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영의 집과 사람] 월세방에 살아도 차는 외제차
2014년 06월 06일(금) 00:00 가가
‘집은 한 칸짜리 월세방에 살아도 차는 외제차, 점심은 김밥에 라면으로 때워도 그 손에 들린 것은 커피 전문점의 텀블러.’ 신문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다. 요즘 어째서 이런 소비형태가 나타나는 걸까.
집은 사고 팔 수 있는 재화 중에서 가장 비싼 것에 해당한다. 전국의 대도시를 기준으로 85㎡의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적게 잡아도 2∼3억 원은 주어야 한다. 월급을 받아 1년에 천만 원씩 저축을 하고 그 일을 꼬박 20∼30년을 해야 아파트 한 채가 생긴다.
소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배가 고프면 먹고 싶고, 졸리면 자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물건을 보면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소유가 불가능한 재화에 대해서는 변형적인 소유형태가 나타난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소유 대신 빌려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시장은 크게 전세와 월세로 나뉘는데, 이 모두는 구매 대신 빌려서 사용하는 형태에 속한다.
한편, 임대 대신 공유의 형태도 있다. 재화가 한정되어 있고 수요자가 많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1980∼90년대 유행했던 콘도미니엄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당시는 자동차의 보급과 함께 여가 문화가 발달하던 시기였다. 1970년대 부유층에서 유행하던 별장을 1980년대 중산층이 모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여러 세대가 회원제로 별장을 공동 소유하여 일년 중 며칠을 교대로 사용하는 형식이었다.
최근에는 셰어 하우스(share house)라고 하여 혼자 사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서너 명이 한 집에서 함께 사는 형태가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 침실은 각자 혼자 쓰되 거실과 주방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유 외에 세 번째 형태로 전용(轉用)이 있다.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는 것으로, 집이 아닌 것을 집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하겠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직후 ‘하꼬방’이라는 것이 있었다. 상자를 의미하는 일본어 ‘하꼬’에 우리말 ‘방’이 합성된 것으로, 나무 상자로 얼기설기 만든 집을 말한다. 그리고 지금도 비닐하우스 혹은 창고를 개조하여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집이 아닌 것을 집으로 전용하여 사용하는 형태, 소유나 임대조차 불가능할 때 발생하는 변형된 형태라 하겠다. 미국에는 트럭이나 버스를 개조하여 집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TV나 인터넷으로 소개되는 장면을 보고 독특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집값이 너무 비싸서 보다 저렴한 자동차를 집으로 개조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아울러 홍콩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수상도시에서는 배를 집 삼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트럭이나 배를 집 삼아 살아가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만의 특유한 문화도 있다.
고시원 혹은 고시텔이 그것이다. 원래는 고시공부를 하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청년들의 가장 저렴한 주거지가 되어버렸고, 또한 오피스텔도 마찬가지이다. 급격한 경제성장기의 끝자락이던 1990년대에 갑자기 생기기 시작한 오피스텔은 주택 분류상 집이 아닌 오피스, 즉 업무용 시설에 해당한다.
소규모 개인창업과 벤처사업이 증가하던 당시 야근과 격무로 시달리는 사무환경에서 퇴근 대신 사무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아파트보다 저렴한 주거지’로 인기가 있었다. 청년층에게는 오피스텔에 사는 것이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본래 집이 아닌 곳을 집 삼아 살아간다는 점에서 비닐하우스나 고시원과 다를 바 없는 전용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이들이 외제자동차나 해외 명품구매 내지는 해외여행에 열중한다. 이 현상이 바로 ‘대체소비’다. 소유하고 싶은 재화가 너무 비싸 소유는 물론 임대, 공유조차 불가능하다면 아예 포기하고 대신 다른 곳에 소비를 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흔히 단칸 월세방에서 신혼을 시작하여 적금을 모아 전세로, 그 다음 내집 마련으로 인생의 단계를 밟아 나가며, 자동차는 작은 아파트라도 한 채 마련한 후에 장만하는 것이 수순인줄 알았다. 그런데 고시원에 살면서도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에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지만, 그 이면에는 너무나 집값이 비싼 현실이 버티고 있다.
이래도 저래도 도저히 소유할 수 없는 집, 그래 집을 대신해 자동차와 해외여행, 명품구입으로 대표되는 대체소비로 돌아선 것이다.
<건축칼럼니스트>
집은 사고 팔 수 있는 재화 중에서 가장 비싼 것에 해당한다. 전국의 대도시를 기준으로 85㎡의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적게 잡아도 2∼3억 원은 주어야 한다. 월급을 받아 1년에 천만 원씩 저축을 하고 그 일을 꼬박 20∼30년을 해야 아파트 한 채가 생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소유 대신 빌려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시장은 크게 전세와 월세로 나뉘는데, 이 모두는 구매 대신 빌려서 사용하는 형태에 속한다.
한편, 임대 대신 공유의 형태도 있다. 재화가 한정되어 있고 수요자가 많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1980∼90년대 유행했던 콘도미니엄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당시는 자동차의 보급과 함께 여가 문화가 발달하던 시기였다. 1970년대 부유층에서 유행하던 별장을 1980년대 중산층이 모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여러 세대가 회원제로 별장을 공동 소유하여 일년 중 며칠을 교대로 사용하는 형식이었다.
집이 아닌 것을 집으로 전용하여 사용하는 형태, 소유나 임대조차 불가능할 때 발생하는 변형된 형태라 하겠다. 미국에는 트럭이나 버스를 개조하여 집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TV나 인터넷으로 소개되는 장면을 보고 독특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집값이 너무 비싸서 보다 저렴한 자동차를 집으로 개조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아울러 홍콩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수상도시에서는 배를 집 삼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트럭이나 배를 집 삼아 살아가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만의 특유한 문화도 있다.
고시원 혹은 고시텔이 그것이다. 원래는 고시공부를 하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청년들의 가장 저렴한 주거지가 되어버렸고, 또한 오피스텔도 마찬가지이다. 급격한 경제성장기의 끝자락이던 1990년대에 갑자기 생기기 시작한 오피스텔은 주택 분류상 집이 아닌 오피스, 즉 업무용 시설에 해당한다.
소규모 개인창업과 벤처사업이 증가하던 당시 야근과 격무로 시달리는 사무환경에서 퇴근 대신 사무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아파트보다 저렴한 주거지’로 인기가 있었다. 청년층에게는 오피스텔에 사는 것이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본래 집이 아닌 곳을 집 삼아 살아간다는 점에서 비닐하우스나 고시원과 다를 바 없는 전용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이들이 외제자동차나 해외 명품구매 내지는 해외여행에 열중한다. 이 현상이 바로 ‘대체소비’다. 소유하고 싶은 재화가 너무 비싸 소유는 물론 임대, 공유조차 불가능하다면 아예 포기하고 대신 다른 곳에 소비를 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흔히 단칸 월세방에서 신혼을 시작하여 적금을 모아 전세로, 그 다음 내집 마련으로 인생의 단계를 밟아 나가며, 자동차는 작은 아파트라도 한 채 마련한 후에 장만하는 것이 수순인줄 알았다. 그런데 고시원에 살면서도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에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지만, 그 이면에는 너무나 집값이 비싼 현실이 버티고 있다.
이래도 저래도 도저히 소유할 수 없는 집, 그래 집을 대신해 자동차와 해외여행, 명품구입으로 대표되는 대체소비로 돌아선 것이다.
<건축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