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이지만, 어느 분이 장관 하마평에 거론되는 자신을 향한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원추라는 새는 남해에서 출발하면 북해까지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단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원추가 하늘을 날 때 그 아래 솔개가 썩은 쥐를 쥐고 있다가 원추를 향해 끽소리를 내며 노려 보았다’ 이 분은 장관이라는 그 자체에 관심도 없는데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입방아에 찧고 있는 것에 대해, 장자에 나오는 내용으로 대신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사람들 얼굴 모두가 다르듯이 생각도 다 다르다. 시쳇말로 자기 잣대로, 혹은 자기 저울로 남을 달지 말라고 한다. 선하고 착하게 살면 손해 볼 일이 많고 다른 이들로부터 당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선의 끝은 있고 악의 끝은 없다’는 어르신들 말씀처럼, 선하게 살면 결국은 끝이 좋게 되어있다. 자식 대에서라도 꼭 복을 받는다고 하지 않던가.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기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하다. 사람들은 다 머리가 좋다. 내가 순수하고 선하면 타인이 알아본다. 내가 타인을 평가하듯이 말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나이와 관계없이 친구는 만났다 헤어지고, 사귀게 되어 있다. ‘친구를 사귀려면 한 계단 올라가서 골라라’라는 탈무드의 내용처럼 자기보다 모든 면에서 좋은 사람과 만나야한다. 특히 인성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은 항상 넉넉하게, 여유롭게, 지혜롭게 갖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한다. 그것이 바로 원추라는 새와 같은 삶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인데, 도인이냐 평범한 범인이냐는 마음가짐의 차이다.

시골에서 밭일을 하며 날마다 호미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이 생각하기를, 이 호미질로 인해 밭에서 나온 수확물을 판다면, 내 자식 책도 사고 먹을 것도 먹이니 참으로 즐겁다. 이런 마음은 도인의 생각이다. 그런데 호미질을 하며 고생만 하는 내 팔자가 정말 한심하다. 다른 사람은 호강하며 잘도 살던데 나는 웬 고생을 타고났는지, 호미질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 때문에 괴로운 사람, 이런 마음의 소유자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렇게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즐거운 사람이 있고 괴로운 사람이 있다. 도인과 범인의 차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와 동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승진에 대한 압박감 등으로 날마다 힘든 생활을 한다. 간 손상은, 술 보다는 오히려 승진에 대한 압박감의 영향이 더 크다는 책의 내용이 생각이 난다.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면 내 마음속에서 정화 시키도록 노력하면 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잘못이 있기에 상사로부터 잔소리를 듣겠지 하며 인정하면 바로 그것이 긍정적인 생각이고 마음의 상처도 덜 생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은, 먼저 내 마음이 편해져서 좋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건강까지도 이어지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세상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그 모든 것은 내 것이기에 나에게로 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나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지, 또는 나는 왜 하는 일마다 이러는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속이 상한데 마음까지 아프게 된다. 나 스스로가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떤 분이 남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가 전복되자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분은 피투성이가 된 자기 몸을 보면서 그 자리에서 기도를 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말이다. 괜히 남의 오토바이를 탔다고 후회하고 원망하는 것이 당연할 일인데…, 그런 분이 바로 도인이구나하고 감동을 했다. 그분은 몸에 난 상처만 있을 뿐 마음의 상처는 없었다.

살아있다는 것도 즐겁고 움직일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즐겁고, 숨 쉬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하고 고맙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바로 일체유심조의 실천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멋진 마음이 아닐까.

〈고영을 고구려대학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