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공간
2014년 08월 29일(금) 00:00 가가
서윤영의 '집과 사람'
요즘 주택시장이 새롭게 개편되고 있다.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하면서 짓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던 시대를 지나 지어도 잘 팔리지 않는 시기가 되었고 이에 과거와 달리 특화된 아파트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그 트렌드 중 하나가 여성의 눈높이에 맞추어 여성의 공간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최근뿐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다. 1970∼80년대부터 꾸준히 진행된 여성의 지위향상이 90년대부터 서서히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파트 구매에서 주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성의 공간이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대표적 여성공간이라 할 수 있는 안방이 비대해진 것도 이 무렵이다.
이전까지는 일부 대형주택에서나 가능하던 1가구 2화장실이 90년대부터 중대형 아파트는 물론 중소형 아파트에까지 확대되었고, 여기에 드레스룸과 파우더룸이 부가되었다.
한편, 최근의 경향은 주방의 변화이다. 과거 단순히 식사를 준비하던 공간이 점차 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성이 주방에 있으면서도 거실에 있는 가족과 마주보며 대화를 할 수 있는 대면형 주방을 넘어 이제는 인터넷과 가계부 정리를 하는 곳인 엄마 책상 이른바 맘스 데스크(mom’s desk)를 두기도 한다.
또는 맘스 데스크를 식탁과 덧붙여 설치해 엄마가 아이의 숙제를 봐 주는 곳 내지는 제2의 거실로까지 활용하면서 이곳을 엄마의 공간이라는 뜻으로 맘스 오피스(mom’s office)라고도 부른다. 요약해보면 최근 20년 동안 안방과 주방 등 여성의 공간이 매우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여성의 지위향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향상된 여성의 지위를 주택 내에서 표현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기존의 여성공간을 강화하여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전까지 여성에게는 제공되지 않았던 공간을 새로이 제공하는 것이다.
20세기 페미니즘의 경향은 지금까지 남성 전유물로 인식된 것을 쟁취하는 과정이었다고 하겠다. 대학입학과 참정권 등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알려진 것은 실은 20세기 초 격렬한 투쟁으로 획득해낸 것이고 그에 따른 여성의 사회참여는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여성들은 전통적인 역할이었던 현모양처에서 벗어나 전문직에 진출하거나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등 지금까지 남성의 영역으로 알려진 새로운 세계에 도전했다. 그리고 이를 반영하듯 20세기 여성의 복식도 놀랍게 변화되었다. 19세기까지 여성의 복식은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발목을 덮은 긴 스커트 형태의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여성은 바지를 입기 시작했는데 이는 본래 남성의 옷차림이었다. 즉 여성의 지위향상은, 현모와 양처라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탈피해 남성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복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주택 내에서도 향상된 여성의 지위를 표현하는 방법은 본래 남성의 고유공간이라 알려진 곳을 여성에게도 제공하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의 사대부 주택이 여성을 위한 안채와 남성을 위한 사랑채로 나누어져 있었듯 본래 주택은 남성의 공간과 여성의 공간으로 나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선의 사랑이나 유럽의 서재 등 남성의 공간은 정보와 지식의 습득 및 사회교류를 위한 장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남성에게만 허용되었을 뿐이다.
여성에게는 출산과 육아 및 가사의 의무만이 부가되었고 이는 서재와 사랑은 남자의 공간, 침실과 주방은 여성의 공간이라는 이분법으로 재확인되었다. 그리고 여성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우주여행을 하는 지금에도 이러한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안방에 드레스룸과 파우더룸이 부가되고 주방에 맘스데스크를 놓아 맘스 오피스를 만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일견 향상된 여성의 지위를 반영하는 것 같지만 결국 여성의 자리는 침실과 주방이요, 그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현모와 양처라는 것의 충실한 재확인이다.
