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의 타운하우스, 도심의 빌라
2014년 10월 24일(금) 00:00 가가
서윤영의 '집과 사람'
최근에 타운하우스 붐이 일고 있다. 주로 도심에서 떨어진 전원에 지어지고 있는데 연립주택의 형태로 이루어진 2∼3층 혹은 3∼4층 규모의 주택으로, 거주자는 복층의 주택을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도심 고층 아파트 일색의 주거문화에 염증을 느껴서 전원에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싶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집을 지으려면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겨냥한 상품이라 할 수 있다.
타운하우스의 유래는 근세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귀족들은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장대한 영지를 경영하며 거기서 올라오는 지대(地代)로 생활하게 되었다. 영국 귀족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농번기에는 자신의 영지에 살며 직접 농사를 감독하다가 추수가 모두 끝나 겨울이 되면 런던에 마련된 저택에서 지내곤 했다.
이때 자신의 영지에 마련된 주택을 컨트리하우스(장원주택)이라 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런던에 지은 주택을 타운하우스(도심주택)라 한다. 이처럼 영국 귀족은 자신의 영지에 컨트리하우스를, 런던에는 타운하우스를 소유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19세기 새로운 계층이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주로 공장을 소유한 자본가나 은행가, 법률가, 의사, 학자 등 전통적인 토지 기반 귀족이 아닌 신지식이나 자본을 소유한 신흥중산층이었고, 그래서 컨트리하우스 대신 도심의 타운하우스에 거주하게 된다.
타운하우스는 점차 19세기 신흥중산층의 대표적인 주거로 자리잡게 되고, 이는 대서양 건너편의 신대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영국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미국도 타운하우스가 중산층의 주된 주거유형이 된 것이다. 이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집으로, 교외에 푸른 잔디밭을 배경으로 예쁘게 꾸며진 집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타운하우스의 내부는 2∼3층 정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에는 거실과 식당이 있고 2층과 3층에 침실이 있어, 주택을 공적 영역과 사적영역으로 명확히 나누는 영국식 주택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이 2000년대 이후부터 한국에도 상륙하기 시작했다.
형태는 미국이나 영국식 타운하우스와 거의 흡사하며 주로 대도시 인근의 신도시나 전원에 지어지고 있다. 내부 구조도 미국과 영국식을 많이 따르고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실내는 모두 단일층으로 구성된 아파트와 달리 타운하우스는 2층 혹은 3층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1층에는 식당과 거실, 2층과 3층에 침실로 채워진다.
그런데 이 타운하우스의 법적인 정확한 구분은 다세대 주택 혹은 연립주택에 속한다. 우리는 흔히 빌라, 타운하우스 이런 명칭을 쉽게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주택건설업자가 만들어낸 일종의 상품명이다.
모든 주택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나뉘는데, 그 중 단독주택은 단독주택, 다중주택, 다가구주택으로 세분되고, 또한 공동주택은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아파트로 세분된다. 그런데 단독주택과 아파트는 법적인 명칭 그대로 불리지만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및 연립주택은 본래 명칭 대신 ‘빌라’로 뭉뚱그려 부리는 것이 보통이다.
본래 ‘빌라’는 르네상스시대 유행했던 귀족들의 시골별장을 말하는데, 한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도심에 지어지는 다가구, 다세대 및 연립주택이 빌라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물을 지칭할 때 그의 명확한 속성보다는 내 욕망이 투사된 형태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방도 아닌 베란다에 책상 하나 책장 하나를 둔 공간이지만 부득불 그 곳을 서재라고 부르는 것은, 나도 서재를 갖추고 싶다는 내 욕망을 그 곳에 투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가구, 다세대, 연립 등을 빌라, 타운하우스 등으로 부르는 것은 다세대나 연립주택에 사는 것이 그다지 내세울 만한 일이 아니며 언젠가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아파트 위주로 진행된 정부의 주택공급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전쟁 후 지속적인 주택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공사를 건립하여 아파트 위주의 공급정책을 펼쳐 왔고, 이에 아파트를 지을 만한 공간이 되지 않는 도심 자투리 땅에 이른바 ‘집 장사’라고 불리는 개인주택업자들이 다세대, 연립 등의 소규모 주택을 지어 팔았다.
