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이 자기의 생각이나 의도가 정말로 진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많이, 가장 고상하게 표현하는 말이 ‘진정성’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설득해 자신의 생각과 전략을 관철시키려면 그 고상한 단어를 몇 번이고 사용한다. 또한 자기와 관련된 상대방에게도 진정성을 기대하고 강요한다.

그러면 ‘진정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진정성이란 거짓이 없이 참으로 진실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을 뜻한다. 어릴 적 학창 시절에 교실 앞 맨 위에 ‘착하고 바르게 살자’라는 급훈이 걸려 있었다. 이는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착하고 거짓 없는 진정성을 가장 중요한 모토로 삼고 살라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평생 거짓 없이 진실한 마음만을 가지고 사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날, 제자 베드로를 보고 ‘예수님과 한패임이 틀림없다’고 외치는 주변사람들의 말에 그는 ‘거짓이면 천벌을 받겠다’고 맹세하며 ‘예수님을 알지도 못한다’는 배반의 말을 세 번이나 했다고 한다.

예수님이 가장 신임했던 베드로까지도 예수님과 함께 로마군에 잡혀가 죽는 것이 두려워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런 베드로는 오늘날 기독교를 세계만방에 전파한 반석이 되었다. 이는 인간이기에 거짓 없이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거짓말 자체보다는 이를 계기로 스스로 반성하고 더욱 성숙되고 진실된 삶을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을 계시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에서 한두 번의 거짓은 큰 문제없이 치유되기도 하지만, 공적인 관계에서의 진정성 결여는 관련되는 대상이 광범위하여 비록 단 한 번일지라도 그 파장은 크다. 공적인 일이 주관적인 판단이나 몇몇 사람의 공명심에 종속되어 진정성이 결여된 채 결정된다면 관련된 조직과 국가의 손실은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얼마 전까지 고향 광주에서 부교육감직을 수행했다. 지금에 와서 그때 나는 과연 공적인 일을 어떻게 추진했는지 뒤돌아본다.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주문하기에 앞서 자신의 행적을 돌이켜보는 게 순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행여 이중 잣대를 들이대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우리 편만 봐주며 독선과 아집으로 업무를 추진하지 않았는지. 수능성적 6년 연속 전국 1위라는 성취감에 도취되어 교육현장에서 경쟁만을 독려하지는 않았는지. 가난한 학생과 오지학생, 장애인 학생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이리저리 판단해 보니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문 방송에서 정치인들끼리 우리 주장은 옳고 상대방 주장은 그르다며 서로 다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지난 6·2지방선거 이후 몇몇 시·도교육청에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우리 교육계도 진보와 보수로 갈라지는 경우를 가끔 본다. 정치권이야 당리당략에 따라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을 미래의 주역으로 키워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는 교육계마저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서로의 주장만을 고집한다면, 아직은 성숙되지 않은 학생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성장할까 하는 걱정으로 가슴이 죄어온다.

모든 공적인 일이 관련되는 집단과 사람에게 만족과 이익만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아들과 딸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의 행복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교육계 모두가 진정성을 가지고 교육의 본질만을 추구해야 한다. 진정한 진정성은 과감하게 나를 버리고 서로 소통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가운데 그 가치를 높인다는 점을 항상 가슴 속 깊이 간직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고장 광주에서 교육의 진정성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광주만의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중심에 우뚝 선 광주교육! 이 자랑스런 광주교육의 전통을 지키고 우리 광주가 살맛나고 행복한 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광주 교육가족 모두가 내 편 네 편이 없이 한마음 한 뜻이 되어 서로 협력하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 솔선해야 할 것이다. 우리 학생들의 미래는 기성세대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

/이재민 순천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