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환의 세상읽기] 좋은 검사 나쁜 검사, 좋은 정부 나쁜 정부
2013년 11월 01일(금) 00:00 가가
네이버의 검색창에 ‘윤석열 전라도’라고 쓰고 엔터키를 치면 한 블로거의 글이 맨 위에 뜬다. 내용은 이렇다. “윤석열 검사의 고향은 과연 전라도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윤석열은 전라도 태생이 아니고, 그의 아버지가 전라도 태생으로 밝혀짐 ㅎㅎ.”
그 아래 블로그에는 윤석열 검사의 아버지가 경상도 출신이라고 적혀 있고, 그 글에 어떤 이가 ‘지인’이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참 내 원, 알지도 못하고 막 기사 쓰네. (윤 검사) 아버님 고향은 충남입니다.” ‘참’이라는 부사에 ‘원’이라는 감탄사까지 붙인 걸 보면 기가 많이 막혔던 모양이다.
여주지청장으로 돌아간 윤석열 검사의 고향은 어디일까? 어떤 사람들은 그가 호남 출신일 거라고 넘겨짚은 것 같다. 그래서 국정감사에서 윤 검사가 외압을 느꼈다고 말하자 그 사람들은 검색창에 ‘윤석열 전라도’를 쳤다. 윤 검사가 서울에서 낳고 자랐다는 걸 알았다면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냥 돌아서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또다시 검색창에 ‘윤석열 아버지 고향’을 쳐보고, 그것도 모자라서 ‘윤석열 할아버지 고향’까지 쳤다.
검색창에 ‘윤석열 전라도’를 쳐본 사람들은 그래도 기본 양식은 갖춘 축에 든다. 상당수는 윤 검사가 전라도 출신이라고 단정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일베’에 어떤 이는 윤 검사를 “전라도 ㅅㅂ 쓰레기”라며 횡설수설했다. SNS 공간의 언어에 익숙한 이는 ‘ㅅㅂ’이 무슨 말인지 안다.
윤 검사 고향이 호남과 상관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이제 그 사람들은 윤 검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계시켰다. 네이버 검색창에 ‘윤석열 노무현’을 치면 지금도 다음과 같은 글이 뜬다. “친야권 성향이던 채동욱 전 총장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사는 노무현 정부 때 변호사에서 검사로 특별 채용되었다고 한다.”
윤 검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연관 설에는 새누리당의 원내 대변인까지 끼어들었다. 그는 국회에서 언론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의 대선 불복 움직임 과정을 보면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 당시 특채된 인사들과 연관성이 있어 그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검사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임명됐지만 특채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기간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여권 사람들은 윤 검사를 김대중·노무현 두 전 대통령과 묶어 정치검사로 몰았다.
언론에 따르면, 윤 검사는 정치색이 없는 전형적인 특수통 검사라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당시 경찰의 최고 실세로 꼽히던 경찰청 정보국장을 구속했다. 당시 30대 후반이던 윤 검사의 강단에 선배 검사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에 ‘한겨레신문’은 치안감급 고위간부에 대한 구속이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정보국장이 경찰 정보를 총괄하는 호남 출신의 실세 국장이어서 여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고 썼다.
윤 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다시 한 번 강단을 보여주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검사는 노무현 정부 초기 대선자금 수사팀에 합류해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씨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검사는 이 일로 2년이나 일선 지청으로 밀려났고, 노무현 정권 말이었던 2007년 3월에야 대검 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검사가 야당과 가깝다는 여당 측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밝혔다. “굳이 따지자면 윤 지청장은 오히려 보수정권에서 더 탄탄대로를 걸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떤 검사가 좋은 검사인가? 여기저기 눈치 보지 않고, 사건의 실체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검사가 좋은 검사다. 권력의 핵심부까지 파고들어 비리를 응징하는 검사는 더 좋은 검사다. 권부의 눈치를 살피며 사실을 덮는다면 물론 그 검사는 나쁜 검사다.
어떤 정부가 좋은 정부인가? 검사가 살아있는 권력의 시퍼런 서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법적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면 그 정부는 좋은 정부다. 검사가 물불 가리지 않고 수사를 했다가 출신 지역을 의심 받고, 정치검사로 몰리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는다면 그 정부는 나쁜 정부다.
법원은 윤 검사 팀이 요청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국정원 정치 개입사건은 머지않아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다. 그 결과가 나올 때 담당검사나 정부는 물론 사법부의 성격까지 저절로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고려대 명예교수〉
그 아래 블로그에는 윤석열 검사의 아버지가 경상도 출신이라고 적혀 있고, 그 글에 어떤 이가 ‘지인’이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참 내 원, 알지도 못하고 막 기사 쓰네. (윤 검사) 아버님 고향은 충남입니다.” ‘참’이라는 부사에 ‘원’이라는 감탄사까지 붙인 걸 보면 기가 많이 막혔던 모양이다.
윤 검사 고향이 호남과 상관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이제 그 사람들은 윤 검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계시켰다. 네이버 검색창에 ‘윤석열 노무현’을 치면 지금도 다음과 같은 글이 뜬다. “친야권 성향이던 채동욱 전 총장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사는 노무현 정부 때 변호사에서 검사로 특별 채용되었다고 한다.”
언론에 따르면, 윤 검사는 정치색이 없는 전형적인 특수통 검사라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당시 경찰의 최고 실세로 꼽히던 경찰청 정보국장을 구속했다. 당시 30대 후반이던 윤 검사의 강단에 선배 검사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에 ‘한겨레신문’은 치안감급 고위간부에 대한 구속이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정보국장이 경찰 정보를 총괄하는 호남 출신의 실세 국장이어서 여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고 썼다.
윤 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다시 한 번 강단을 보여주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검사는 노무현 정부 초기 대선자금 수사팀에 합류해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씨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검사는 이 일로 2년이나 일선 지청으로 밀려났고, 노무현 정권 말이었던 2007년 3월에야 대검 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검사가 야당과 가깝다는 여당 측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밝혔다. “굳이 따지자면 윤 지청장은 오히려 보수정권에서 더 탄탄대로를 걸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떤 검사가 좋은 검사인가? 여기저기 눈치 보지 않고, 사건의 실체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검사가 좋은 검사다. 권력의 핵심부까지 파고들어 비리를 응징하는 검사는 더 좋은 검사다. 권부의 눈치를 살피며 사실을 덮는다면 물론 그 검사는 나쁜 검사다.
어떤 정부가 좋은 정부인가? 검사가 살아있는 권력의 시퍼런 서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법적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면 그 정부는 좋은 정부다. 검사가 물불 가리지 않고 수사를 했다가 출신 지역을 의심 받고, 정치검사로 몰리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는다면 그 정부는 나쁜 정부다.
법원은 윤 검사 팀이 요청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국정원 정치 개입사건은 머지않아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다. 그 결과가 나올 때 담당검사나 정부는 물론 사법부의 성격까지 저절로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고려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