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로 주민 치료하고 마을 대소사 관할 … 족장과 동등 권한
2014년 01월 27일(월) 00:00 가가
[6부 라오스 편] (4) 몽족 '샤먼'
정령·악귀 등과 인간세계 연결하는 ‘영매’
제단에서 의식 행하며 병·근심의 원인 추적
신의 언어로 혼령 부르는 한국 ‘굿’과 비슷
주민들, 마을의 큰 어른으로 존경하며 추앙
정령·악귀 등과 인간세계 연결하는 ‘영매’
제단에서 의식 행하며 병·근심의 원인 추적
신의 언어로 혼령 부르는 한국 ‘굿’과 비슷
주민들, 마을의 큰 어른으로 존경하며 추앙
“샤먼은 오직 마을 주민들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약 1시간30분 떨어진 몽족 마을 반롱란(Ban Long Lan)에 사는 무어(89)씨는 이 마을의 ‘치넹’ 즉, 샤먼이다. 그는 이 마을에서 정령과 악귀, 신 등 초자연적 존재와 인간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영매(靈媒)’다.
무어씨는 30여 년 전 샤먼이 됐다. 그는 샤먼이 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족의 다른 구성원들처럼 화전을 일구면서 살았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부터 이유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몸에 기운이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거동조차 불편해졌다. 병원을 찾아갔지만 “이유를 몰라서 치료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결국 그는 마을의 샤먼을 찾아갔고, 샤먼은 그가 자신의 뒤를 이어야할 운명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때부터 그는 샤먼이 해야할 일들을 하나씩 배워나갔고, 지금은 반롱란의 가장 큰 어른이자, 영매로 존경받고 있다.
몽족은 수 천년 전부터 모든 사물과 생물에 영(靈)적인 능력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을 숭상해온 부족 중 하나다. 애니미즘은 원시종교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시골 마을에서는 ‘당산나무’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몽족의 치넹 즉, 샤먼은 주술을 이용하거나 정령의 힘을 빌려 마을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역할을 하거나 마을이나 가정에 우환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하는 일을 한다. 샤먼은 족장과 함께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기도 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반롱란에 사는 480여 명의 주민들은 무어씨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무어씨의 집에는 주술 도구들로 만들어진 작은 제단이 있다. 그가 마을 주민들을 위한 의식을 행하는 장소다. 보통 의식은 2시간 가량 걸리는 데, 그 과정에서 샤먼은 의식과 무의식 상태를 오가게 된다.
샤먼은 몸이 아프거나 가정에 우환이 있는 주민들이 닭과 같은 재물을 들고 찾아오면 먼저 정령을 위한 노래를 부르면서 의식을 시작한다. 그리고 ‘꾸워’라고 불리는 물소의 뿔을 절반으로 쪼갠 두 개의 주술 도구를 이용해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확인한다.
두 개의 뿔을 땅바닥에 던지고 나서 뿔의 형태에 따라서 근심이나 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한다. 원인을 찾을 수 없으면 그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마을 족장과 조수는 ‘뚜어냉’이라고 불리는 큰징과 ‘뚜어부아’라는 이름의 작은 심벌즈를 끊임없이 연주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다음에는 ‘쭈냉’이라는 쇠로 만들어진 큰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고, 본격적으로 영적인 힘을 불러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샤먼은 점점 빨라지는 큰 징과 작은 심벌즈 소리에 맞춰 큰 링에 동전들이 끼워진 ‘찌에냉’을 흔들기 시작한다. 샤먼은 이 과정에서 점차 무의식 상태에 빠져든다. 그리고 주민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 정령이나 혼령, 귀신을 찾아내 돈이나 음식, 살아있는 동물 등을 이용해 달래기도 하고, 정령이나 신의 언어를 사용해가면서 꾸짖기도 한다.
때로는 지켜보는 이들이 무서워질 정도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한국에서 무당이 굿을 하는 모습과 흡사한 장면이 연출된다. 샤먼은 흔들던 링을 바닥에 던지면서 본래 의식을 되찾는다. 그리고 샤먼이 자신을 찾아온 주민들을 어루만져 주면 의식은 끝이 난다.
무어씨는 “쉴새없이 주문을 외우면 신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이 같은 능력은 나와 같은 선택받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며 “나는 이 같은 능력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몸이 이유없이 아프고, 자식들도 없었는데 신의 힘을 받아들이고 나서는 평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샤먼과 함께 이 마을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신성한 나무’와 ‘신성한 산’이다. 반롱란에 사는 몽족들은 마을 인근에 있는 가장 큰 나무와 가장 높은 산에 사는 정령들이 자신들을 보살펴 준다고 믿는다. 샤먼은 일 년에 한 차례 신성한 산에 들어가 살아있는 동물들을 제물로 올리고, 마을의 평안과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곳은 주민들의 출입이 금기시돼 있다.
