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광주시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행복의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강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양극화니 불평등이니 하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양극화와 불평등 현상은 비단 경제적 측면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고 의료와 건강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건강 불평등이라는 용어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 세계적으로 빈곤과 건강 불평등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열악한 환경과 생활 조건에서 살아가는 빈곤한 사람들은 질병에 노출되는 위험이 부유한 사람에 비해 더 높다. 이처럼 건강 불평등은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환경과 상황,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의 박탈에 의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고스란히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건강 불평등을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완화 또는 해소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세계의 어느 사회에나 사회경제적 지위 간 건강 불평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건강 불평등의 문제를 사회의 중요한 어젠다로 부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건강 불평등은 인생의 전 과정에서 일어나게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노년기에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인구의 절대적 증가와 평균수명의 증가로 인해 빈곤과 건강의 문제를 갖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강 불평등 현상은 단지 한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으로 대물림된다는 데에 더 심각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한 가계의 3대에 걸친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 사례 연구는 가난의 대물림이 자녀들의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광주시는 지난 2009년 6월에 문을 연 노인복합 여가문화시설인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에서 노인을 위한 다양한 건강, 오락, 교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노인 건강타운 내에 퇴행성질환전문병원, 치매병원 그리고 고령친화제품 종합체험관 등이 진행 중 이어서 시민들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도래하는 고령사회를 적극적으로 대비하고자 건설된 노인건강타운이 모든 광주 어르신들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일조를 할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이 있어도 모든 노인들에게 형평성 있게, 특히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접근성 문제나 비용 등 이용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문제 또한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 노인복지시설 못지 않은 최고의 시설이라고 장담하는 노인건강타운에 걸맞게, 노인들을 위한 보건, 의료, 복지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함과 더불어, 특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소외된 노인들의 건강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과 적극적인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부디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이 어르신들의 성공적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 역할뿐 아니라, 앞으로 의료서비스와 실버산업 등으로까지 확대 발전하여 광주가 세계적 노인복지 메가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정애 전남대 의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