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서고 있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유병률(有病率)의 증가를 가져온다. 선천적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도 나이가 들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미처 늙기 전에 수명이 다하는 과거와는 달리 노년기 전체를 살아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몇 번은 병원 신세를 진 후에라야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된다.

질병에 걸렸을 때 제때에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그러한 치료가 가계 파탄으로 연결돼서는 않되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기초이다. 치료가 가능한데도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받다가 빈곤층으로 밀려 떨어진다면 질병 앞에서 우리는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점점 더 오래 살아야 하는 노령화 사회에서 의료복지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고 모두의 문제이다.

이렇게 중요한 의료체제가 우리의 경우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한국의 의료보험 문제 중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재정 확보인 것 같다. 아마 지금 이대로 간다면, 건강보험 재정은 2009년 30조 원에서 2014년 50조 원이 되고, 2020년에는 100조 원이 예상된다고 한다. 현행의 의료 보험 체계로는 이 같은 급격한 재정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따라서 개혁이 불가피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흔들리는 현행 의료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의료 민영화가 제기되고 있다. 의료 민영화는 의료를 정부 중심의 공공 수단이 아닌 영리법인이나 보험회사를 통해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의료의 영리 추구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의료 민영화는 또 다른, 특히 서민 계층에게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의료 민영화는 병원 간의 경쟁을 부채질할 것이고 병원 간의 경쟁은 병원비의 대폭 증가를 가져 올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 의료보험이 점차 확대되어 의료보험 체계 중심에는 민간 의료보험이 놓이게 되고 국민 건강보험은 변두리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원하는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고, 우리가 받게 되는 진료는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했는지 그리고 그 민간 의료보험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의료 민영화는 의료이용의 양극화와 계층화를 가져와 보통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부담을 과중 시킨다.

의료 민영화는 현행의 의료 제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적합한 방법이 될 수 없다. 민영화를 꾀하지 않고 현재의 의료 보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으니 의료 복지에 관한 지방 정부차원의 관심이다.

현재대로 간다면 광주는 앞으로 더 노령화될 것이며, 의료 복지는 여타의 지역에 비해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관한 광주시의 관심은 높지 않다. 근래에 들어 광주의 의료 복지가 과거보다는 향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수요자의 입장에서 볼 때 광주의 전반적 의료 서비스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다.

병원 간 또는 병원 내에서의 협진, 새롭게 도입한 의료 장비와 도구의 신뢰할만한 사용, 신뢰감 가는 진단과 치료 기술, 환자와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 등등에 여전히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느낌이다.

광주에서는 많은 사람이 아프면 서울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로 치료받으러 가는 사람들을 “사대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나무라거나 ‘지방의 열악한 의료 환경’만 탓하는 것은 소극적 대응이다. 현재 광주의 의료체계의 문제점들을 연구하여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광주에서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진료 체계의 조성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필요가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구태여 서울에까지 원정 갈 필요를 없애주는 의료 복지의 확보는 광주의 도시 경쟁력과 현재의 시정이 목표로 삼고 있는 ‘행복한 광주’ 건설에 필수적이고도 기본적이다.

/서선희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