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의 경제 멘토링] 세대간 고용갈등과 사회통합
2013년 05월 10일(금) 00:00 가가
취업난을 겪는 대학생들은 “우리 아버지 빼놓고 나이 든 사람들은 빨리 직장을 그만두고, 우리에게 일자리를 양보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경제가 성장해도 취업 기회가 인구 증가만큼 늘어나지 못하여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 시대가 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못하니 대졸 자녀들은 졸업하고도 취업하기 어려워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더구나 모두가 선망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대졸자가 체감하는 취업난은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고령자 아버지들도 마찬가지로 조기 퇴직의 압력에 몰려 직장에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밀려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은 정년연장과 청년 고용의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공약이 최근 구체적인 입법으로 실현되면서 세대간 고용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법적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 고령자들은 기업에 그만큼 더 오래 근무할 수 있어 아버지 세대는 크게 환영한다. 그런 반면 청년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 취업 기회를 얻기 힘들다. 세대간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다.
한편 국회에서 지난 달 의결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따라 앞으로 3년간 공공기관은 정원의 3%에 해당하는 청년(29세 이하)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그러자 30세 이상의 세대는 취업에서 29세 이하에 비하여 불이익을 받는다고 불만이다. 학교 졸업과 취업 연령이 늦어지며 일어나는 연령간의 고용갈등 문제이다. 하나의 문제 해결이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처음부터 예상했던 상황이다. 중소기업이야 지금도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세대간 대체효과가 적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등은 일자리 수가 제한되어 있어 세대간 갈등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입법에는 여러 보완조치가 함께 강구될 것으로 기대하였던 사항이다. 고령자의 경우 직장과 일거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장 핵심 관심사이고, 청년들은 괜찮은 직장에 취업해서 일을 배우고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이다.
그렇다면 핵심 관심사가 아닌 사항에 대해서는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 대립되는 상황에서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모두다 차지하겠다고 하면 세대를 모두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임금이 최대 관심사가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나 직장이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면 임금은 최우선 관심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입법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대화하며, 사회통합을 이룰 해결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본격적으로 사회적 협의를 하고, 그 결과 타협방안이 강구된 것인가?
최근 우리 사회에는 소득 양극화와 비정규직 증가, 빈곤층의 확대, 대-중소기업 간의 격차 확대 등 여러 부문에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걱정하는 지적이 많다. 세대간 고용갈등도 이런 영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현안인데도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데 너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자유주의 이론이 발전되면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되 점차 실업·빈곤 등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책임으로 보는 ‘시민권’ 개념이 형성된다. 그런 기반 위에서 사회입법이 추진되었기에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사회정책의 목표를 ‘사회통합’이라고 내세울 수 있었다.
또한 사랑을 실천하려는 기독교 교리와 함께 사회가 연대의식으로 여러 계층을 아우르며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관행이 마련된 것이다.
EU에서는 ‘사회통합’(social cohesion)이란 불균형을 최소화하고, 양극화를 피하면서 모든 사회 구성원의 복지를 보장하는 사회의 역량’이라고 정의한다. 캐나다 정치학자 제인 젠슨은 사회통합의 핵심 요소를 소속감, 포용, 공평한 정치참여, 사회에서의 다양한 차이에 대한 관용과 인정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사회통합이 이루어지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되 개인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어느 누구도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참여시켜야 한다. 포용, 관용, 사회 구성원 간의 상생 등 이러한 것이 모두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여러 계층과 모든 세대를 포용하는 논의 기구를 만들고,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여 양보와 타협을 통해 우리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못하니 대졸 자녀들은 졸업하고도 취업하기 어려워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더구나 모두가 선망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대졸자가 체감하는 취업난은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고령자 아버지들도 마찬가지로 조기 퇴직의 압력에 몰려 직장에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밀려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입법에는 여러 보완조치가 함께 강구될 것으로 기대하였던 사항이다. 고령자의 경우 직장과 일거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장 핵심 관심사이고, 청년들은 괜찮은 직장에 취업해서 일을 배우고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이다.
그렇다면 핵심 관심사가 아닌 사항에 대해서는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 대립되는 상황에서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모두다 차지하겠다고 하면 세대를 모두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임금이 최대 관심사가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나 직장이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면 임금은 최우선 관심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입법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대화하며, 사회통합을 이룰 해결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본격적으로 사회적 협의를 하고, 그 결과 타협방안이 강구된 것인가?
최근 우리 사회에는 소득 양극화와 비정규직 증가, 빈곤층의 확대, 대-중소기업 간의 격차 확대 등 여러 부문에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걱정하는 지적이 많다. 세대간 고용갈등도 이런 영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현안인데도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데 너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자유주의 이론이 발전되면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되 점차 실업·빈곤 등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책임으로 보는 ‘시민권’ 개념이 형성된다. 그런 기반 위에서 사회입법이 추진되었기에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사회정책의 목표를 ‘사회통합’이라고 내세울 수 있었다.
또한 사랑을 실천하려는 기독교 교리와 함께 사회가 연대의식으로 여러 계층을 아우르며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관행이 마련된 것이다.
EU에서는 ‘사회통합’(social cohesion)이란 불균형을 최소화하고, 양극화를 피하면서 모든 사회 구성원의 복지를 보장하는 사회의 역량’이라고 정의한다. 캐나다 정치학자 제인 젠슨은 사회통합의 핵심 요소를 소속감, 포용, 공평한 정치참여, 사회에서의 다양한 차이에 대한 관용과 인정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사회통합이 이루어지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되 개인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어느 누구도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참여시켜야 한다. 포용, 관용, 사회 구성원 간의 상생 등 이러한 것이 모두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여러 계층과 모든 세대를 포용하는 논의 기구를 만들고,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여 양보와 타협을 통해 우리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