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싱가포르의 전략
2011년 11월 28일(월) 00:00 가가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올해 8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지만 면적은 고작 서울 크기만 하고 인구는 400만 명에 불과한 싱가포르를 찾은 외국 관광객은 이미 2007년도에 1000만 명을 넘겼다.
주지하다시피 싱가포르는 내세울만한 역사문화유산이나 자연 관광자원이 없는 나라다. 그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수많은 역사문화자원과 화려한 금수강산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풍요로운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한국을 앞질러 관광문화 대국으로 성장한 요인은 무엇일까?
싱가포르의 성공 비결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우리처럼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한 역사문화유산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지 못한데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내세울 것이 없는, 어찌 보면 매우 불리한 그들의 여건이 그들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인 발상을 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싱가포르가 택한 전략은 먼저 도시 전체를 시민이 살기에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주민들조차 살기에 불편하고 어려운 환경이라면 외국의 관광객들이 찾아올 리 없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그러한 발상 하에 도로와 주택정책을 폈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전신주를 지하에 묻어 단 한 개의 전신주도 없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그리고 싱가포르 정부는 일찍이 싱가포르 규모의 도시에 교통 체증을 유발하지 않는 적정수의 자동차 수가 몇 대가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계산하여 그 숫자만큼의 자동차 운송허가증을 발부했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자동차를 굴리려면 상당한 액수의 웃돈을 주고 운송증을 사야한다. 자동차를 소유하기가 어려운 대신 싱가포르 정부는 대중교통체계를 완벽하게 발전시켰다.
그러므로 시민들은 편리한 지하철과 버스환승체계 때문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외국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싱가포르를 찾는 손님들이 전신주가 없는 깔끔한 시가지를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고 편하게 다닐 수 있음을 뜻한다.
여타의 도시에서 만나는 교통지옥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한 것이 국제화이다. 한 예로, 국제도시인 홍콩의 택시기사들은 약 60% 정도가 영어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싱가포르의 경우는 거의 100%가 영어 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싱가포르가 경제, 교육 등의 분야에서 택한 국제화전략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문화의 영역을 보면 싱가포르는 그들만의 역사 문화적 콘텐츠가 많지 않고, 400만이라는 인구로는 모든 분야에서 첨단을 가는 인재를 갖추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에 대한 해결책을 포용과 개방에서 찾았다.
그래서 지난 10여 년 동안 싱가포르에 들어선 주요 건축물의 상당수가 모세 샤프디와 같은 세계 최고 건축가들의 작품이다. 그리고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문화산업인 만큼 싱가포르 정부는 그동안 도시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시켜왔다.
그러한 작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마리나 베이로 불리는 해변지구에 조성한 문화복합단지를 들 수 있다. 이 지구 내에는 ‘두리안’이라는 애칭이 붙은 예술센터가 들어섰고, 그 양 옆으로 역사문화지구와 호텔과 컨벤션센터, 쇼핑몰을 배치했다.
예술센터에서는 연중 내내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가들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컨벤션센터에 위치한 뮤지컬전용극장에서는 뉴욕브로드웨이의 공연이 동시에 진행된다. 그리고 최근 개관한 과학예술박물관에서는 고흐의 전시 따위도 첨단 영상과 음향기술을 접목하여 색다른 접근을 선보임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는 확실히 세계 첨단의 시설들을 세계적 인재들을 동원하여 마련해 놓음으로써 아시아나 대양주의 사람들이 유럽이나 뉴욕에 가지 않고서도 공연예술의 정수를 접하게 하였다. 동시에 이 모든 것을 관광객들이 걸을 수 있는 거리 내에서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 결과, 별 볼일 없던 평범한 도시 싱가포르가 불과 지난 10여 년 동안의 세월에 관광객이 찾고 싶은 문화도시로의 변환에 성공한 것이다. 광주가 문화도시로 성공하려면 우선 주민이 살기 편하고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고, 그 다음 ‘개방’과 ‘포용’이라는 환경에서 문화적 토양이 풍요로워진다는 교훈이 여기에 숨어 있는 듯하다.
〈최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전남대 교수〉
주지하다시피 싱가포르는 내세울만한 역사문화유산이나 자연 관광자원이 없는 나라다. 그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수많은 역사문화자원과 화려한 금수강산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풍요로운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한국을 앞질러 관광문화 대국으로 성장한 요인은 무엇일까?
싱가포르가 택한 전략은 먼저 도시 전체를 시민이 살기에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주민들조차 살기에 불편하고 어려운 환경이라면 외국의 관광객들이 찾아올 리 없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그러한 발상 하에 도로와 주택정책을 폈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자동차를 굴리려면 상당한 액수의 웃돈을 주고 운송증을 사야한다. 자동차를 소유하기가 어려운 대신 싱가포르 정부는 대중교통체계를 완벽하게 발전시켰다.
여타의 도시에서 만나는 교통지옥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한 것이 국제화이다. 한 예로, 국제도시인 홍콩의 택시기사들은 약 60% 정도가 영어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싱가포르의 경우는 거의 100%가 영어 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싱가포르가 경제, 교육 등의 분야에서 택한 국제화전략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문화의 영역을 보면 싱가포르는 그들만의 역사 문화적 콘텐츠가 많지 않고, 400만이라는 인구로는 모든 분야에서 첨단을 가는 인재를 갖추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에 대한 해결책을 포용과 개방에서 찾았다.
그래서 지난 10여 년 동안 싱가포르에 들어선 주요 건축물의 상당수가 모세 샤프디와 같은 세계 최고 건축가들의 작품이다. 그리고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문화산업인 만큼 싱가포르 정부는 그동안 도시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시켜왔다.
그러한 작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마리나 베이로 불리는 해변지구에 조성한 문화복합단지를 들 수 있다. 이 지구 내에는 ‘두리안’이라는 애칭이 붙은 예술센터가 들어섰고, 그 양 옆으로 역사문화지구와 호텔과 컨벤션센터, 쇼핑몰을 배치했다.
예술센터에서는 연중 내내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가들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컨벤션센터에 위치한 뮤지컬전용극장에서는 뉴욕브로드웨이의 공연이 동시에 진행된다. 그리고 최근 개관한 과학예술박물관에서는 고흐의 전시 따위도 첨단 영상과 음향기술을 접목하여 색다른 접근을 선보임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는 확실히 세계 첨단의 시설들을 세계적 인재들을 동원하여 마련해 놓음으로써 아시아나 대양주의 사람들이 유럽이나 뉴욕에 가지 않고서도 공연예술의 정수를 접하게 하였다. 동시에 이 모든 것을 관광객들이 걸을 수 있는 거리 내에서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 결과, 별 볼일 없던 평범한 도시 싱가포르가 불과 지난 10여 년 동안의 세월에 관광객이 찾고 싶은 문화도시로의 변환에 성공한 것이다. 광주가 문화도시로 성공하려면 우선 주민이 살기 편하고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고, 그 다음 ‘개방’과 ‘포용’이라는 환경에서 문화적 토양이 풍요로워진다는 교훈이 여기에 숨어 있는 듯하다.
〈최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전남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