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토착 정당인 민주당이 늙고 쇠잔해졌다. 민주당에 줄서 있는 광주시장 예비후보들한테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소위 ‘인지도’와 ‘기득권’에 목숨을 거는 구태의연한 인물들을 보면 말은 무성하되 정책적 참신성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일색의 광주광역시 의회가 2010년 2월18일 경찰력까지 동원해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조례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노구(老軀)들의 단말마적 비명소리가 들린다.

군소정당과 정치신인의 시의회 진입을 막는 민주당 시의원들의 치매적 노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젊고 건강하며 뺏길 것이 없는 정당이라면 가장 소극적인 규범인 법이나 조례를 만들어 약한 경쟁자를 차단할 필요는 없다. 작년 보궐선거에서 소수당이 한 석 차지한 것을 두려워한다면 민주적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광주에서 또 다른 독재 정당이 탄생한 셈이다. 광주에서 소수 정당의 정계진입을 막음으로써 일당 독재를 꿈꾸는 정당이라면 이미 독재에 저항해온 토착 정당으로서 정당성을 입증하기 힘들다. 우선 광주의 시민들이 민주당의 독선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를 필두로 호남에 뿌리를 둔 중앙 민주당은 현재 국회에서 숫자적 열세로 입법과정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다.

국가의 중대 사안에서 여당의 불법 날치기 처리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민주당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거대 여당에 대항할 야권연합을 시도 때도 없이 주장한다.

야권연합은 올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부터 시작해 여당 견제를 거쳐 차기 대선에 이르기까지 불가피한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바로 여기에 민주당이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소수정당을 껴안고 가야할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3년 후 정권 재탈환을 소망한다면 지금처럼 작은 정치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리고 대범한 포용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과거의 여당으로서 민주당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당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첫걸음은 현 정권과 여당에 불만이 있는 정치 신인들과 초당적(超黨的)으로 협업하는 것이다. 그 협업이 성공하면 그들을 민주당에 영입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과거 독일의 사민당과 녹색당이 정책으로 연합해 집권에 성공한 사례는 현재 난맥 상태에 빠져 있는 한국의 진보적 정당에 귀감이 될 수 있다.

엘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미국에서 가장 빠르고 느리게 변화하는 기관을 지적한다. 기업은 가장 빠른 속도인 시속 100마일, 시민단체들은 시속 90마일, 가족은 시속 60마일로 질주하고, 정치조직은 가장 느린 시속 3마일로 기어간다고 했다.

이러한 속도 개념은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정당조직에 가장 잘 통용될 것이다. 광주의 민주당이 시속 3마일보다도 더 느리게 변화한다면 이는 광주의 비극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그 뜻은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 낸다. 지역 정당으로서 낡은 기득권을 버리고 젊어지라는 뜻이다. ‘광주의 민주당’이 ‘대구의 한나라당’처럼 노화·쇠퇴하는 것을 광주시민들은 바라지 않는다.

그 구체적 사례는 아주 오래되고 먼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노화되었다고 평가되었던 한나라당이 정치 신인을 현 서울시장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광주의 민주당이 얼굴에 검버섯 난 망구(望九)의 모습으로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자면 민주당은 오래된 배타성을 극복하고 열린 자세로 신인과 새로운 정책을 포용해야 한다.

/김성재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사회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