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검증 논란’이 드세다. 정치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비정치인이 갑자기 대통령의 유력 후보로 등장하면서 생긴, 이른바 ‘안철수 현상’ 때문이다. 이 현상은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강렬한 열망을 꼽을 수 있다. 공공을 앞세우고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를 논하며 젊은 세대의 고민을 들어주는 안 교수의 존재는 구태정치의 혁파라는 상황 속에 부각된 것이다.

안 교수는 이미 ‘안풍’을 통해 소통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룸살롱 출입 논란’에 이어 최근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받은 스톡옵션(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수억 원의 차액을 남겼다는 등의 의혹이 잇따르고 있어 향후 검증 과정에서 부담을 떠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치에 있어 검사하여 증명하는 일인 ‘검증(Verification)’은 매우 중요한 행위이다. 하물며 한 국가의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인물을 바르게 검증하자는 논란은 극히 당연하고 중요하다.

문제는 중요성에 비하여 실제 ‘올바른 검증’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검증에 관련된 용어만 해도 인증, 인정, 사증, 검사, 증명 등으로 다양하고 그 차이가 미묘한 것만 보아도 이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인물 검증, 특히 공인의 자격 검증은 더 어렵다. 평가하는 사람, 평가 받는 사람, 그 내용 등이 매우 복합 다기하고 서로 이해가 극명히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과 같이, 국가 최고 지도자의 자격을 검증하는 일은 일반적 타 검증과 달리 난이도도 크고 그 성격도 다르다. 즉 정해진 절대적 기준이 있을 수 없고 평가자보다 상위인 최고 지도자를 평가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전문가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는 대개 이해관계에 따른 선거용 네가티브 검증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비자(韓非子·內儲說)에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라는 말이 나온다. 세 명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모두 곧이 믿게 된다는 뜻으로,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똑같이 하면 믿게 된다는 말이다.

검증에서 새겨야 할 말이다. 특히 종합편성체널을 비롯한 수많은 특정 언론 매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에겐 더욱 그렇다.

대통령의 자격 검증에 대한 최종 결론은 결국 유권자의 투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투표는 다수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를 결정짓는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이것도 잘 살펴보면 유념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유권자의 태도는 인지적 객관과 정의(情誼)적 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투표행위로 나타나는데 이 중 영향력이 큰 쪽은 아무래도 정적 요소인 호감 여부이고, 이 감은 한번 갖게 되면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인지적으로도 사람들은 구두쇠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의 인지 용량은 지극히 적어 단기 기억 용량이 5∼9개에 불과하다. 이것도 정보처리를 할 때는 그 용량을 100% 활용하는 것이 귀찮아서 1∼2개의 정보만을 가지고 결론을 내는 경향이 크다. 이도 걱정이다.

이래저래 이번 검증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래도 미래의 우리 국가 지도자를 뽑는 일이니 구두쇠이기보다는 우리 모두 ‘인지적 여유로움’을 가지고 이 논란을 잘 지켜보아야 겠다.



〈초당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