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주머니를 만들자
2011년 01월 31일(월) 00:00 가가
사흘이 지나면 음력 정월 초하루, 설날이다. 설날에는 세배를 하면서 덕담을 나누고, 청소년과 어린이에게는 세뱃돈을 준다. 예전에는 복 주머니를 차고 대보름까지 세배를 다녔었다. 그 복 주머니에 세뱃돈을 간직했는데, 어른들이 직접 넣어주기도 하였다. 복 주머니란 여러 가지 길상(吉祥)을 상징하는 무늬를 수놓은 예쁜 주머니로서,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을 담는다는 의미를 가진 주머니이다. 그래서 정성들여 만들었고, 선물로 주고받았다.
복을 짓는다고 하고, 또는 쌓는다고도 말한다. 복 주머니에 복을 담으려면 먼저 복을 지어야 하고 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짓고 쌓은 복을 담아 둘 주머니를 마련해두지 않으면 복을 지킬 수 없다. 또 복을 준다고도 말한다. 누가 복을 주더라도 주머니가 있어야 받을 수 있다. 복 주머니를 만드는 정성, 복을 짓고 쌓는 정성, 복 주머니를 간직하는 정성이 없이 복만 덥석 챙기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우리말 가운데 숨어있다고 생각된다.
무엇이 복일까? 예로부터 거의 누구나 바랐던 수(壽)·부(富)·귀(貴)가 여전히 복(福)일 것이다. 달리 말해서, 건강과 재력과 권력(지위)을 가지면 복 있는 사람이라고들 부러워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일자리가 건강·재력·권력을 가져다주는 기본바탕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인구 고령화와 함께 노인들에게도 점차 절실해 지고 있다. 일자리의 창출이 선·후진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 모든 지방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가 되었다.
광주·전남은 일자리라고 하는 복을 담은 복 주머니를 몇 개나 차고 있는가? 농업? 공업? IT? BT? ET? 행정서비스? 금융서비스? 법률서비스? 의료서비스? 관광서비스? 실버서비스? 우리라고 그런 것들을 담고 있거나 앞으로 담아낼 복 주머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이 크고 좋은 복 주머니를 나눠 차고 있는데 비하여 작고 초라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의 떡이 커보여서 그럴까 싶어 곱씹어 본다. 농업이 복 주머니 노릇을 했던 1960년대까지는 호남의 주머니가 가장 컸다. 70년대 이후 공업이라는 복 주머니를 영남이 차지했다. 이후 꾸준히 강화된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수도권은 각종 서비스산업 복 주머니를 독보적으로 키웠다. 과거에 전라도와 함께 서울로, 경상도로 도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났던 충청도는 어떤가? 국민의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IT도, 참여정부가 공들인 BT도, 충청권의 오창단지와 오송단지에 큰 둥지를 틀었다.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는 행정서비스의 큰 복 주머니도 세종시로 가져온다. 의료서비스 복 주머니도 오송과 대구가 수도권과 나눠 갖는 모습이다. 강원도는 굴을 뚫어 마치 수도권에 편입된 모습으로 관광산업 복 주머니를 키웠다.
그렇다면 ET만은 확실히 우리 것인가? 아직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실버서비스 복 주머니만은 확실히 우리 것으로 차지했는가?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닐 뿐이다. 크고 작고를 떠나서, 농업만은 농도를 자처해온 전남의 복 주머니가 독보적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가?
호남은 민주주의라고 하는 귀하고 큰 복을 지어낸 고장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담은 복 주머니는 우리 국민 모두가 나누어 찼다. 처음부터 그러자고 만든 복 주머니다. 우리 국민이 절실히 바랐던 매우 소중한 복 주머니지만 일자리를 담는 것은 아니다. 민주의 복 주머니를 만들었던 그 정성과 열정으로 이제는 지역의 경제도 발전시켜보자는 외침과 노력의 세월이 대충 20년이다. 이 세월의 결산서를 미흡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만일까?
누구에게랄 것 없는 설날의 덕담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당장은 구제역을 잘 막아서 청정지역의 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광주·전남이 그 복을 밑천 삼아, 이만하면 든든해 보이는 크고 좋은 일자리 복 주머니를 만들어 찼으면 좋겠다. 요즘 말로 하면, 지역의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해 낼 틀이요 그릇이다.
이미 다른 지역이 크고 튼튼한 그릇을 마련해 놓고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는 큰 흐름이 그 지역으로 가게 마련이다. 그 결과인 일자리도 그렇다. 그러므로 새로운 분야, 남아 있는 분야, 우리 지역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선취해야 한다. 정성과 노력 없이는 복을 기대할 수 없다. 크고 넉넉한 일자리 복 주머니를 차고 넉넉한 마음으로 설날을 맞을 때가 머지않을 것임을 기약하면서, 올 설날을 즐겁게 맞기로 하자.
/고현석 민선 2·3기 곡성군수
무엇이 복일까? 예로부터 거의 누구나 바랐던 수(壽)·부(富)·귀(貴)가 여전히 복(福)일 것이다. 달리 말해서, 건강과 재력과 권력(지위)을 가지면 복 있는 사람이라고들 부러워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일자리가 건강·재력·권력을 가져다주는 기본바탕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인구 고령화와 함께 노인들에게도 점차 절실해 지고 있다. 일자리의 창출이 선·후진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 모든 지방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가 되었다.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는 행정서비스의 큰 복 주머니도 세종시로 가져온다. 의료서비스 복 주머니도 오송과 대구가 수도권과 나눠 갖는 모습이다. 강원도는 굴을 뚫어 마치 수도권에 편입된 모습으로 관광산업 복 주머니를 키웠다.
그렇다면 ET만은 확실히 우리 것인가? 아직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실버서비스 복 주머니만은 확실히 우리 것으로 차지했는가?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닐 뿐이다. 크고 작고를 떠나서, 농업만은 농도를 자처해온 전남의 복 주머니가 독보적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가?
호남은 민주주의라고 하는 귀하고 큰 복을 지어낸 고장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담은 복 주머니는 우리 국민 모두가 나누어 찼다. 처음부터 그러자고 만든 복 주머니다. 우리 국민이 절실히 바랐던 매우 소중한 복 주머니지만 일자리를 담는 것은 아니다. 민주의 복 주머니를 만들었던 그 정성과 열정으로 이제는 지역의 경제도 발전시켜보자는 외침과 노력의 세월이 대충 20년이다. 이 세월의 결산서를 미흡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만일까?
누구에게랄 것 없는 설날의 덕담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당장은 구제역을 잘 막아서 청정지역의 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광주·전남이 그 복을 밑천 삼아, 이만하면 든든해 보이는 크고 좋은 일자리 복 주머니를 만들어 찼으면 좋겠다. 요즘 말로 하면, 지역의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해 낼 틀이요 그릇이다.
이미 다른 지역이 크고 튼튼한 그릇을 마련해 놓고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는 큰 흐름이 그 지역으로 가게 마련이다. 그 결과인 일자리도 그렇다. 그러므로 새로운 분야, 남아 있는 분야, 우리 지역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선취해야 한다. 정성과 노력 없이는 복을 기대할 수 없다. 크고 넉넉한 일자리 복 주머니를 차고 넉넉한 마음으로 설날을 맞을 때가 머지않을 것임을 기약하면서, 올 설날을 즐겁게 맞기로 하자.
/고현석 민선 2·3기 곡성군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