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범의 클래식 세상만사] 상주아티스트 제도
2013년 08월 02일(금) 00:00 가가
올해 봄 고양아람누리는 극장의 상주단체로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세종솔로이스츠를 선정, 발표했다. 그러면서 5월 31일엔 야외 기념공연도 개최하고, 초여름엔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함께 의미있고 성대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앞으로도 세종솔로이스츠는 고양아람누리 공연장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정기적으로 올리게 되는데 이렇게 수준 높은 단체나 연주자를 상주 아티스트(Residence artist)로 극장이 선정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다.
한국의 공연장으로서는 금호아트홀에 이어 고양아람누리가 두 번째로 상주단체를 선정한 셈인데 앞으로 운영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따라 전국의 공연장으로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서울 금호아트홀의 올해 상주 아티스트는 피아니스트 김다솔. 금호아트홀이 처음 실시한 제도의 수혜자다.
이미 1월에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에서 독주회를 열었고, 사계절에 걸쳐 청중은 네 번의 독주회와 두 번의 실내악 앙상블을 통해서 바흐에서부터 거슈인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상주 아티스트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실시한 단체는 사실 통영국제음악제다. 그동안 작곡가 진은숙, 하이너 괴벨스 등과 함께했고 진은숙은 서울시향의 레지던스 작곡가를 역임하기도 했다.
올해 시즌 해외에서의 상주 음악가들을 살펴보면 영국 위그모어 홀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사우스뱅크 센터에서는 여성지휘자 마린 알솝이 활약 중이며 베를린필은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고음악 지휘자이자 쳄발로 주자인 톤 쿠프만,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엑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를 선정해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알차게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상주 연주자나 작곡가 프로그램은 전통적으로 베를린필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피아니스트 랑랑, 미츠코 우치다, 레이프 오베 안즈네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등도 이 프로그램을 거쳤다. 한 무대에서 일년동안 독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실내악 공연에 이르기까지 연주자 한 명이 자신의 음악적 경험과 역량과 실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진다.
연주자들에게는 여러 사정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으며, 청중들에게는 1년 동안 상주 연주자의 프로그램을 따라다니면서 팬이 되고 한 아티스트에 대해서 깊이있게 알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프로그램이다.
물론 해당 아티스트의 베를린에서의 체류기간 동안의 체제비나 연주비가 제공되기 때문에 아티스트들로서는 정말 바쁜 일정 때문에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음악공부에 다시 천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베를린필 레지던스 아티스트’라는 자랑스런 레테르를 평생 간직할 수 있기도 하다.
상주 연주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베를린필과는 달리 다양한 국제적 오케스트라와 현대음악 공연을 중시하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는 전통적으로 상주 작곡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조지 브리튼이 신작을 위촉받고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신작을 연주하는 식이다.
올해 8월 16일부터 9월 8일까지 펼쳐지며 ‘혁명’(Revolution)을 주제로 삼고 있는 2013년 루체른 페스티벌에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여성 작곡가 차야 체르노빈이 상주 작곡가로 선정됐다. 그녀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에 대해 작곡하고 싶다.”라면서 이번 상주 작곡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창작의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오디오 레코딩과 전자음향을 라이브 연주에 반영하면서 유럽 주류 창작음악계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 그의 작품이 이번 여름 또 어떤 놀라운 창작품을 선보이게 될지 기대된다. 또한 레지던스 쿼텟(현악 4중주단)으로 잭 쿼텟(Jack)을 임명해 페스티벌 기간내내 새로운 음악 창조의 산실과 공방으로 연주를 맡겼다.
이처럼 상주 음악가나 상주 작곡가 제도는 새로운 아티스트나 음악을 청중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할 수 있고 빼어난 예술성을 갖춘 아티스트를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금호아트홀이나 서울시향, 고양아람누리,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시행하고 있는 상주 아티스트 제도가 앞으로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연주자와 청중이 깊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음악평론가·KBS 클래식FM ‘장일범의 가정음악 MC’>
앞으로도 세종솔로이스츠는 고양아람누리 공연장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정기적으로 올리게 되는데 이렇게 수준 높은 단체나 연주자를 상주 아티스트(Residence artist)로 극장이 선정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다.
이미 1월에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에서 독주회를 열었고, 사계절에 걸쳐 청중은 네 번의 독주회와 두 번의 실내악 앙상블을 통해서 바흐에서부터 거슈인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상주 아티스트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실시한 단체는 사실 통영국제음악제다. 그동안 작곡가 진은숙, 하이너 괴벨스 등과 함께했고 진은숙은 서울시향의 레지던스 작곡가를 역임하기도 했다.
연주자들에게는 여러 사정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으며, 청중들에게는 1년 동안 상주 연주자의 프로그램을 따라다니면서 팬이 되고 한 아티스트에 대해서 깊이있게 알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프로그램이다.
물론 해당 아티스트의 베를린에서의 체류기간 동안의 체제비나 연주비가 제공되기 때문에 아티스트들로서는 정말 바쁜 일정 때문에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음악공부에 다시 천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베를린필 레지던스 아티스트’라는 자랑스런 레테르를 평생 간직할 수 있기도 하다.
상주 연주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베를린필과는 달리 다양한 국제적 오케스트라와 현대음악 공연을 중시하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는 전통적으로 상주 작곡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조지 브리튼이 신작을 위촉받고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신작을 연주하는 식이다.
올해 8월 16일부터 9월 8일까지 펼쳐지며 ‘혁명’(Revolution)을 주제로 삼고 있는 2013년 루체른 페스티벌에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여성 작곡가 차야 체르노빈이 상주 작곡가로 선정됐다. 그녀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에 대해 작곡하고 싶다.”라면서 이번 상주 작곡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창작의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오디오 레코딩과 전자음향을 라이브 연주에 반영하면서 유럽 주류 창작음악계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 그의 작품이 이번 여름 또 어떤 놀라운 창작품을 선보이게 될지 기대된다. 또한 레지던스 쿼텟(현악 4중주단)으로 잭 쿼텟(Jack)을 임명해 페스티벌 기간내내 새로운 음악 창조의 산실과 공방으로 연주를 맡겼다.
이처럼 상주 음악가나 상주 작곡가 제도는 새로운 아티스트나 음악을 청중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할 수 있고 빼어난 예술성을 갖춘 아티스트를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금호아트홀이나 서울시향, 고양아람누리,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시행하고 있는 상주 아티스트 제도가 앞으로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연주자와 청중이 깊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음악평론가·KBS 클래식FM ‘장일범의 가정음악 M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