순간으로 되돌려보자. 약 38주간의 태내기 동안, 산모는 좋은 음식을 골라 먹고 정서적 안정을 취하면서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소원했다. 이는 가족 모두의 소망이며 그것 외에는 더 바랄 게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가족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바뀌게 된다. 이제는 아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흔히 말하는 본능에 충실한 아이로 자라주기를 바란다. 또 영아기가 되면 부모는 자신의 자녀를 여느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자녀가 제때 걸음마를 떼고, 대소변을 가리고, 숟가락질할 수 있도록 신체의 근육을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자녀가 유치원에 들어가는 유아기가 되면 부모는 걱정이 생긴다. 부모의 품을 벗어난 자녀가 유치원이라는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선생님이나 또래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등에 관한 것이다.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다른 아이들은 모두 남녀가 짝이 되어 춤을 추는데, 내 아이만 짝도 없이 혼자 춤을 춘다.’며 서럽게 울던 한 어머니가 생각난다. 그렇다. 유치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자녀가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는 것, 더 바랄 것도 없이 이것이 부모의 순수한 마음이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기가 되면 부모는 더는 순수한 존재가 아니다. 욕심이 생긴다는 말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업, 운동, 친구 사귀기 등의 여러 영역에서 내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부모는 조바심을 내며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경쟁구조 속에 아이의 등을 떠민다. 또 남들보다 뛰어난 자녀로 키우기 위해 부모는 정신적, 물리적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는다. 되돌아보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의 순수한 바람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었으면’이라는 욕망의 변화 속에 부모는 끊임없이 자녀에게 많은 가르침을 제공했다. 그 가르침 속에 내 아이가 ‘성적인 존재’라는 것, 그리고 ‘성적인 존재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대화나 가르침이 있었는지 반문해 보자.
성(性)은 본능이자 학습이다. 성적 호기심이나 욕망이 거역할 수 없는 본능의 발로라면, 그것을 어떻게 건강하게 표현하고 충족하느냐는 학습의 결과물이다. 그 역할을 부모가 해 줘야 한다. 부모가 성교육의 방관자로서 아이를 대하게 되면, 아이는 가정 밖 또래나 인터넷을 통해 왜곡된 성을 학습하게 된다. 사실, 대다수 부모는 자녀와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자신도 원 가족(原 家族)과 그러한 성적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없어서 자신의 자녀에게 다가가기 쑥스러워한다. 그나마 학교에서 배운 성교육도 성행위 중심의 결과론적 문제 발생에 초점을 두기에,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성적 대화라는 것은 고작 두려움, 금기, 억압을 강요하는 데 그친다.
사실, 성교육 강의 일주일 전에 지원자들에게 자녀를 양육하면서 성적으로 궁금했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을 질문하도록 했다. 그 내용을 모아서 부모들의 성적 궁금증을 공유하고 주제별로 자녀와 성적으로 대화하는 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기대와 달리, 부모의 질문들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실망했던 이유는 부모가 자녀에 관한 성적인 질문을 하는 것 자체를 어떤 금기를 깨듯 매우 부끄러워하며 조심스러워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질문의 내용이 자녀가 성적인 존재라는 것의 두려움 표현, 그리고 자녀의 성을 금기와 억압으로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녀들의 성은 21세의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빠르게 발달하고 표현하는데, 부모의 성적 태도나 신념은 19세기 후반의 빅토리아왕조 시대의 보수적 사고를 고수하고 있었다.
결국 ‘부모가 함께하는 내 아이 성교육’은 ‘부모 성교육’으로 옮겨갔다. 부모가 성을 탁하고 어두운색으로 투영하고 있다면, 자녀에게도 그러한 성의 모습만을 강요하게 된다. 자녀와 성적 대화를 준비하기 전에 ‘나는 어떤 부모인가?’를 점검해야 한다. 나와 배우자는 성에 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는지, 배우자와 성적인 대화를 나누는지, 사춘기의 성을 금기나 억압으로만 바라보고 있는지, 아들과 딸에게 다른 성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 않은지 등이다. 세 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누구 하나 잠깐 쉬자는 말없이 강의에 눈을 반짝여주고, 강의가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끝난 후에도 쉼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부모를 보면서 자녀에게 다가가려는 부모의 애정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성(性)은 본능이자 학습이다. 성적 호기심이나 욕망이 거역할 수 없는 본능의 발로라면, 그것을 어떻게 건강하게 표현하고 충족하느냐는 학습의 결과물이다. 그 역할을 부모가 해 줘야 한다. 부모가 성교육의 방관자로서 아이를 대하게 되면, 아이는 가정 밖 또래나 인터넷을 통해 왜곡된 성을 학습하게 된다. 사실, 대다수 부모는 자녀와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자신도 원 가족(原 家族)과 그러한 성적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없어서 자신의 자녀에게 다가가기 쑥스러워한다. 그나마 학교에서 배운 성교육도 성행위 중심의 결과론적 문제 발생에 초점을 두기에,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성적 대화라는 것은 고작 두려움, 금기, 억압을 강요하는 데 그친다.
사실, 성교육 강의 일주일 전에 지원자들에게 자녀를 양육하면서 성적으로 궁금했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을 질문하도록 했다. 그 내용을 모아서 부모들의 성적 궁금증을 공유하고 주제별로 자녀와 성적으로 대화하는 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기대와 달리, 부모의 질문들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실망했던 이유는 부모가 자녀에 관한 성적인 질문을 하는 것 자체를 어떤 금기를 깨듯 매우 부끄러워하며 조심스러워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질문의 내용이 자녀가 성적인 존재라는 것의 두려움 표현, 그리고 자녀의 성을 금기와 억압으로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녀들의 성은 21세의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빠르게 발달하고 표현하는데, 부모의 성적 태도나 신념은 19세기 후반의 빅토리아왕조 시대의 보수적 사고를 고수하고 있었다.
결국 ‘부모가 함께하는 내 아이 성교육’은 ‘부모 성교육’으로 옮겨갔다. 부모가 성을 탁하고 어두운색으로 투영하고 있다면, 자녀에게도 그러한 성의 모습만을 강요하게 된다. 자녀와 성적 대화를 준비하기 전에 ‘나는 어떤 부모인가?’를 점검해야 한다. 나와 배우자는 성에 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는지, 배우자와 성적인 대화를 나누는지, 사춘기의 성을 금기나 억압으로만 바라보고 있는지, 아들과 딸에게 다른 성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 않은지 등이다. 세 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누구 하나 잠깐 쉬자는 말없이 강의에 눈을 반짝여주고, 강의가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끝난 후에도 쉼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부모를 보면서 자녀에게 다가가려는 부모의 애정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