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갯살이] 작은섬 가는 길
2013년 04월 05일(금) 00:00 가가
지난 주말에 찾아간 섬은 아주 작은 섬이었다. 거기에는 다섯 가구가 살고 있었다. 그곳을 들어가려고 그동안 몇 차례 시도했으나 여객선이 없었다. 이리 저리 수소문을 하다 겨우 마을이장과 연락이 닿았다. 만나기로 약속한 선창으로 이장이 배를 몰고 왔다.
비록 작은 섬이지만 한 때 조기를 잡아 일본 상인들에게 넘길 만큼 고기잡이가 활발했던 곳이다. 지금은 낭장망으로 멸치를 잡아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배를 정박한 이장은 “우리가 떠나면 무인도가 될 것이요. 주변에 그런 섬 쎄 부렀어라.”라며 푸념 섞인 말을 던졌다.
선창 곳곳은 지난 여름 볼라벤과 산바 등 태풍으로 무너진 생채기가 그대로 있었다. 이대로 내년 태풍까지 맞아야 할 것 같다는 이장의 자조적인 목소리가 결코 그냥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나 또한 알고 있다. 뭐든지 뭍이 우선이고 그 다음은 큰 섬, 작은 섬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이제 작은 섬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객선도 다니지 않는 작은 섬에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는 체념이 더 강하다. 그 체념 끝에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라는 표정이 들어 있었다.
한 달 전에 겪은 일이다. 작은 섬으로 가기 위해 땅 끝 갈두선착장에 도착해 표를 달라고 했다. 표를 파는 사람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선장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 배가 못간다고 대답했다. 어처구니없었다. 오전에 통화할 때 출발시간까지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항변했다. “우리는 표만 팔고 운항 여부는 선장이 안다”며 선장에게 가서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그냥 돌아갈까 생각하다 해남까지 달려온 것이 억울했다. 또 언제 갈 수 있는지 확인도 하고 싶었다. 선착장에 정박하고 있는 배에 올라 선장실 문을 두들겼다. 선장은 주민들이 가두리양식장을 만들면서 항로를 막아 운항이 어렵다고 한다. 더 깜짝 놀란 건 지난해 중반부터 배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마을 이장에게도 전화를 했다. 선장에게 부탁하면 배를 대준다며, “다른 큰 배도 왔어라. 기회만 생기면 안 올라고 핑계만 댕께”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다고 내가 바다로 가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답답했지만 발길을 돌렸다.
다만 평소에도 선장에게 부탁을 해야 작은 섬에 내려 준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또 선장 말대로라면 배가 운항을 하지 않는 것이 오래된 일인데 배 시간을 알려준 매표소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 섬에 들어가기 위해 전화로 확인했을 때는 분명히 배 시간까지 알려줬던 것이다. 그때 배편이 없다고 했으면 땅 끝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뭍에서는 자가용을 가지고 어디라도 갈 수 있다. 사람 사는 곳에 도로가 없는 곳은 거의 없다. 버스 노선이 없으면 택시를 부르면 된다. 섬에는 항로가 있다. 배가 다니는 뱃길이다. 수송 주체에 따라 여객항로와 화물항로로 나뉜다. 그리고 여객항로는 일반항로와 명령항로가 있다. 내가 가려고 한 곳은 일반항로다.
명령항로는 정치상 또는 경제상 필요에 의해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변제해주는 대신에 경영을 명령하는 항로다. 일반항로도 기상이변 등 사정에 의해 항만청에서 결항을 명령하지 않는 한 운항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선창이 부서졌다. 물이 많이 빠져 수위가 낮다. 장애물이 있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운항이 중단되었거나 가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다. 완도의 낙도를 가려면 기름을 얼마나 때야 하는지라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1967년 해운진흥법에 근거를 마련해 낙도보조항로 운항을 지원하고 있다. 이것이 명령항로라는 제도다.
