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침한 왜군이 전라도 방면으로 밀려들던 1597년 8월(음력). 선전관 박천봉이 선조가 내려보낸 유서통(諭書筒)을 이순신 장군에게 전달한다. 문서에는 ‘수군을 혁파하고 육군에 합류해 싸우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이순신 장군은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면 능히 대적할 수 있사옵니다. 비록 전선의 수는 적지만 신이 죽지 않는 한 적은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비장한 장계를 작성해 올린다.

원균이 이끌던 조선수군이 칠천량 해전에서 전멸하자 삼도수군통제사에 다시 오른 이순신 장군이 군사와 무기, 식량 등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보성 열선루(列仙樓)에 머물 당시의 일이다.

보성군이 열선루 등 충무공 이순신 장군 유적 복원을 추진한다.

보성군은 민선 6기 공약사업으로 임진왜란 당시 국난극복의 토대가 된 열선루, ‘군량미 길’ 등을 복원해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관광명소로 보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군은 이순신 장군 유적복원사업 프로젝트 연구용역을 발주해 용역결과에 따라 사업예산과 사업내용 등 기본계획을 확정한 후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열선루 위치는 보성교회 자리(보성읍 새싹길 66번지)로 추정하고 있다. 백의종군 도중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이순신 장군은 변변한 무기나 군사를 갖추지 못해 구례∼곡성∼옥과∼순천∼보성을 거치며 식량과 무기, 군사들을 모으고 있었다. 보성에서는 열선루와 득량면 송곡리 박실마을에서 잠을 잤다고 난중일기에 기록돼 있다. 열선루에서 ‘수군폐지 불가론’ 장계를 썼고, 한시 ‘한산도가’를 지었다고 한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茄)는 남의 애를 끊나니.”라는 시는 당시의 심경을 잘 담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보성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장군은 보성현청 무기고에서 활과 무기를 4마리 말에 나눠 실었고, 조양창(보성군 조성면 조성리 유천리 고내마을)에서 많은 군량을 확보했다. 장군은 군영구미(보성군 회천면 군학마을)에서 배에 올라 회령포(회진항)에서 선단을 이끌고 벽파진으로 향한다. 9박10일간 보성에 머물며 확보한 병사와 무기, 군량 등은 명량대첩의 원동력이 됐다.

보성군 관계자는 “보성은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도록 도와준 곳이자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열정, 회한이 배인 고장”이라고 말했다.

/보성=김용백기자 ky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