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의 문을 연 첫 해는 경진년 용의 해로 시작되었다. 세월은 흘러 다시 임진년 용의 해를 맞이한다. 우리나라에서 용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꿈을 실현해주는 상징적 영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상징임에도 틀림없다.

지난 해 우리 사회를 이끈 핵심 키워드로 소통과 공감이 맨 먼저 떠오른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을 활용한 소셜미디어의 성장은 빠른 속도와 경계 없는 광범위한 확장성으로 소통과 공감의 영역을 폭발적으로 확산시켰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SNS의 위력은 가히 무소불위의 힘을 보여 주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최초의 SNS선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네트워크화된 개인들의 힘이 작동되자 기존의 정치권력의 지형은 손쉽게 무너졌다. 청춘콘서트로 유명해진 안철수 교수는 급기야 대선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 후보를 끌어내렸다. 인터넷 팟캐스트방송인 ‘나꼼수’ 열풍은 SNS바람과 맞물려 변화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2011년은 분명 한국사회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올해는 이른바 ‘선거의 해’다. SNS의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 것이다. 60년만에 왔다는 흑룡띠 해의 상징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문화생태계 전반에 걸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문화향유자이자 관객은 보다 적극적인 문화소비가 가능해졌다. 향유와 소비가 쌍방향에서 이루어지면서 수요자가 생산 및 창작과정에 깊이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참여를 기반으로 한 이러한 발전은 관객에 의해 주도되면서 예술작품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예술에 보다 많은 관객을 결합하려는 문화예술단체의 궁극적인 목적과 부합되는 일이다. 예술가와 관객이 직접 소통하고 예술단체는 예술가와 관객 모두를 네트워크로 형성한다. 결국 이 흐름은 문화정책을 이끌어가는 화두가 되어 문화향유자 즉, 수요자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견인했다. 수요자 중심의 정책전환은 이전의 문화예술 지원정책이 한정된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갔다는 점을 반성하고 문화소외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서비스를 확대하는데 중점을 둔다.

광주문화재단의 정책방향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문화소외계층의 하위문화가 그 고유의 가치를 표현하고 스스로 발전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창의력을 높이겠다는 발상이다. 이러한 정책은 ‘문화나눔’을 통해서 실천되고 있다. SNS 싸이월드의 ‘일촌’개념을 확장하여 문화소외계층에게 따뜻한 문화나눔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문화바우처 카드사업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에게 공연관람을 지원하는 ‘모셔오는 서비스’, 장애우와 장애우가족들이 댄스, 풍물, 공예 등을 체험하는 ‘곰두리 아카데미’, 전국 최초의 다문화 가족단위로 구성된 ‘다문화M오케스트라’,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모델로 한 ‘꿈꾸리 오케스트라’가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또한 대인시장 상인들이 뭉친 ‘상인예술단’이 있다. 상인들이 연기나 춤을 배우고 시장이야기를 담은 대본을 만들어서 마당극 공연을 한다.

주목할 점은 이 문화나눔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와 예술단체는 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수혜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재능나눔 형태로 자신들이 받은 혜택을 다시 나눔으로써 문화생태계 내에 선순환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문화나눔은 우리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역할에 크게 주목한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커가고 있는 가운데 문화예술분야의 비중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나 문화마케팅의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문화예술의 창조적이며 품격있는 이미지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로 연계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문화나눔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다. 예술가와 문화예술단체 그리고 기업의 적극적 소통과 공감을 통한 문화나눔은 우리 사회를 환하게 밝힐 희망의 등불임에 틀림없다.

〈박선정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