일본의 어느 섬 지역은 ‘기선도 도로다’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고 한다. 섬을 찾는 사람들도,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차를 싣고 달리는 배는 도로에 준한다는 의미이다. 즉 뱃길도 도로에 준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뭍에서 도로가 막히거나 운항이 중단되면 난리가 난다. 그리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신속하게 복구를 한다. 모두 국가가 나서서 하는 일이다.
최근 작은 섬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펜션을 짓거나 별장을 지으려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전복이나 우럭 양식을 하는 어민들도 작은 섬을 찾고 있다. 큰 섬에서 오랫동안 양식을 한 탓에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면서 대체어장을 찾아 작은 섬마을 어장을 찾고 있다. 작은 섬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특히 뭍과 가까운 거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뭍에서 땅의 가치를 높이려면 도로를 놓는 일부터 시작한다. 섬이라고 다르지 않다. 있는 뱃길을 지키는 일이 섬을 살리는 시작이다.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비록 작은 섬이지만 한 때 조기를 잡아 일본 상인들에게 넘길 만큼 고기잡이가 활발했던 곳이다. 지금은 낭장망으로 멸치를 잡아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배를 정박한 이장은 “우리가 떠나면 무인도가 될 것이요. 주변에 그런 섬 쎄 부렀어라.”라며 푸념 섞인 말을 던졌다.
이제 작은 섬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객선도 다니지 않는 작은 섬에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는 체념이 더 강하다. 그 체념 끝에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라는 표정이 들어 있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마을 이장에게도 전화를 했다. 선장에게 부탁하면 배를 대준다며, “다른 큰 배도 왔어라. 기회만 생기면 안 올라고 핑계만 댕께”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다고 내가 바다로 가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답답했지만 발길을 돌렸다.
다만 평소에도 선장에게 부탁을 해야 작은 섬에 내려 준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또 선장 말대로라면 배가 운항을 하지 않는 것이 오래된 일인데 배 시간을 알려준 매표소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 섬에 들어가기 위해 전화로 확인했을 때는 분명히 배 시간까지 알려줬던 것이다. 그때 배편이 없다고 했으면 땅 끝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뭍에서는 자가용을 가지고 어디라도 갈 수 있다. 사람 사는 곳에 도로가 없는 곳은 거의 없다. 버스 노선이 없으면 택시를 부르면 된다. 섬에는 항로가 있다. 배가 다니는 뱃길이다. 수송 주체에 따라 여객항로와 화물항로로 나뉜다. 그리고 여객항로는 일반항로와 명령항로가 있다. 내가 가려고 한 곳은 일반항로다.
명령항로는 정치상 또는 경제상 필요에 의해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변제해주는 대신에 경영을 명령하는 항로다. 일반항로도 기상이변 등 사정에 의해 항만청에서 결항을 명령하지 않는 한 운항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선창이 부서졌다. 물이 많이 빠져 수위가 낮다. 장애물이 있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운항이 중단되었거나 가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다. 완도의 낙도를 가려면 기름을 얼마나 때야 하는지라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1967년 해운진흥법에 근거를 마련해 낙도보조항로 운항을 지원하고 있다. 이것이 명령항로라는 제도다.
일본의 어느 섬 지역은 ‘기선도 도로다’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고 한다. 섬을 찾는 사람들도,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차를 싣고 달리는 배는 도로에 준한다는 의미이다. 즉 뱃길도 도로에 준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뭍에서 도로가 막히거나 운항이 중단되면 난리가 난다. 그리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신속하게 복구를 한다. 모두 국가가 나서서 하는 일이다.
최근 작은 섬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펜션을 짓거나 별장을 지으려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전복이나 우럭 양식을 하는 어민들도 작은 섬을 찾고 있다. 큰 섬에서 오랫동안 양식을 한 탓에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면서 대체어장을 찾아 작은 섬마을 어장을 찾고 있다. 작은 섬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특히 뭍과 가까운 거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뭍에서 땅의 가치를 높이려면 도로를 놓는 일부터 시작한다. 섬이라고 다르지 않다. 있는 뱃길을 지키는 일이 섬을 살리는 시작이다.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