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에 세간에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들이 많았지만, 나는 비교적 만족해 하며 지냈는데, 그것은 내 가까운 이들이 두루 혜택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한 사람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2종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그는 정규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해 안정된 생활이 어려웠는데, 다행히 자녀들에게는 따뜻한 손길이 미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점심 시간에 학교에서 무료 급식을 먹었는데, 초등학생들에게는 방학 중에 정성스런 도시락이 배달되어 오기도 했다. 컴퓨터나 영어 공부와 같은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에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었으며, 만 원 안팎의 돈을 내면 태권도나 피아노 교습과 같은 사교육도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있었다. 나는 학교로부터 새 컴퓨터가 이들 가정에 주어졌을 때, 아이들이 기뻐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는데, 그때 나는 처음으로 내가 낸 세금을 이렇게 쓰고 있는 나라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내 가까운 이들 중에는 마흔 중반을 훌쩍 넘은 나이에 대학에서 시간 강의를 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결혼을 하지 않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한 학기, 한 학기의 시간 강의를 얻어 내야 하는 불안한 삶을 꾸려 가고 있다. 자격은 갖추었으되, 교수로 임용될 기회를 얻지 못함으로써 견뎌내야 하는 경제적 고통과 심리적 열패감은 아는 사람만 안다. 이들에게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주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시간 강의료가 국립대학 기준 3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인상되고, 프로젝트 형식이나마 미취업 박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지원정책이 마련되어 숨통을 조금 틔워 준 것도 그 시절의 일이었다.

내 가까운 사람 중에 전문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학위를 받고 실적을 쌓아야 하며, 교수가 되어서는 그 전공 분야의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대학 교원으로서의 기본 조건은 같으면서도 재직하고 있는 대학이 2년제인지 4년제인지에 따라 급여의 체계가 다르다면,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 아닐까? 이러한 불공평이 시정되어 2년제 대학의 교수 봉급 체계가 4년제 대학과 같아진 것도 그 시절이었다.

정부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제도를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 국민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새해의 확정된 국가예산안에서는 기초장애연금이나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의 예산,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난방비 지원, 한시적 생계보호 대상자와 실직이나 휴폐업자 등에 대한 지원 등이 아주 없어지거나 삭감되어 복지와 분배에 대한 관심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감세와 규제 철폐, 민영화, 노동의 유연화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정책은 성장의 활력이 된다. 그러나 복지가 줄어드는 성장은 결코 인간을 위한 성장이 아니다. 고용의 불안과 교육 경쟁, 환경의 위기와 새로운 질병의 위협 속에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처음 내어 놓았던 정부 예산안에서 가장 물의를 일으켰던 두 가지 사안, 결식아동 25만 명에 대한 급식비 전액 삭감은 2010년 한시적 지원으로, 저소득층 장학금 및 이자 지원 제도의 폐지는 유지 및 확대로 우선 해결이 되었다. 그것도 다수 국민의 저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을 만든다. 정책을 만드는 것은 정부지만 그 정부를 만드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보다는 휴먼 프렌들리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살게 되기를 바란다.

/이미란 전남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