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옥의 S스토리] 익숙한 체취의 끌림
2014년 09월 23일(화) 00:00 가가
양 동 옥
성교육전문가·심리학박사
성교육전문가·심리학박사
‘혹시 버스나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에서 유독 어떤 이성에게 매우 끌리는 느낌을 받아본 적 있으십니까? 그 이유를 아십니까? 이유는 그 이성이 페로몬이라는 생물학적 성분을 강하게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페로몬은 이성으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성적 매력을 느끼게 하고, 강하게 끌리게 하는 결정적인 성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유혹하고 싶으세요?’ 이 문구는 페로몬 향수 광고로, 페로몬 향수를 뿌리면 그 냄새를 인지한 이성이 마치 마법에 끌리듯 당신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페로몬(pheromone)은 무엇이며 이성을 유혹하는 효과가 있는 것일까? 호르몬이 동물의 몸의 내부에서 만들어져 그 내부에서 작용한다면, 페로몬은 몸의 내부에서 만들어져 외부로 분비한다. 동물이 뿜어내는 소량의 페로몬 화학성분은 공기를 통해 다른 동물의 감각 수용기에 전달될 때 그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외분비 호르몬이라고도 하는데, 페로몬은 같은 종의 다른 동물에게 여러 가지 행동이나 발달상의 변화를 일으킨다. 예로, 개미는 먹이를 발견하면 항문에 있는 분비선에서 페로몬을 분비하여 집으로 돌아오고 동료 개미들은 이 페로몬의 냄새로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간다. 누에나방의 암컷은 고치에서 나오자마자 꼬리 끝에서 페로몬을 분비하며 수컷은 암컷에게 접근하여 교미를 시도한다. 이 물질은 극소량일지라도 몇 킬로미터 밖의 수컷들을 단번에 불러들일 만큼 유혹적이지만, 다른 곤충의 수컷은 유인하지 못한다. 여왕벌은 페로몬을 분비하여 암벌의 생식기 발육을 억제하며 혼인 비행 동안 수벌이 따라와 수정할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은 성적 유혹은 포유류에서도 볼 수 있는데, 많은 포유류가 발정기에 독특한 향기를 뿜어내 수컷을 유인한다. 예로, 고양이나 개의 수컷은 발정기 암컷의 생식기에서 분비된 코퓰린이라는 페로몬의 냄새를 맡고 교미를 시도한다.
인간이 아닌 다른 종에서는 페로몬이 종족보존과 관련된 성적 유혹물질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직립보행과 함께 후각이 퇴화하고 가임기 외에 여성의 생리주기 어느 시기에나 성교가 가능한 인간에게 성적 유혹물질로서 페로몬이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페로몬에 반응하는 해부학적 부위는 후각기관에 속하는 서비기관(鋤鼻器官)인데, 사람은 입, 겨드랑이, 머리카락, 피부, 생식기, 소변, 땀 등에 일정한 분비물이 들어있어 개인마다 독특한 체취를 풍긴다. 이러한 체취 속 페로몬이 이성을 성적으로 자극하는지, 더 나아가 성적 유혹을 느끼게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냄새만으로 자신과 어울리는 짝을 찾을 수 있을까?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몇 쌍의 남녀에게 항균 처리된 티셔츠를 나눠준 후 티셔츠에 그 사람만의 체취가 듬뿍 스며들도록 이틀 동안 향수나 비누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생활하도록 했다. 그 후 티셔츠를 회수해서 밀봉된 유리병에 담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티셔츠와 무작위로 섞었다. 그런 다음 티셔츠를 입었던 참가자를 실험실로 불러 밀봉된 유리병 속 티셔츠 냄새를 맡게 하고 그 냄새를 평가하도록 했다.
