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11시, 광주우체국 앞에서는 에너지관리공단 호남지역본부와 광주전남시민단체 회원들이 전력위기 극복을 위한 추진협의회 출범식을 갖고 전기절약 캠페인을 펼치고 있었다.

이어 오후 2시, 느닷없는 사이렌 소리에 놀란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민방위훈련은 15일이 아닌가. 지금껏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민들로부터 인식되어온 민방위훈련은 북으로부터 공습, 화생방전, 화재대피 훈련이 아니라 전기절약을 위한 정전훈련이라니.

지난해 9월 15일의 블랙아웃, 즉 대규모 정전사태를 우리는 경험했다. 그날 예고 없는 순환정전으로 전국 162만 가구가 620억 원의 물적 피해를 입었다. 그뿐인가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고, 병원의 각종 장비가 작동을 멈추고, 교통신호가 꺼져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따라서 이번 정전훈련은 우리로서는 마땅히 다가올 위험에 대한 것이다.

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최소 400만KW의 예비전력이 필요한데, 12년 만에 가장 무더웠다는 19일에는 예비전력이 330만KW로 떨어져 비상조치의 하나인 관심단계를 발령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른 셈이다.

이를 인식하여 캠페인에 동참하고 민방위훈련에 참여하면서도 필자는 약간의 서글픔을 느낀다. 매년 우리는 이런 일을 되풀이해야 하는 건가. 전기제품은 그냥 무조건 꺼야만 하는 건가? OECD 그룹에 들어간 지도 꽤나 되었고, 얼마 전부터는 G20이라는 명예의 전당에도 들어갔다는데 에너지 절약방법에 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니 말이다.

에너지 절약효과가 크다고 들은 전자제품은 그 얼마며,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이 기존 발전소 이외에도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이 얼마나 늘었는데 해마다 전기가 부족하다며 이열치열, 이한치한을 외치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태양열,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은 전기 소모가 적고, 친환경적 이어서 그런 시설을 갖춘 건물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는데 왜 모든 건물은 천편일률로 불을 끄고,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어야 하는가. 고효율설비, 친환경설비를 활용하는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가 똑같이 온도규제를 받는다면 누가 과연 그러한 설비를 설치하려고 할 것인가.

그리고 또 다른 측면을 살펴보자. 경기는 어렵다고 하는데 전력소비량이 전년보다도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가게, 기업, 자영업 모두가 전기요금을 올리면 가게와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하소연만 해야 하는가. 전기의 원료인 석유보다 전기라는 제품이 비싸다는 기이한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 지고 있는 것일까.

작년 9월 15일, 전국적으로 순환정전이 일어났을 때 일부에서는 예비력을 확충하여 공급의 안정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외치고, 다른 한 편에서는 특정한 시기에 수요가 몰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해법을 주장했다. 또 한편에서는 전기중독에서 헤어나는 것만이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하였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필자는 혹시 우리는 모두가 전기에 심하게 중독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100원어치를 팔면 12.60원을 손해 보는 구조, 현행 전기요금 또한 국제적으로도 일본 대비 40%, 미국 대비 7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서 전기요금이 석유, 석탄 등 1차 에너지값 보다 싼 비정상적인 상태를 인지해야한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의 전력소비 증가율이 미국 1.7%, 일본 -1.9%인데 반해 우리는 30.6%이나 된다는 점을 인식한 후에도 일상생활을 전기에만 의존한다면 이것은 분명 전기에 중독된 것이다.

알코올 중독이 치유되지 않으면 삶에 파탄이 생기는 것처럼 전기중독이 빠르게 치유되지 않으면, 우리의 전반적인 삶은 어느 순간 나락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이다. 왜냐하면 전기는 전기처럼 빠르게 전국적으로 공급이 멈출 수도 있으니까.

〈한국생산성본부 호남지역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