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서울시향 공연을 보러갔다가 내년 2014년 서울시향의 일정이 담긴 프로그램 북을 받았다. 자신감 넘치게 가득 차 있는 일정 속에는 각 공연의 지휘자와 협연자 그리고 레퍼토리가 일목요연하게 담겨있었다. 게다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나 뉴욕필에서 또는 메이저리그 야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만의 시리즈를 만들어라(Create your own series!)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자신이 직접 콘서트를 골라서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은 것이다. 오케스트라 측에서는 청중을 미리 확보해서 좋고 청중은 자신이 원하는 공연을 먼저 원하는 자리와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다.

이렇게 요즘의 공연장의 선진마케팅은 다른 장르에서 배워온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실적이 좋은 마케팅 방법을 저마다 동원하는데 스포츠에서 성공하면 공연예술계에서도 벤치마킹을 해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구단이나 오케스트라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경기나 공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홍보의 수단 또는 직접 구매해서 보도록 만들고 있다. 베를린필 디지털 콘서트홀. 빈국립오페라극장과 뉴욕 메트의 오페라 공연 라이브 상영(생중계)과 아카이브화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영상으로 자주 접한 사람들이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직접 경기장이나 공연장에 보러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서울시향의 소비자인 청중이 직접 고르는 시리즈 티켓의 의미는 매우 크며 점차적으로 여러 단체에서 받아들여야 할 마케팅 방법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지난 토요일인 11월 16일 오전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해설이 있는 토요콘서트’를 안동, 전주, 여수, 대구의 문화예술회관과 공연장 그리고 CGV 영화관에서 상연했는데 첫 상연에 대한 반응이 꽤 좋다. 이런 HD공연 생중계 작업은 미래 공연예술사업에서 꼭 필요한 그래서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좋다.

본격적으로 시행될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혹자는 이런 콘텐츠를 서울에서 지역으로 내려보내면 지역예술계는 죽고 서울 예술계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필자는 그런 부분보다는 오히려 수준높은 해설과 작품을 접하게 되면 지역예술계에 더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더 분발해서 좋은 공연 작품을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앞서 서울시향의 프로그램북의 경우 서구 유럽의 기준으로 본다면 결코 일찍 배포된 것이 아니다. 공연티켓이 안팔린다고 불경기 탓을 하고 우는 소리를 하기보다는 티켓을 팔기 위해서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 일찍 준비해서 공연전단과 프로그램도 발표하고 미리 티켓오픈을 하고 홍보도 지금보다 더 일찍 시작해야 한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핀란드의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 그리고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등은 이미 2014년 여름 페스티벌 일정표와 세세한 확정 프로그램이 다 결정되어 웹사이트에 나와 있다. 공연티켓을 사거나 신청할 수도 있다. 심지어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내년 2014년 스케줄이 2013 페스티벌을 치르고 있는 여름 동안에 나왔을 정도로 여름철 수많은 전세계의 관광객들을 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포츠와 영화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공연들은 사실 모두 동업자이자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밤의 엔터테인먼트를 책임지고 있는 장르들이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하는 자만이 더 많은 청중과 관객을 모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연단체들도 서구와 같은 시즌제를 도입하던지 아니면 보다 발빠른 섭외를 통해 프로그램을 일찍 확정하고 보다 많은 청중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음악평론가·KBS클래식FM ‘장일범의 가정음악’ 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