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을은 사색의 계절,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창밖에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까지의 삶과 인생에 대한 물음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이런 일들은 비단 가을의 정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삶에 대한 물음과 자기 성찰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필자는 그 해답을 독서에서 찾고 싶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힘은 21세기 지식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생존전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선행 학습과 주입식 교육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없으며, 세계적인 IT강국으로 최고의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사고력의 저하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널리 인식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은 어릴 적 마을의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미래를 꿈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미래를 열어가는 도서관을 상상해 봅니다. 굳이 성공이라는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참 아름다운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일류대학에 보내기 위해 열심히 학원을 보내는 것이 자식을 위해 더 나은 일이라 믿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삶이라는 긴 여정 속에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삶을 바라보는 통찰력이며 생각하는 힘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가까운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책을 접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굳이 입시를 따져보더라도 독서는 토론과 논술의 밑바탕이며,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데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많은 연구에서도 개인이 읽은 활자의 양과 지적 수준 사이에 상관관계가 성립되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를 둘러싼 많은 고층 아파트들과 건물들 속에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읽을거리를 접할 공간은 얼마나 될까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을 모두 개인과 교육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독서 기반의 조성은 국가나 사회의 몫이 크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는 언제나 가까이에서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주어야 합니다.

지금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며 행복한 창조도시로 도약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광주 곳곳에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을 이뤄나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닌 꿈을 꾸는 ‘부화기’같은 도서관을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미래를 꿈꾸는 작은 도서관들은 문화와 창조 도시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릴 것입니다.

책을 읽을수록 생각하는 힘은 커지고, 읽고 싶은 책은 더 많아집니다. 이런 긍정적인 순환을 통해 얻어진 생각하는 힘은 개인의 교양과 문제 해결 능력뿐 아니라, 삶의 통찰력을 키워줄 것 입니다. 이는 개인의 풍요로운 삶뿐만 아니라 함께 소통하는 사회를 통해 국가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성장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작은 도서관이 있고, 그 곳에는 꿈을 키워가는 많은 이들이 있고, 그리하여 독자적인 문화의 중심이 되어가는 광주를 상상해 봅니다. 이제부터 그러한 꿈들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은 어떨까요?

/이정애 전남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