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의 경제 멘토링] CEO 보수의 한계
2013년 04월 12일(금) 00:00 가가
미국 CEO들은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미국 CEO 중 최고의 보수를 받은 경영자는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으로 962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100억 원 상당을 받았다. 뉴욕 타임즈는 매년 최고 경영자들의 보수 수준을 조사하여 발표하는데 지난해의 조사 결과를 이번에 보도한 것이다. 도대체 래리 앨리슨은 얼마나 대단한 실적을 낸 것일까?
그런데 오라클 최고 경영자의 보수가 지난해 20% 이상 오른 반면 정작 회사 주가는 20%나 떨어졌다고 한다. 회사 주가는 떨어지는데 그 최고 책임자의 보수가 대폭 오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래리 앨리슨은 오라클의 공동 설립자이고, 지금도 회사 주식을 4분의 1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 3대 부자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CEO 보수에는 아무 제한이 없어야 하는 것인가?
스위스는 지난 3월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민간 기업 CEO 보수 수준은 주주들의 의결을 받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를 위반하면 연봉의 최대 6배에 해당하는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한다. 국민투표를 거친 이 법안은 의회에서 의결되면 바로 시행된다.
문제의 발단은 국민이 이해할 수 없게 민간기업 CEO들이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다. 금융위기 주범으로 꼽혔던 투자은행 UBS, 크레디 스위스 은행, 제약회사 노바티스 등의 CEO가 수 백억 원에 달하는 보수와 퇴직금을 받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결국 입법화에 이른 것이다.
민간기업이 아무리 높은 보수를 지급하더라도 그것은 기업의 자율사항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경영이 실패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기업에서도 경영진에게 높은 보수를 자율적으로 지급해도 되는 것일까? 만약에 기업이 잘못되어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최고 경영진의 보수를 국민이 대신 지급해 주는 것과 같은 데도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가?
이 문제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대공황 때 미국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이슈이다. 1929년에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에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1000만 명 이상이 실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일부 기업의 고위 경영자들이 높은 보수를 받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분노한다.
의회는 서둘러 법안을 마련하여 경영진의 보수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일부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삭감하거나 상한선을 두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금융에 대한 규제완화, 감독미흡이 집중적으로 지적되자 그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최고 경영진 보수에 관한 법안을 대폭 보완하게 된다. 2010년 7월 발효된 미국의 ‘도드-프랭크법’은 최고 경영진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최고 경영자들의 보수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했다.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임원 보수에 대해 투명한 결정과 주주들의 승인을 요구하고 증권거래위원회가 지켜보고 있어 무시하기 어려운 제도이다.
유럽의회와 EU집행위원회, EU각료회의는 최근 은행 경영진의 보너스가 고정 연봉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등의 금융 관련 법안에 합의했다. 회원국 과반수가 동의하면 보너스 제한 법안은 내년부터 발효된다. EU는 스위스 국민투표 결과를 즉각 환영하고 EU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뜻을 밝혀 EU의 법제화 작업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이 이 법안에 반발하고 있지만 EU 회원국 다수가 동의하고 있으며 경영진 보수에 대한 반감 여론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어 곧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정무위)가 지난달 상장사 임원의 개별 보수 내역을 공개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 법안대로 임원의 보수 내역을 공개하면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거나 노사간 위화감 조성, 기업간 임원보수 인상 경쟁 유발 등 여러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제 세계적인 대세는 경영진의 보수 정보를 공개하여 투명하게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최고 경영진의 보수가 그 회사 근로자 평균의 20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미국 최고 경영자의 보수는 생산직 노동자 평균임금의 39배에 달했다고 한다. 그 비율이 이탈리아에서는 26배, 뉴질랜드에서는 25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소득분배 왜곡이 더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 기업의 경쟁력은 전 근로자의 열정과 창의력에서 나온다. 주인의식을 갖는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근무의욕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위화감을 갖게 하는 과도한 보수격차는 기업 발전이나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스위스는 지난 3월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민간 기업 CEO 보수 수준은 주주들의 의결을 받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를 위반하면 연봉의 최대 6배에 해당하는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한다. 국민투표를 거친 이 법안은 의회에서 의결되면 바로 시행된다.
민간기업이 아무리 높은 보수를 지급하더라도 그것은 기업의 자율사항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경영이 실패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기업에서도 경영진에게 높은 보수를 자율적으로 지급해도 되는 것일까? 만약에 기업이 잘못되어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최고 경영진의 보수를 국민이 대신 지급해 주는 것과 같은 데도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가?
의회는 서둘러 법안을 마련하여 경영진의 보수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일부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삭감하거나 상한선을 두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금융에 대한 규제완화, 감독미흡이 집중적으로 지적되자 그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최고 경영진 보수에 관한 법안을 대폭 보완하게 된다. 2010년 7월 발효된 미국의 ‘도드-프랭크법’은 최고 경영진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최고 경영자들의 보수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했다.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임원 보수에 대해 투명한 결정과 주주들의 승인을 요구하고 증권거래위원회가 지켜보고 있어 무시하기 어려운 제도이다.
유럽의회와 EU집행위원회, EU각료회의는 최근 은행 경영진의 보너스가 고정 연봉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등의 금융 관련 법안에 합의했다. 회원국 과반수가 동의하면 보너스 제한 법안은 내년부터 발효된다. EU는 스위스 국민투표 결과를 즉각 환영하고 EU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뜻을 밝혀 EU의 법제화 작업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이 이 법안에 반발하고 있지만 EU 회원국 다수가 동의하고 있으며 경영진 보수에 대한 반감 여론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어 곧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정무위)가 지난달 상장사 임원의 개별 보수 내역을 공개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 법안대로 임원의 보수 내역을 공개하면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거나 노사간 위화감 조성, 기업간 임원보수 인상 경쟁 유발 등 여러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제 세계적인 대세는 경영진의 보수 정보를 공개하여 투명하게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최고 경영진의 보수가 그 회사 근로자 평균의 20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미국 최고 경영자의 보수는 생산직 노동자 평균임금의 39배에 달했다고 한다. 그 비율이 이탈리아에서는 26배, 뉴질랜드에서는 25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소득분배 왜곡이 더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 기업의 경쟁력은 전 근로자의 열정과 창의력에서 나온다. 주인의식을 갖는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근무의욕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위화감을 갖게 하는 과도한 보수격차는 기업 발전이나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