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지방의원선거로 지방자치가 새롭게 출발 한지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 자치는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선진자치를 향한 발전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민선 이전보다 후퇴한 점도 없지 않아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의 긍정적 변화는 지역발전을 위한 열정과 노력, 대민 서비스 증대 등 주민위주행정, 참여와 소통의 활성화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돈 선거와 비리 부패의 확산, 지역과 공직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심화, 인기 선심행정으로 인한 재정낭비, 단속행정 소홀과 법질서 문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국민의 실망과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왜 우리의 지방자치는 이러한 구태와 후진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미흡한 분권 수준, 미성숙한 중앙정당의 지방자치 참여, 낮은 주민의식과 선거문화 등 제약 속에서 당선을 위한 공천경쟁과 득표를 위한 조직 확장 시도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각자가 본연의 직무에서 열정을 다해 지역발전을 기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아 재선되는 것이 순리적인 정치과정이라 할 것이나, 미미한 업적을 과대 포장 선전하고 선거조직을 구축하고 인기를 관리하는데 공적직위를 이용한다면 과연 바람직한 자치의 모습이라고 할 것인가. 우리의 많은 선출직 지도자들은 이러한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여 자치현장이 저급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할 것이다. 물론 자치지도자들의 부정적 행태는 주민여론에 따라 심판되어야 할 것이나 낮은 주민의식은 이러한 통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방자치는 이를 담당하고 있는 단체장과 의원 등 자치 지도층의 리더십 역량과 지역주민의 자치 의식수준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치의 기반을 이루는 주민의식은 짧은 시간에 성숙되지도 않고 느리게 형성 변화되어 간다. 또한 평소에는 쉽게 드러나지도 않다가 한계상황에 이르면 폭발되어 권력을 심판하고 역사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지만, 변화를 앞에서 이끌어 가는 경우는 드문 것이다. 결국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 가는 것은 그러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단체장, 의원 등 자치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성, 전문성, 통찰력을 갖춘 리더십이 그 지역의 자치수준을 한 단계 도약하게 하고 주민의식수준도 높이게 된다.

지도자는 시대에 관계없이 그 사회의 권력, 권한, 지식 등의 힘을 가진 자라는 점에서 특별한 사회적 책무가 있고 그들이 이러한 책임을 다할 때 사회는 발전하는 것이다. 지도층이 남다른 사회적 책무를 지는 것은 그들의 명예 권력 부 등 사회적 가치가 합법적으로 이룩된 결과라 할지라도 그 사회제도가 절대 선이 아닌 한 그 자신의 노력만이 아닌 많은 사람의 기여 와 기회가 집합된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안에서 부족한 부분들은 특별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의 공동체정신에 의해 보완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일 것이다. 자치 지도층도 이러한 지도층으로서의 사회적 책무가 당연할진대 지자체 전체주민의 삶과 복지증진을 위임받은 자치지도자들이 그 직에 따른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그 직에 내재한 고유한 책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민선 4기 기초자치단체장의 절반 가까이 기소되었다는 점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도층으로서 사회적 책무는 차치하고라도 직무에 따른 최소한의 법적 책임도 다하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아직도 구태의연한 후진적 모습으로 주민에게 실망과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방자치가 신뢰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자치지도자들이 우선 그 직이 요구하고 있는 기본책무를 다 하는데서 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첫째, 주민복지 증진과 지역발전이라는 지자체에 부여된 기본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단순히 법집행을 넘어서 고품질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민 참여의 활성화,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집단과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등 행정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지방자치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도록 행 재정 분권의 확대 등 자치제도를 개선하고 자치행정 담당공무원들의 역량을 강화하여야 한다.

셋째, 그동안 지방자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소하고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위법선거, 알맹이 없는 공약, 줄 세우고 편 가르는 일, 공무원의 정치적 이용, 각종 비리·부패, 인기 선심행정 등 그동안 지방자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적극 개선하여야 한다.

넷째, 지속가능한 발전이 되도록 자원재활용, 에너지절약 등 환경보전과 녹색성장을 주도하여 그린 자치제를 구축하고, 계층, 성별, 지역간 적절한 분배와 균형적 발전을 통하여 전반적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처럼 단체장을 비롯한 자치 지도자들은 법적·제도적으로 주어진 권한과 책임 이상으로 행정품질과 주민 삶의 질을 제고하고 지역사회와 자치발전에 기여해야할 사회적 책무를 인식하고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직을 권한이 아닌 자치발전을 위한 책임으로, 그러한 책임을 다하여 사회에 봉사하는 기회임을 각별히 인식하여야한다. 이러한 인식을 내면화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문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선거나 직무수행과정에 과도한 경쟁과 비리, 무리한 법집행, 비도덕적 행위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책무를 기대하는 것은 지도층의 특별한 희생과 헌신 없이는 우리의 자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않을 때에는 냉엄한 민중의 심판을 받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임우진 한국자치경영평가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