‘한여름에 날 것 같은 식초 냄새’, ‘방바닥 먼지 냄새’처럼 부정적인 반응은 우습게도 자신이 입었던 티셔츠 냄새에 대한 반응이었다. 사람마다 특유한 체취를 내는 것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의 면역유전인자가 땀 속에 섞여있기 때문인데, 면역유전인자가 100% 일치하는 자신의 냄새에는 대체로 거부반응이 나타난다고 한다. 반면, 면역유전인자가 절반가량 일치한 남녀는 서로의 냄새를 ‘옛날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땀 흘리면 났던 냄새, 그리움이나 추억 같은’, ‘약간 부드러움’이라고 평가했다.
냄새의 좋고 나쁨을 떠나 성적으로 끌리는 혹은 이성을 유혹하는 냄새는 어떤 것일까? ‘냄새를 맡으면 맡을수록 건장해 보이는 남자가 떠올라요.’, ‘운동을 좋아하고 날씬하고 세련된 여성의 냄새’, ‘차갑지만 남자다운 느낌’의 반응은 면역유전인자가 거의 일치하지 않은 참가자들 간의 평가였다. 즉 자신과 면역유전인자가 비슷할수록 우정이나 동료의식과 같은 친밀감을 느끼고 다를수록 성적으로 끌리는 느낌을 표현했다. 이 실험의 결과만 놓고 보면 자신과 면역유전자가 다른 사람의 체취는 이성에게 성적 자극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그 냄새를 풍기는 이성을 직접 만났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냄새를 통해 호감을 느꼈던 사람에게 여전히 호감을 느낄까? 동물이 분비하는 페로몬을 추출한 성분으로 향수를 만들고, 그 값비싼 페로몬 향수를 뿌리면 동물처럼 이성을 유인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은 동물처럼 종족보존에 맞춰진 성을 추구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상대를 성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향수 냄새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익숙한, 편안한, 고향 같은 체취이며, 그 익숙한 체취는 서로를 알아가고 닮아가는 시간만큼 후각 기억에 새겨진 것이다.
‘한여름에 날 것 같은 식초 냄새’, ‘방바닥 먼지 냄새’처럼 부정적인 반응은 우습게도 자신이 입었던 티셔츠 냄새에 대한 반응이었다. 사람마다 특유한 체취를 내는 것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의 면역유전인자가 땀 속에 섞여있기 때문인데, 면역유전인자가 100% 일치하는 자신의 냄새에는 대체로 거부반응이 나타난다고 한다. 반면, 면역유전인자가 절반가량 일치한 남녀는 서로의 냄새를 ‘옛날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땀 흘리면 났던 냄새, 그리움이나 추억 같은’, ‘약간 부드러움’이라고 평가했다.
냄새의 좋고 나쁨을 떠나 성적으로 끌리는 혹은 이성을 유혹하는 냄새는 어떤 것일까? ‘냄새를 맡으면 맡을수록 건장해 보이는 남자가 떠올라요.’, ‘운동을 좋아하고 날씬하고 세련된 여성의 냄새’, ‘차갑지만 남자다운 느낌’의 반응은 면역유전인자가 거의 일치하지 않은 참가자들 간의 평가였다. 즉 자신과 면역유전인자가 비슷할수록 우정이나 동료의식과 같은 친밀감을 느끼고 다를수록 성적으로 끌리는 느낌을 표현했다. 이 실험의 결과만 놓고 보면 자신과 면역유전자가 다른 사람의 체취는 이성에게 성적 자극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그 냄새를 풍기는 이성을 직접 만났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냄새를 통해 호감을 느꼈던 사람에게 여전히 호감을 느낄까? 동물이 분비하는 페로몬을 추출한 성분으로 향수를 만들고, 그 값비싼 페로몬 향수를 뿌리면 동물처럼 이성을 유인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은 동물처럼 종족보존에 맞춰진 성을 추구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상대를 성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향수 냄새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익숙한, 편안한, 고향 같은 체취이며, 그 익숙한 체취는 서로를 알아가고 닮아가는 시간만큼 후각 기억에 새겨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