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환의 세상읽기]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
2013년 09월 06일(금) 00:00 가가
최근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전국의 성인 남녀 1208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었다. 61%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반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은 24%에 지나지 않았다. 15%는 가타부타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같은 기관이 그 전 주에 조사한 결과에 비하면 긍정적 평가는 2% 포인트 올랐고, 부정적 평가는 1% 포인트 내려갔다.
지금 박 대통령의 높은 인기는 그 자신이 힘들여 따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면도 있다.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 가운데 29%가 박 대통령의 강단 있는 대북정책을 긍정적 평가의 이유로 내세웠다.
이건 박 대통령이 잘 한 점도 있지만, 시대착오적이고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남전략을 구사한 북한 김정은 체제의 정책 실패에 대한 반대급부의 성격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셈이다.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은 그 이유로 무엇보다 국정원 문제를 들었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미적거리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당분간 평가비중이 낮아질 것이다.
국정원이 이석기 문제를 터트린 것은 대단히 전략적인 것이었지만, 일반 국민은 국정원 문제보다 이석기 의원 같은 사람이 국회까지 침투한 데 대해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내부 개혁의 형식을 거쳐 국정원 개혁에 대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국정원 문제는 앞으로 대통령의 인기를 크게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 같지는 않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문제로 코너에 몰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석기 의원 같은 세력이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쉽게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운 셈이다.
박 대통령의 인기가 고공비행을 하게 하는 데, 북한이나 이석기 의원만 도운 것이 아니다. 민주당 역시 박 대통령을 돕고 있다. 이건 오래 전부터 예견된 바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이른바 정체성을 공천기준으로 내세우며 코드에 맞는 인사를 많이 발탁하고, 실용적으로 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갈 테크노크라트 출신들을 대거 탈락시켰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 아니라 투쟁하는 야당이 되고 싶었든지, 집권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공천을 한 것이 아니라 야권 능력, 투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공천을 한 것이다.
대선에서 승리했을 경우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그 투쟁 능력을 무엇에 썼을지 의아스런 일이지만, 이제 야당으로서 민생경제를 살려야 하는 엄혹한 현실 앞에서 실용적인 대안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또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이런 민주당은 당분간은 박 대통령 인기의 고공비행을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 임하면서 국민통합, 정치 쇄신 및 경제민주화를 국정운영의 3대 지침으로 내세웠다. 이 세 가지 요인을 평가 기준으로 할 경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준 가시적인 것은 거의 없다. 60%의 인기란 가당치도 않다. 국민은 공약(公約)이 또 공약(空約)이 되어 가는 것을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의 인기는 매우 높다. 꼭 그가 잘 해서라기보다, 북한이 돕고, 이석기 같은 이가 돕고, 민주당이 돕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을 물은 결과, 새누리당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40%인데 반해, 민주당 지지자는 21%에 지나지 않았다. 이 조사 결과는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한 사람 가운데 얼추 10%가 방관자로 돌아섰다면, 민주당을 지지한 사람의 30%가 민주당을 떠났다는 걸 말해준다.
여론조사에 정통한 사람들은 민주당을 떠난 30%가 투쟁하는 야당을 바라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실용적인 대안을 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민주당도 자극을 받았는지, 최근에 당의 상징색을 파란색으로 바꾸고 중도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론의 방향은 제대로 읽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상징색 바꾸기나 말 몇 마디로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다. 민생을 살리는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대안을 많이 낼 때 떠나간 민심도 돌아오고, 결과적으로 집권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시간이 충분한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고려대 명예교수〉
같은 기관이 그 전 주에 조사한 결과에 비하면 긍정적 평가는 2% 포인트 올랐고, 부정적 평가는 1% 포인트 내려갔다.
이건 박 대통령이 잘 한 점도 있지만, 시대착오적이고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남전략을 구사한 북한 김정은 체제의 정책 실패에 대한 반대급부의 성격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셈이다.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은 그 이유로 무엇보다 국정원 문제를 들었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미적거리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당분간 평가비중이 낮아질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인기가 고공비행을 하게 하는 데, 북한이나 이석기 의원만 도운 것이 아니다. 민주당 역시 박 대통령을 돕고 있다. 이건 오래 전부터 예견된 바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이른바 정체성을 공천기준으로 내세우며 코드에 맞는 인사를 많이 발탁하고, 실용적으로 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갈 테크노크라트 출신들을 대거 탈락시켰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 아니라 투쟁하는 야당이 되고 싶었든지, 집권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공천을 한 것이 아니라 야권 능력, 투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공천을 한 것이다.
대선에서 승리했을 경우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그 투쟁 능력을 무엇에 썼을지 의아스런 일이지만, 이제 야당으로서 민생경제를 살려야 하는 엄혹한 현실 앞에서 실용적인 대안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또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이런 민주당은 당분간은 박 대통령 인기의 고공비행을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 임하면서 국민통합, 정치 쇄신 및 경제민주화를 국정운영의 3대 지침으로 내세웠다. 이 세 가지 요인을 평가 기준으로 할 경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준 가시적인 것은 거의 없다. 60%의 인기란 가당치도 않다. 국민은 공약(公約)이 또 공약(空約)이 되어 가는 것을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의 인기는 매우 높다. 꼭 그가 잘 해서라기보다, 북한이 돕고, 이석기 같은 이가 돕고, 민주당이 돕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을 물은 결과, 새누리당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40%인데 반해, 민주당 지지자는 21%에 지나지 않았다. 이 조사 결과는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한 사람 가운데 얼추 10%가 방관자로 돌아섰다면, 민주당을 지지한 사람의 30%가 민주당을 떠났다는 걸 말해준다.
여론조사에 정통한 사람들은 민주당을 떠난 30%가 투쟁하는 야당을 바라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실용적인 대안을 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민주당도 자극을 받았는지, 최근에 당의 상징색을 파란색으로 바꾸고 중도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론의 방향은 제대로 읽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상징색 바꾸기나 말 몇 마디로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다. 민생을 살리는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대안을 많이 낼 때 떠나간 민심도 돌아오고, 결과적으로 집권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시간이 충분한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고려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