개인사업자가 급히 짓는 주택이다보니 더러 날림공사가 있어 부실주택의 대명사로 굳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감추기 위해 빌라, 혹은 타운하우스라는 낯선 이름을 차용해야 했다. 더구나 요즘 빌라는 주로 도심에 지어지고 타운하우스는 교외에 지어지고 있다.
본래 빌라가 르네상스 귀족들의 시골 별장이었고 타운하우스가 빅토리아 시대의 중산층 도심주거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건축칼럼니스트>
도심 고층 아파트 일색의 주거문화에 염증을 느껴서 전원에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싶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집을 지으려면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겨냥한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자신의 영지에 마련된 주택을 컨트리하우스(장원주택)이라 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런던에 지은 주택을 타운하우스(도심주택)라 한다. 이처럼 영국 귀족은 자신의 영지에 컨트리하우스를, 런던에는 타운하우스를 소유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19세기 새로운 계층이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주로 공장을 소유한 자본가나 은행가, 법률가, 의사, 학자 등 전통적인 토지 기반 귀족이 아닌 신지식이나 자본을 소유한 신흥중산층이었고, 그래서 컨트리하우스 대신 도심의 타운하우스에 거주하게 된다.
형태는 미국이나 영국식 타운하우스와 거의 흡사하며 주로 대도시 인근의 신도시나 전원에 지어지고 있다. 내부 구조도 미국과 영국식을 많이 따르고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실내는 모두 단일층으로 구성된 아파트와 달리 타운하우스는 2층 혹은 3층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1층에는 식당과 거실, 2층과 3층에 침실로 채워진다.
그런데 이 타운하우스의 법적인 정확한 구분은 다세대 주택 혹은 연립주택에 속한다. 우리는 흔히 빌라, 타운하우스 이런 명칭을 쉽게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주택건설업자가 만들어낸 일종의 상품명이다.
모든 주택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나뉘는데, 그 중 단독주택은 단독주택, 다중주택, 다가구주택으로 세분되고, 또한 공동주택은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아파트로 세분된다. 그런데 단독주택과 아파트는 법적인 명칭 그대로 불리지만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및 연립주택은 본래 명칭 대신 ‘빌라’로 뭉뚱그려 부리는 것이 보통이다.
본래 ‘빌라’는 르네상스시대 유행했던 귀족들의 시골별장을 말하는데, 한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도심에 지어지는 다가구, 다세대 및 연립주택이 빌라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물을 지칭할 때 그의 명확한 속성보다는 내 욕망이 투사된 형태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방도 아닌 베란다에 책상 하나 책장 하나를 둔 공간이지만 부득불 그 곳을 서재라고 부르는 것은, 나도 서재를 갖추고 싶다는 내 욕망을 그 곳에 투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가구, 다세대, 연립 등을 빌라, 타운하우스 등으로 부르는 것은 다세대나 연립주택에 사는 것이 그다지 내세울 만한 일이 아니며 언젠가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아파트 위주로 진행된 정부의 주택공급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전쟁 후 지속적인 주택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공사를 건립하여 아파트 위주의 공급정책을 펼쳐 왔고, 이에 아파트를 지을 만한 공간이 되지 않는 도심 자투리 땅에 이른바 ‘집 장사’라고 불리는 개인주택업자들이 다세대, 연립 등의 소규모 주택을 지어 팔았다.
개인사업자가 급히 짓는 주택이다보니 더러 날림공사가 있어 부실주택의 대명사로 굳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감추기 위해 빌라, 혹은 타운하우스라는 낯선 이름을 차용해야 했다. 더구나 요즘 빌라는 주로 도심에 지어지고 타운하우스는 교외에 지어지고 있다.
본래 빌라가 르네상스 귀족들의 시골 별장이었고 타운하우스가 빅토리아 시대의 중산층 도심주거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건축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