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범의 클래식 세상만사] 아이젠슈타트 하이든 페스티벌
2013년 09월 27일(금) 00:00 가가
지난 추석 연휴에 오스트리아 아이젠슈타트에 다녀왔다. 수도 빈에서 50km 남쪽에 있는 이 작은 도시를 방문한 이유는 25년째 펼쳐지고 있는 하이든 페스티벌(Haydntage)을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철의 도시’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아이젠슈타트는 하이든이 “가장 살고 싶고 가장 죽고 싶은 곳”이라고 했던 도시다. 그의 말처럼 하이든은 이 도시에서 인생의 절반인 40년을 살았지만 세상을 떠난 곳은 빈이었다. 하지만 그의 소원대로 그의 시신은 이곳의 하이든 교회의 관속에 누워있다.
하이든이 아이젠슈타트에서 살았던 이유는 훌륭한 예술 애호가이자 후원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의 명으로 이곳을 다스리게 된 에스터하지 후작은 두 개의 궁전을 지었다. 가을부터 여름이 오기 전까지 기거할 궁전(동궁)과 여름에 기거할 궁전(별궁)인데, 오페라 극장이 있던 여름 궁전은 화재로 소실되었고, 현재 다시 지어지고 있다.
하이든은 에스터하지 후작의 성에서 봉급을 받으며 마음껏 원하는 작곡을 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꽤 행복하게 지내다 보니 두 명의 후작을 모시며 40년 동안이나 궁전에서 봉직했던 것이었다.
아이젠슈타트에서 하이든 페스티벌이 시작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하던 1988년의 일이었다. 29세의 젊은 예술행정가 발터 라이혀가 이곳에 예술감독(인텐단트)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이 모든 일이 시작됐다.
그가 부임한 것은 하이든 페스티벌이 열리기로 한 날짜로부터 3개월밖에 남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부랴부랴 이곳저곳으로 연락을 해 라인 업을 구성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첫 페스티벌부터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초청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특히 런던은 하이든이 아이젠슈타트 에스터하지 궁에서의 일을 끝내고, 그곳에서 받았던 대우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풍족한 돈을 번 곳이었다. 국제적인 명성을 최고조로 올려놓았던 하이든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제도시였기에 그곳을 대표하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에스터하지궁에서 연주한다는 것은 매우 커다란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하이든 페스티벌은 매년 규모가 커지면서 열흘 단위의 어엿한 국제페스티벌로 성장했고, 금년으로 25주년 유빌리 축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첫 1회 페스티벌로부터 25회 페스티벌까지 한 명의 예술감독이 이끌어왔고, 그는 이 페스티벌을 세계 최고의 하이든 페스티벌로 만들어 내고 있다.
“처음 아이젠슈타트에 왔을 때 29세였는데 이제 55세 되었습니다. 앞으로 5년간 더 계약이 연장되었는데요. 그 이후에는 은퇴하려고 합니다. 2032년에 하이든 탄생 300주년을 맞이해서 큰 페스티벌이 펼쳐지게 되는데 그땐 페스티벌 측에서 저를 초청해 주었으면 좋겠네요”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매년 하이든과 관련된 새로운 주제로 페스티벌을 꾸민다. 금년의 주제는 ‘하이든과 베토벤’이었고, 내년에는 ‘하이든과 모차르트’로 하이든 음악이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에게 끼친 영향을 직접 청중이 느낄 수 있는 입체적인 콘서트들로 펼쳐진다.
그는 세계에서 하이든을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섭외해서 그들과 프로그램을 상의한다.
그런데 만약 해당 아티스트가 특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 못할 때에는 자신이 미리 짜둔 프로그램을 제시해서 함께 연주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방대한 하이든 프로그램 가운데 선곡을 해서 공연을 통해 현실화할 뿐만 아니라 페스티벌 기간 내내 모든 공연에 아침, 저녁으로 참석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환대하고, 리허설도 참관하면서 사운드 체크도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곳에 나타나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예술감독 라이혀 박사는 가장 모범적인 예술감독의 예다.
그가 한 말 중 지금까지 필자의 뇌리를 울리는 감동적인 말이 있었다. 메인 스폰서가 어디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메인 스폰서는 청중이 사주는 티켓입니다. 총 금액의 70%를 청중의 티켓으로 충당하고 있죠. 그래서 우리는 티켓을 많이 팔기 위해 훌륭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고객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의 진심이 나를 감동시켰다.
<음악평론가·KBS클래식FM ‘장일범의 가정음악’ MC>
‘철의 도시’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아이젠슈타트는 하이든이 “가장 살고 싶고 가장 죽고 싶은 곳”이라고 했던 도시다. 그의 말처럼 하이든은 이 도시에서 인생의 절반인 40년을 살았지만 세상을 떠난 곳은 빈이었다. 하지만 그의 소원대로 그의 시신은 이곳의 하이든 교회의 관속에 누워있다.
하이든은 에스터하지 후작의 성에서 봉급을 받으며 마음껏 원하는 작곡을 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꽤 행복하게 지내다 보니 두 명의 후작을 모시며 40년 동안이나 궁전에서 봉직했던 것이었다.
그가 부임한 것은 하이든 페스티벌이 열리기로 한 날짜로부터 3개월밖에 남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부랴부랴 이곳저곳으로 연락을 해 라인 업을 구성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첫 페스티벌부터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초청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렇게 시작된 하이든 페스티벌은 매년 규모가 커지면서 열흘 단위의 어엿한 국제페스티벌로 성장했고, 금년으로 25주년 유빌리 축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첫 1회 페스티벌로부터 25회 페스티벌까지 한 명의 예술감독이 이끌어왔고, 그는 이 페스티벌을 세계 최고의 하이든 페스티벌로 만들어 내고 있다.
“처음 아이젠슈타트에 왔을 때 29세였는데 이제 55세 되었습니다. 앞으로 5년간 더 계약이 연장되었는데요. 그 이후에는 은퇴하려고 합니다. 2032년에 하이든 탄생 300주년을 맞이해서 큰 페스티벌이 펼쳐지게 되는데 그땐 페스티벌 측에서 저를 초청해 주었으면 좋겠네요”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매년 하이든과 관련된 새로운 주제로 페스티벌을 꾸민다. 금년의 주제는 ‘하이든과 베토벤’이었고, 내년에는 ‘하이든과 모차르트’로 하이든 음악이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에게 끼친 영향을 직접 청중이 느낄 수 있는 입체적인 콘서트들로 펼쳐진다.
그는 세계에서 하이든을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섭외해서 그들과 프로그램을 상의한다.
그런데 만약 해당 아티스트가 특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 못할 때에는 자신이 미리 짜둔 프로그램을 제시해서 함께 연주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방대한 하이든 프로그램 가운데 선곡을 해서 공연을 통해 현실화할 뿐만 아니라 페스티벌 기간 내내 모든 공연에 아침, 저녁으로 참석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환대하고, 리허설도 참관하면서 사운드 체크도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곳에 나타나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예술감독 라이혀 박사는 가장 모범적인 예술감독의 예다.
그가 한 말 중 지금까지 필자의 뇌리를 울리는 감동적인 말이 있었다. 메인 스폰서가 어디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메인 스폰서는 청중이 사주는 티켓입니다. 총 금액의 70%를 청중의 티켓으로 충당하고 있죠. 그래서 우리는 티켓을 많이 팔기 위해 훌륭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고객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의 진심이 나를 감동시켰다.
<음악평론가·KBS클래식FM ‘장일범의 가정음악’ M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