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환의 세상읽기] 도대체 왜 그분일까?
2013년 08월 09일(금) 00:00 가가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 임하면서 국민통합, 정치 쇄신 및 경제민주화를 국정운영의 3대 지침으로 내세운 바 있다. 국민통합은 3대 지침 가운데서도 맨 앞에 내세운 핵심지침이다. 그는 “차별도 없고 특혜도 없는 세상,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국민대통합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뒤 국민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냥 통합이 아니라 대통합이다. 박 대통령은 그 위원회의 장에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임명했다. 한 위원장은 전주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런 그를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에 앉힌 것은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는 영·호남의 정서적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 가장 절실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박 대통령의 가장 핵심적인 국정운영 지침인 국민대통합은 그럼 잘 진척되고 있는가? 호남인들은 박 대통령의 대통합 의지가 인사에서 확연히 드러나기를 기대했다. 비단 호남인만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도하의 언론은 대통합의 명제에 공감하면서 총리 후보로 여러 명의 호남인을 일 순위로 거론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호남인을 총리로 쓰지 않았다. 장·차관 인사에서도 호남인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대통령비서실을 짤 때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호남 출신이 실장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경남 고성 출신인 허태열 전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등용했다. 물론 현재 청와대 비서실에는 호남 출신이 몇 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들의 역할은 제한된 영역에서 매우 기능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여름휴가에서 돌아와 비서실 개편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은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임명하고, 정무수석에는 박준우 전 EU·벨기에 대사를, 민정수석에는 홍경식 전 법무연수원장을, 미래전략수석에는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를, 고용복지수석에는 최원영 전 복지부 차관을 발탁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고, 폭도 커서 일부 언론은 청와대 비서실을 전면 개편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비서실을 어떻게 꾸리든 그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국민은 차분하게 2기 비서실의 행적을 지켜보면 된다. 그렇지만 비서실장에 왜 하필 그분인가 하는 의구심은 아무래도 떨칠 수가 없다.
김기춘 실장은 이른바 초원복국집 사건의 장본인이다. 그는 1992년 12월 그 복국집에 부산지역 기관장들을 모았다. 모두가 선거에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기춘씨는 대통령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지역감정을 한껏 부추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통합을 3대 국정운영지침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영·호남의 정서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사실을 유념하고 있다면, 비서실장을 임명할 때 그 과제에 대한 적합성부터 먼저 따졌어야 한다. 그렇게 할 경우 그 답이 김기춘 실장일까?
김기춘 실장은 그럼 국정운영 3대 지침의 다른 두 가지, 즉 정치쇄신이나 경제민주화에는 적합한 인물일까? 박 대통령은 깨끗한 정치, 섬기는 정치, 소통하는 정치가 되도록 정치쇄신을 강력하게 추진하여 정치쇄신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는데 그 과제에 김기춘 실장이 적격일까?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통해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는 경제, 불공정거래가 발붙일 수 없는 경제, 좋은 일자리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성장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과제를 위해 김기춘 실장 임명이 불가피했을까?
김기춘 실장이 임명된 뒤 나는 어떤 언론매체에서도 그가 3대 국정과제에 왜 적합한 인물인지를 설명한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언론은 단지 그와 박 대통령의 대를 이은 끈질긴 인연과 김기춘 실장의 두터운 인맥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그 인연과 그 인맥의 울타리에 국민을 가두겠다는 것인가?
인사는 인사 자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설혹 정부가 실정을 했다 하더라도 인사를 잘 하면 국민은 새로운 희망을 얻고, 기대를 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기풍을 진작할 수 있다.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그 인사는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인연이나 인맥에 얽힌 속 좁은 인사가 아니라 그것들을 백안시한 통 큰 인사를 보고 싶다.
〈고려대 명예교수〉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뒤 국민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냥 통합이 아니라 대통합이다. 박 대통령은 그 위원회의 장에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임명했다. 한 위원장은 전주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런 그를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에 앉힌 것은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는 영·호남의 정서적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 가장 절실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대통령이 비서실을 어떻게 꾸리든 그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국민은 차분하게 2기 비서실의 행적을 지켜보면 된다. 그렇지만 비서실장에 왜 하필 그분인가 하는 의구심은 아무래도 떨칠 수가 없다.
김기춘 실장은 이른바 초원복국집 사건의 장본인이다. 그는 1992년 12월 그 복국집에 부산지역 기관장들을 모았다. 모두가 선거에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기춘씨는 대통령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지역감정을 한껏 부추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통합을 3대 국정운영지침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영·호남의 정서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사실을 유념하고 있다면, 비서실장을 임명할 때 그 과제에 대한 적합성부터 먼저 따졌어야 한다. 그렇게 할 경우 그 답이 김기춘 실장일까?
김기춘 실장은 그럼 국정운영 3대 지침의 다른 두 가지, 즉 정치쇄신이나 경제민주화에는 적합한 인물일까? 박 대통령은 깨끗한 정치, 섬기는 정치, 소통하는 정치가 되도록 정치쇄신을 강력하게 추진하여 정치쇄신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는데 그 과제에 김기춘 실장이 적격일까?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통해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는 경제, 불공정거래가 발붙일 수 없는 경제, 좋은 일자리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성장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과제를 위해 김기춘 실장 임명이 불가피했을까?
김기춘 실장이 임명된 뒤 나는 어떤 언론매체에서도 그가 3대 국정과제에 왜 적합한 인물인지를 설명한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언론은 단지 그와 박 대통령의 대를 이은 끈질긴 인연과 김기춘 실장의 두터운 인맥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그 인연과 그 인맥의 울타리에 국민을 가두겠다는 것인가?
인사는 인사 자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설혹 정부가 실정을 했다 하더라도 인사를 잘 하면 국민은 새로운 희망을 얻고, 기대를 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기풍을 진작할 수 있다.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그 인사는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인연이나 인맥에 얽힌 속 좁은 인사가 아니라 그것들을 백안시한 통 큰 인사를 보고 싶다.
〈고려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