애니미즘을 믿는 몽족에게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는 신년맞이다. 한해가 끝나고 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날을 전후해 3일 동안은 모든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온 가족이 녹색 나뭇가지를 꺾어와 집을 깨끗하게 하는 의식을 한다. 나무의 정령을 이용해 집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샤먼과 함께 모든 사람들이 마을 광장에 모여 새해를 축복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가 대문을 향해 징을 울린다. 모든 의식이 끝나면 돼지 등을 잡아 나눠먹고, 서로 공을 주고받는 전통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반롱란의 촌장인 꼬믄양(55)씨는 “대문을 향해 징을 치는 것은 일부 떠나 있는 사람들의 영혼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것”이라며 “애니미즘을 믿는 몽족은 영혼이 사람의 몸을 떠나면 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의 장수를 기원하면서 새해에 이 같은 의식을 한다”고 말했다.
/라오스 반롱란=김경인 기자 kki@kwangju.co.kr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약 1시간30분 떨어진 몽족 마을 반롱란(Ban Long Lan)에 사는 무어(89)씨는 이 마을의 ‘치넹’ 즉, 샤먼이다. 그는 이 마을에서 정령과 악귀, 신 등 초자연적 존재와 인간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영매(靈媒)’다.
무어씨는 30여 년 전 샤먼이 됐다. 그는 샤먼이 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족의 다른 구성원들처럼 화전을 일구면서 살았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부터 이유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몸에 기운이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거동조차 불편해졌다. 병원을 찾아갔지만 “이유를 몰라서 치료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몽족은 수 천년 전부터 모든 사물과 생물에 영(靈)적인 능력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을 숭상해온 부족 중 하나다. 애니미즘은 원시종교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시골 마을에서는 ‘당산나무’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샤먼은 몸이 아프거나 가정에 우환이 있는 주민들이 닭과 같은 재물을 들고 찾아오면 먼저 정령을 위한 노래를 부르면서 의식을 시작한다. 그리고 ‘꾸워’라고 불리는 물소의 뿔을 절반으로 쪼갠 두 개의 주술 도구를 이용해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확인한다.
두 개의 뿔을 땅바닥에 던지고 나서 뿔의 형태에 따라서 근심이나 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한다. 원인을 찾을 수 없으면 그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마을 족장과 조수는 ‘뚜어냉’이라고 불리는 큰징과 ‘뚜어부아’라는 이름의 작은 심벌즈를 끊임없이 연주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다음에는 ‘쭈냉’이라는 쇠로 만들어진 큰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고, 본격적으로 영적인 힘을 불러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샤먼은 점점 빨라지는 큰 징과 작은 심벌즈 소리에 맞춰 큰 링에 동전들이 끼워진 ‘찌에냉’을 흔들기 시작한다. 샤먼은 이 과정에서 점차 무의식 상태에 빠져든다. 그리고 주민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 정령이나 혼령, 귀신을 찾아내 돈이나 음식, 살아있는 동물 등을 이용해 달래기도 하고, 정령이나 신의 언어를 사용해가면서 꾸짖기도 한다.
때로는 지켜보는 이들이 무서워질 정도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한국에서 무당이 굿을 하는 모습과 흡사한 장면이 연출된다. 샤먼은 흔들던 링을 바닥에 던지면서 본래 의식을 되찾는다. 그리고 샤먼이 자신을 찾아온 주민들을 어루만져 주면 의식은 끝이 난다.
무어씨는 “쉴새없이 주문을 외우면 신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이 같은 능력은 나와 같은 선택받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며 “나는 이 같은 능력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몸이 이유없이 아프고, 자식들도 없었는데 신의 힘을 받아들이고 나서는 평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샤먼과 함께 이 마을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신성한 나무’와 ‘신성한 산’이다. 반롱란에 사는 몽족들은 마을 인근에 있는 가장 큰 나무와 가장 높은 산에 사는 정령들이 자신들을 보살펴 준다고 믿는다. 샤먼은 일 년에 한 차례 신성한 산에 들어가 살아있는 동물들을 제물로 올리고, 마을의 평안과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곳은 주민들의 출입이 금기시돼 있다.
애니미즘을 믿는 몽족에게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는 신년맞이다. 한해가 끝나고 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날을 전후해 3일 동안은 모든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온 가족이 녹색 나뭇가지를 꺾어와 집을 깨끗하게 하는 의식을 한다. 나무의 정령을 이용해 집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샤먼과 함께 모든 사람들이 마을 광장에 모여 새해를 축복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가 대문을 향해 징을 울린다. 모든 의식이 끝나면 돼지 등을 잡아 나눠먹고, 서로 공을 주고받는 전통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반롱란의 촌장인 꼬믄양(55)씨는 “대문을 향해 징을 치는 것은 일부 떠나 있는 사람들의 영혼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것”이라며 “애니미즘을 믿는 몽족은 영혼이 사람의 몸을 떠나면 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의 장수를 기원하면서 새해에 이 같은 의식을 한다”고 말했다.
/라오스 반롱란=김경인 기자 kk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