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까지 부러워 할 정도로 세계적이다. 그만큼 자식 사랑과 기대 심리가 간절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부모 바람대로 성장해 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아직 어린데도 내 아이가 다른 애들보다 뒤떨어진다 싶을 때는 걱정이 커진다.

그렇다고 아동초기가 성격형성에 중요하다해서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들여다보며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에 맞게 교육할 수 없고, 태아기, 유아기, 학령기, 청년기 등 생애 발달 단계별로 다르게 가르칠 수도 없지 않은가. 더욱이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간이라도 신체적·정신적으로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일일이 구별해서 교육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10년 후나 20년 후 미래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으며 다만 예측할 뿐”이라고 말했다는데,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오래 전 독일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아이가 세살이 넘도록 말을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지적장애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만큼 모든 면에서 더뎠다. 중학생 때는 나쁜 기억력과 산만함 그리고 불성실한 수업 태도로 유명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퇴학을 당했다가 다시 들어갔다. 학교 선생님들마다 “너는 너무 형편없는 놈이라서 커서 아무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 할 거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형편없는 아이가 바로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고전문학을 즐겨 읽었고 어머니 또한 고전음악 마니아였다. 아인슈타인도 그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인문고전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부모는 독서를 통해 아인슈타인 두뇌를 바꾸기로 작정하고 십대에 들어선 아들에게 고전철학 대부분을 독파하도록 했다. 장성한 아인슈타인은 직장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독서모임을 만들어 회원들과 며칠씩 토론하곤 했으며, 인문고전은 물론 상대성 이론의 밑거름이 되는 ‘카우트만’의 고속전자질량에 관한 자료까지 탐독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인간의 성장이 아동 초기에 일찍 나타날 수도 있지만 청장년기가 되어서야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어릴 적에는 조금 어눌하더라도 부모들이 인내심을 갖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스스로 잠재력을 찾아낼 수 있도록 자녀에 대한 기대심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 주고 있다.

교육학에 ‘학생은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한다’는 부분이 나와 있다. 이를 ‘자기충족 예언’이라 하는데, 이것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표지를 달고 있는 학생들이 실제는 공부를 잘하는 부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들보다 지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브루코비 박사는 부모의 기대와 호평 역시 자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요즘에는 맞벌이 부부도 많고 직장에 소홀했다가는 자칫 퇴출당할지 모르는 각박한 세상이다. 그들에게는 자녀 교육과 직장 일을 모두 완벽하게 해결할 묘안도 별로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자기 자신의 잠재력을 스스로 찾아 낼 수 있도록 생활환경을 만들어 주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 과정에서 자발성이나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형성되어 오히려 창의력 있는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당부하고자 한다. “넌 안 돼” “다른 애들은 잘 하는데 넌 왜 못해”라며 질책하기보다는, “잘 할거야” “넌 잘하고 있어” 등 긍정적이고 자기충족적인 예언을 말하는 편이 자녀들에게는 훨씬 더 큰 효과로 나타난다.

이제 곧 음력 설날이 다가 온다. 당신이 현명하다면 세배하는 아들딸에게 기분 좋은 덕담을 들려주어 의욕과 자신감을 갖도록 하라. 일가친척까지 모인 자리에서 미주알고주알 듣기 싫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아 소중한 아들딸이 기분 상하고 낙담하지 않게 하라.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기 소질은 스스로 찾아내도록 하라. 기분 좋은 말은 설령 거짓말이더라도 듣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심리학자들의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이재민 순천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