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과제
2014년 08월 22일(금) 00:00 가가
안경환의 '법과문화'
7·30 재·보궐선거는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창당 4개월 만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처참하게 추락했다. ‘안철수 현상’을 몰고 왔던 ‘새 정치’에 대한 기대도 갈 곳 잃고 표류하고 있다. 또다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지난 수년간 되풀이해 온 일이다. 진부한 개그 프로그램을 연상시킨다. 잠시 웃고 넘기지만 머지않아 다시 보게 되는 그런 허무 개그 말이다.
신사 정치인 손학규의 퇴진은 애잔하다. 그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가 내걸었던 ‘저녁이 있는 삶’, 그가 추구하고 상징하던 균형과 통합의 철학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널리 계승되어야 할 미덕이다.
일부 지역에서 ‘야권 연대’가 힘겹게 이루어졌으나 결과는 동반 패배였다. 걸핏하면 패배의 책임을 군소정당의 몫으로 돌리는 정서적 횡포는 여전하다.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의 이정현 위원이 선출된 것은 크게 반길 일이다. 견고한 동서분리의 구도를 깨는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 ‘호남=야권’이라는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던 구태정치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설령, 박근혜대통령의 측근인 그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예산폭탄’의 실리에 현혹된 지역민의 이기심의 소산이라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의 승리는 동쪽 땅에서 일어난 일과 대조된다. 새누리당 일색인 울산 지역에서 무소속의 송철호 후보가 일곱 번째 고배를 마셨다. 야권 출신인데다 아버지의 고향이 전라도라는 해묵은 지역감정이 낙선의 주된 이유였다. 실로 한심한 일이다.
‘비상’으로 출범한 박영선 임시대표 체제가 고전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대 여당 협상에서 백기 투항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비난에 이어 당내 여론의 반발도 거세다. 급기야 협상 재개를 선언했지만 ‘일수불퇴’ 카드를 쥔 새누리당이 선선히 응해 줄 리 없다.
각종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대안정당으로서 희망을 버리는 사람조차 생기고 있다. 필자는 2012년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의 사분오열, 지리멸렬, 이합집산의 모습에 크게 분노한 적이 있다. 선거를 치른 것은 문재인 후보였지 민주당은 아니었다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그때 그 모습이 여태껏 조금도 변치 않고 있다. 7·30 선거에서 패배한 가장 큰 원인도 후보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첨예한 내부의 권력투쟁이었다. 이대로라면 희망이 없다. 2015년 20대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권은 적절한 시기에 교체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정권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도 보다 나은 장래 희망을 걸 수 있다. 국민은 도전하는 야당, 선거에 이기는 야당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정당의 이념과 철학이 서야만 한다.
이른바 ‘진보’의 색채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체질화할 것인가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요한 과제다. 한때 청년세대의 희망의 등불이었던 야당이 언제부턴가 오히려 노쇠한 정당으로 추락했다. 새누리당에는 더러 있는 ‘청년스타’도 야당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한 정당 안에는 여러 ‘계파’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게 민주정치의 원리다. 계파야 어쨌든 공정한 룰에 따라 운영하는 정당이라야 당원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가히 나락의 상태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 추스르고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과도기 큰 짐을 진 박영선 임시대표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성공을 바라는 것 이상으로 시의적절한 정권교체를 원한다. 그 열망을 수용할 수 있는 정당 체제를 갖추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관성과 체념 속에 국민은 정권 연장을 받아들일 것이다.
문자 그대로 환골탈태, 거듭나기 바란다. 전당대회의 룰을 일찌감치 확정하여 경선 과정에 잡음이 나지 않기 바란다. 그리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구성될 새 지도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개월 후에 치를 국회의원 총선에서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재의 모든 사회 조직과 언론 환경, 그리고 각종 정보기관의 태도는 가히 편파적일 정도로 정부와 여당에 유리하다. 이 엄청난 불리를 극복하는 길은 진정한 반성과 철두철미한 체질 개선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얻는 수밖에 달리 없다. 그리고 잠재적인 후보들 사이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충분히 이른 시기에 대통령후보가 결정되기 바란다. 그리하여 2017년 대통령선거에는 제대로 전열이 정비된 승부를 치르기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한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실험이 유년의 환각으로 결말나지 않기를 바란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더욱 성숙한 정치인으로 자라나기 바란다. 여전히 그는 대한민국 미래 정치의 값진 자산이다.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가인권위원장>
일부 지역에서 ‘야권 연대’가 힘겹게 이루어졌으나 결과는 동반 패배였다. 걸핏하면 패배의 책임을 군소정당의 몫으로 돌리는 정서적 횡포는 여전하다.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의 이정현 위원이 선출된 것은 크게 반길 일이다. 견고한 동서분리의 구도를 깨는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 ‘호남=야권’이라는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던 구태정치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설령, 박근혜대통령의 측근인 그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예산폭탄’의 실리에 현혹된 지역민의 이기심의 소산이라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의 승리는 동쪽 땅에서 일어난 일과 대조된다. 새누리당 일색인 울산 지역에서 무소속의 송철호 후보가 일곱 번째 고배를 마셨다. 야권 출신인데다 아버지의 고향이 전라도라는 해묵은 지역감정이 낙선의 주된 이유였다. 실로 한심한 일이다.
정권은 적절한 시기에 교체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정권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도 보다 나은 장래 희망을 걸 수 있다. 국민은 도전하는 야당, 선거에 이기는 야당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정당의 이념과 철학이 서야만 한다.
이른바 ‘진보’의 색채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체질화할 것인가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요한 과제다. 한때 청년세대의 희망의 등불이었던 야당이 언제부턴가 오히려 노쇠한 정당으로 추락했다. 새누리당에는 더러 있는 ‘청년스타’도 야당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한 정당 안에는 여러 ‘계파’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게 민주정치의 원리다. 계파야 어쨌든 공정한 룰에 따라 운영하는 정당이라야 당원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가히 나락의 상태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 추스르고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과도기 큰 짐을 진 박영선 임시대표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성공을 바라는 것 이상으로 시의적절한 정권교체를 원한다. 그 열망을 수용할 수 있는 정당 체제를 갖추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관성과 체념 속에 국민은 정권 연장을 받아들일 것이다.
문자 그대로 환골탈태, 거듭나기 바란다. 전당대회의 룰을 일찌감치 확정하여 경선 과정에 잡음이 나지 않기 바란다. 그리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구성될 새 지도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개월 후에 치를 국회의원 총선에서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재의 모든 사회 조직과 언론 환경, 그리고 각종 정보기관의 태도는 가히 편파적일 정도로 정부와 여당에 유리하다. 이 엄청난 불리를 극복하는 길은 진정한 반성과 철두철미한 체질 개선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얻는 수밖에 달리 없다. 그리고 잠재적인 후보들 사이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충분히 이른 시기에 대통령후보가 결정되기 바란다. 그리하여 2017년 대통령선거에는 제대로 전열이 정비된 승부를 치르기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한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실험이 유년의 환각으로 결말나지 않기를 바란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더욱 성숙한 정치인으로 자라나기 바란다. 여전히 그는 대한민국 미래 정치의 값진 자산이다.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가인권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