여성의 공간으로 알려진 곳을 더욱 강화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여성에게는 금지된 공간이었던 곳을 새로이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일부 부유층에나 있음직했던 서재가 이제 보편화되고 있지만 그곳은 남자의 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주방 한 켠에 맘스 데스크를 두어 그곳을 맘스 오피스라 이름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 하나를 할애하여 만든 서재는 남성가장의 방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의 서재, 남편의 서재는 익숙하지만 어머니의 서재, 아내의 서재는 아직도 요원하다. 대신 부엌 한 켠에 마련된 맘스 데스크와 맘스 오피스가 있을 뿐이다.
<건축칼럼니스트>
그 트렌드 중 하나가 여성의 눈높이에 맞추어 여성의 공간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최근뿐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다. 1970∼80년대부터 꾸준히 진행된 여성의 지위향상이 90년대부터 서서히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파트 구매에서 주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성의 공간이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대표적 여성공간이라 할 수 있는 안방이 비대해진 것도 이 무렵이다.
한편, 최근의 경향은 주방의 변화이다. 과거 단순히 식사를 준비하던 공간이 점차 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성이 주방에 있으면서도 거실에 있는 가족과 마주보며 대화를 할 수 있는 대면형 주방을 넘어 이제는 인터넷과 가계부 정리를 하는 곳인 엄마 책상 이른바 맘스 데스크(mom’s desk)를 두기도 한다.
20세기 페미니즘의 경향은 지금까지 남성 전유물로 인식된 것을 쟁취하는 과정이었다고 하겠다. 대학입학과 참정권 등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알려진 것은 실은 20세기 초 격렬한 투쟁으로 획득해낸 것이고 그에 따른 여성의 사회참여는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여성들은 전통적인 역할이었던 현모양처에서 벗어나 전문직에 진출하거나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등 지금까지 남성의 영역으로 알려진 새로운 세계에 도전했다. 그리고 이를 반영하듯 20세기 여성의 복식도 놀랍게 변화되었다. 19세기까지 여성의 복식은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발목을 덮은 긴 스커트 형태의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여성은 바지를 입기 시작했는데 이는 본래 남성의 옷차림이었다. 즉 여성의 지위향상은, 현모와 양처라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탈피해 남성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복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주택 내에서도 향상된 여성의 지위를 표현하는 방법은 본래 남성의 고유공간이라 알려진 곳을 여성에게도 제공하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의 사대부 주택이 여성을 위한 안채와 남성을 위한 사랑채로 나누어져 있었듯 본래 주택은 남성의 공간과 여성의 공간으로 나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선의 사랑이나 유럽의 서재 등 남성의 공간은 정보와 지식의 습득 및 사회교류를 위한 장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남성에게만 허용되었을 뿐이다.
여성에게는 출산과 육아 및 가사의 의무만이 부가되었고 이는 서재와 사랑은 남자의 공간, 침실과 주방은 여성의 공간이라는 이분법으로 재확인되었다. 그리고 여성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우주여행을 하는 지금에도 이러한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안방에 드레스룸과 파우더룸이 부가되고 주방에 맘스데스크를 놓아 맘스 오피스를 만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일견 향상된 여성의 지위를 반영하는 것 같지만 결국 여성의 자리는 침실과 주방이요, 그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현모와 양처라는 것의 충실한 재확인이다.
여성의 공간으로 알려진 곳을 더욱 강화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여성에게는 금지된 공간이었던 곳을 새로이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일부 부유층에나 있음직했던 서재가 이제 보편화되고 있지만 그곳은 남자의 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주방 한 켠에 맘스 데스크를 두어 그곳을 맘스 오피스라 이름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 하나를 할애하여 만든 서재는 남성가장의 방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의 서재, 남편의 서재는 익숙하지만 어머니의 서재, 아내의 서재는 아직도 요원하다. 대신 부엌 한 켠에 마련된 맘스 데스크와 맘스 오피스가 있을 뿐이다.
<건축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