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법과 문화] 6.4 지방선거와 '새정치 민주연합'
2014년 04월 04일(금) 00:00 가가
서양 역사에 ‘신성로마제국’이란 게 있었다. 19세기 초에 공식적으로 해체될 때까지 중부유럽을 900년 이상 다스린 다인종, 다국적 제국이었다. 그러나 거창한 이름에 비해 허망할 정도로 부실한 존재였다.
종교를 바탕으로 한 ‘제국’의 기치 아래 모인 나라들 사이에 끝없는 패권 다툼이 이어졌고, 대체의 경우 기득권자의 담합으로 결말이 나곤 했다. 제국 신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박하다. 그래서 후세인들이 냉소한다. 신성도, 로마도 아니었다고.
논란 끝에 ‘새정치 민주연합’이 탄생했다. 한동안 ‘새 정치’라는 독자 노선을 표방하던 ‘안철수 신당’이 그처럼 비판하던 민주당과 결합한 외형을 갖추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환영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거대 여당을 상대로 대전을 치르려면 그렇게라도 해서 몸집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당의 출현 전후에 일어나는 각종 양태를 보면 ‘새정치’도, ‘민주’도 아닌 한갓 파당으로 전락할까봐 지레 걱정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첨병은 정당이다.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 기재가 정당이다.
그래서 헌법이 보호하고 지원 육성을 천명하는 것이다. 현존하는 헌법 중에 가장 연조가 깊은 미국헌법에는 정당 조항이 없다. 새 나라를 만든 ‘헌법의 아버지’들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패거리들을 공익보다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파당’(faction)으로 보았던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 66년 째 해를 맞는다. 그동안 도합 몇 개의 정당이 탄생했을까? 어느 정치학도의 조사에 의하면 1000 개도 넘는다고 한다. 선거 때 마다 우후죽순처럼 태어났다 이내 가을바람 앞의 낙엽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정당도 부지기수다.
외국인의 질문에 실로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진보, 보수, 중도, 각 각 한국 정치를 이끈 대표적인 정당 이름을 뭐라고 답할 것인가. 간판이 길수록 내부 사정이 복잡한 법이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신당의 약칭을 ‘새민련’으로 부르겠다고 한다. 과거 김종필씨의 ‘자민련’ 수준으로 폄하하겠다는 몽니다. 여당으로서 품위 있는 행태가 아니다.
한 정당 내에서도 ‘계파’가 형성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다만 미국헌법의 아버지가 경고한 것처럼 ‘파당’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될 일이다. 특정 계파가 청산대상이라느니, 누가 물러나야 한다느니 등속의 비생산적인 구태를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그런 행태야 말로 ‘새 정치’를 위해서 청산해야 할 낡은 정치다. 안 그래도 취약한 대여 투쟁력만 약화시키고 국민의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신당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청년에게 희망을 줄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기초단체 후보의 정당공천제 폐지와 같은 의제도 과연 ‘새정치’를 위해 목을 매어 관철시켜야 할 전제조건인지 의문이다. 물론 여야가 함께 내세운 지난 대통령 선거의 공약사항이었다며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당선과 동시에 내다버린 공약이 어디 그것뿐인가? 문제는 유권자인 국민이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이다. 여당도 국민이 무서우면 끝까지 버틸 수가 없다.
앞으로 꼭 두 달 후인 6월4일, 지방선거를 치른다. 전통적으로 야당세력이 강한 광주, 전남지역은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승리의 내용이 문제다. 다른 생각, 다른 입장을 경청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훌륭한 자질의 정부·여당의 후보가 나서면 그에게도 응분의 지지를 보내야 한다. 중앙정치인이 출신지역에 귀환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방 살림의 특성을 알뜰하게 챙겨줄 선량을 뽑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번 지방선거 이후 과거와는 다른 정치판이 전개될 것이다. 2017년 대선 주자들의 각축전도 일찌감치 벌어질 것이다. 당권을 둘러싼 내부 경쟁도 가열될 것이다. 개헌 문제도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모처럼 결합한 ‘새정치’와 ‘민주’가 구태의연한 파당의 답함에 그치지 않도록 모두가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오래 전부터 국민들은 정치에 식상해 있다. 새로운 ‘선(善)’을 보여주지 못하면, 또다시 구악에 무릎 꿇고 국민의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 명예교수· 전 국가인권 위원장>
종교를 바탕으로 한 ‘제국’의 기치 아래 모인 나라들 사이에 끝없는 패권 다툼이 이어졌고, 대체의 경우 기득권자의 담합으로 결말이 나곤 했다. 제국 신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박하다. 그래서 후세인들이 냉소한다. 신성도, 로마도 아니었다고.
그러나 신당의 출현 전후에 일어나는 각종 양태를 보면 ‘새정치’도, ‘민주’도 아닌 한갓 파당으로 전락할까봐 지레 걱정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첨병은 정당이다.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 기재가 정당이다.
대한민국 헌정 66년 째 해를 맞는다. 그동안 도합 몇 개의 정당이 탄생했을까? 어느 정치학도의 조사에 의하면 1000 개도 넘는다고 한다. 선거 때 마다 우후죽순처럼 태어났다 이내 가을바람 앞의 낙엽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정당도 부지기수다.
한 정당 내에서도 ‘계파’가 형성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다만 미국헌법의 아버지가 경고한 것처럼 ‘파당’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될 일이다. 특정 계파가 청산대상이라느니, 누가 물러나야 한다느니 등속의 비생산적인 구태를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그런 행태야 말로 ‘새 정치’를 위해서 청산해야 할 낡은 정치다. 안 그래도 취약한 대여 투쟁력만 약화시키고 국민의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신당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청년에게 희망을 줄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기초단체 후보의 정당공천제 폐지와 같은 의제도 과연 ‘새정치’를 위해 목을 매어 관철시켜야 할 전제조건인지 의문이다. 물론 여야가 함께 내세운 지난 대통령 선거의 공약사항이었다며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당선과 동시에 내다버린 공약이 어디 그것뿐인가? 문제는 유권자인 국민이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이다. 여당도 국민이 무서우면 끝까지 버틸 수가 없다.
앞으로 꼭 두 달 후인 6월4일, 지방선거를 치른다. 전통적으로 야당세력이 강한 광주, 전남지역은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승리의 내용이 문제다. 다른 생각, 다른 입장을 경청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훌륭한 자질의 정부·여당의 후보가 나서면 그에게도 응분의 지지를 보내야 한다. 중앙정치인이 출신지역에 귀환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방 살림의 특성을 알뜰하게 챙겨줄 선량을 뽑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번 지방선거 이후 과거와는 다른 정치판이 전개될 것이다. 2017년 대선 주자들의 각축전도 일찌감치 벌어질 것이다. 당권을 둘러싼 내부 경쟁도 가열될 것이다. 개헌 문제도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모처럼 결합한 ‘새정치’와 ‘민주’가 구태의연한 파당의 답함에 그치지 않도록 모두가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오래 전부터 국민들은 정치에 식상해 있다. 새로운 ‘선(善)’을 보여주지 못하면, 또다시 구악에 무릎 꿇고 국민의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 명예교수· 전 국가인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