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별나기로 소문난 것 중의 하나가 명절이나 연휴 때 도로가 자동차로 넘쳐나 지체되는 현상이다. 명절 때 자동차로 서울에서 지방의 거점도시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나 연휴 때 주요 관광지에서 귀경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방송의 톱뉴스로 보도되는 나라이다.

정시성을 확보한 대량수송수단인 철도 확충은 등한시한 채, 도로 우선 교통정책을 추진해 온 당연한 결과이다. 도로는 1970년 4만244km에서 2010년 10만5565km로 2.6배 증가한데 반해 철도는 1970년 3193km에서 2010년 3557km로 1.1배 증가에 그쳤다. 철도 연장은 도로의 1/33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의 철도망은 일제시대에 건설된 것에다 고속철도만 추가된 구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가 막힐 수밖에 없다.

반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제국은 철도 중심 교통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교통정책에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는 영국과 프랑스는 철도연장이 도로연장을 웃도는 수준이다. 유럽연합으로 출범하면서 설정한 교통망 프로젝트 30개 가운데 철도 관련 사업이 22개에 달하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도로통행료 수입의 일부를 철도 확충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유럽의 철도 중심 교통정책을 상징하는 사례다.

인근 일본 또한 철도와 도로 연장이 비슷한 수준이며, 도로가 가장 잘 발달돼 있는 미국의 경우도 도로가 철도연장의 2.3배에 불과하다. 그리고 중국도 내륙개발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하늘 길’이라는 이름의 ‘칭짱철도’부터 구축해 낙후지역인 티벳개발을 촉진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철도는 녹색성장시대에 적합한 교통망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로는 철도에 비해 대기오염비용이 3배 이상, 교통사고비용은 646배에 달해, 도로의 사회적 비용은 철도에 비해 40배 이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시에 철도는 고유가시대에 적정 교통수단이다. 같은 수의 사람을 수송할 때 소요되는 에너지는 철도에 비해 버스는 5.5배, 택시는 15.7배이며, 화물 운송 시에는 도로는 철도의 15.8배에 달한다.

늦었지만, 우리도 교통체증 해소, 친환경적 녹색성장전략 추진, 그리고 에너지비용 절감 등의 장점을 활용해 철도 중심 교통정책으로 회귀하는 철도르네상스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다.

먼저, 정부가 철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철도 중심 교통정책을 추진해야 교통체증을 해소하면서 친환경적인 녹색성장전략을 추진할 수 있고, 고유가시대에 부합한 교통망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철도와 도로, 항만, 공항과의 연계를 강화하여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교통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국제공항과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정책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호남고속철도가 신선으로 건설되어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하고, 해저터널을 통해 제주까지 연결하는 구상이 절실하다. 호남고속철도가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하면, 무안공항에 대한 접근도 제고로 인해 수요가 대폭 창출되어 무안공항도 활성화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해저철도 확충 추세에 힘입어 호남고속철도를 제주까지 연결하는 목포∼제주간 해저터널을 건설해야 한다. 이미 세계 각국이 대륙과 대륙, 대륙과 주요 도서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건설했거나 구상 중이다. 거가대교, 영·불해협의 유로터널, 일본 세이칸터널 등이 건설되었고, 한·중터널(중국 威海∼인천), 한·일터널(부산∼후쿠오카), 베링해협터널(러시아∼알래스카) 등이 구상 중에 있다. 수도권의 한·중터널과 영남권의 한·일터널과 함께 호남권의 전남∼제주간 터널이 개통되면 한반도 3대 해저터널시대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강조컨대, 도로와 철도간 불균형과 교통수단간 연계체계의 취약성을 개선해 철도르네상스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그 상징적 조치로 호남고속철도가 신선으로 건설되어야 하며, 제주까지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건설되어야 한다. 대규모 국책프로젝트인 만큼 당장의 건설비용보다는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정책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건철 전남발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