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삼일절, 3월의 시작이다. 봄이다. 춘삼월을 맞는 감회가 사람마다 다를 터인데, 필자의 마음에는 늘 입학의 달, 새 학년을 출발하는 달이라는 의미가 가장 강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새로운 시작의 환희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8년 동안 농촌군수를 맡아 일하면서 겪은 농촌교육의 아픔이 회상되기 때문이다.

그 아픔이란 인구통계가 임기 내내 이촌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그 이면에 자녀교육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정말 힘이 팔리는 일이었는데, 아직도 대세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새 학년을 맞아 설렘보다 서글픔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은 농촌교육의 현실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교육을 받으며, 무엇을 위해서 국가와 지역사회가 교육을 시키는가? 그런즉,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가? 참으로 말은 많으면서 합의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와중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핀란드의 교육을 배우자는 주장이 한창이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다.

필자에게도 교육에 대한 바람이 한 가지 있다. 대한민국의 발전 원인을 교육입국(敎育立國)이라는 말로 표현할 만큼 교육의 공을 자타가 인정한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의 부럼을 샀을 것이다. 필자는 교육과 국가발전의 연결고리가 역동성이라고 생각한다. 형편이 어려워도 머리수준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하면 자기 재주를 펼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사회는 역동적이다. 역동적인 사회는 다른 사회보다 빠르게 발전한다. 이 틀을 잘 유지해 갔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바람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에는 경쟁력의 바람이 거세다. 경쟁이란 사회를 역동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필수요소다. 그런데, 이른바 일류대학은 경쟁적으로 한 명이라도 더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고 나서고, 여기에 외고와 자립형 사립고와 사교육이 얽히고, 교육비가 물가를 앞질러 올라가고, 특정지역의 독점이 형성되면서, 사실상 경쟁이 아닌 독점체재가 되고 말았다. 이런 현실에서 농촌교육에 맡겨진 학생들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는 학부모가 농촌에 살아도 자녀들을 그 재주대로 가르칠 수 있었다. 머리 좋고 열심히 하면 이른바 일류대학에도 입학했다. 물론 부모의 고생과 희생이 말할 수 없이 컸다. 많은 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 고학(苦學)을 했다. 학부모도 학생도 이를 감수했고, 그 덕으로 교육입국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서민이 자녀를 일류대학에 보내는 것이 허황된 꿈처럼 되어 간다.

학부모는 가계에 미치는 주름을 무릅쓰고 온힘으로 뒷받침하며, 학생은 이른바 알바를 열심히 함에도 불구하고, 경쟁대열에 끼기가 어렵다. 특히 농촌에 사는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부담을 도시보다 훨씬 크게 느낀다. 그런데 농촌학생들에 대한 지금 수준의 관심과 배려를 가지고는 아무래도 우리 사회의 장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교육을 통해서 기득권을 대물림하려는 강력한 흐름 속에 앞날의 짙은 그늘을 본다. 계층변화가 없는 사회는 외형상 안정되어 보이지만, 내부가 불안하며, 사회전체로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역동적인 사회는 불안정해 보이지만, 내부에 불안이 없고, 사회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 출신 학생을 포함한 수많은 인재들이 재주를 검증받지도 못하게 경쟁마당을 좁혀 놓고서, 자기들끼리의 경쟁만으로 인재를 양성해내면, 과연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인가? 교육망국(敎育亡國)의 길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순수한 완전경쟁시장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불공정 요인을 제거하여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시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도록 부단히 노력한다. 교육에서도 누구나 자기 재주를 발견하고 재주껏 경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처절한 노력을 요구하고 싶다.

그래야만 교육이 역동적인 사회와 경쟁력 있는 국가를 유지·발전시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의 사랑스런 2세들에게 행복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 지속적인 교육입국에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고현석 곡성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