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모다. 어느 사이 한 해가 번개처럼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정말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고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것인가.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시간을 되돌리지 못한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더욱이 젊은 날의 황금 같은 시간들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서 잠깐 동안 헛눈을 파는 틈에 이미 저 멀리서 손짓하며 안개처럼 사라질 뿐이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을 아끼고 최선을 다하여 자신을 채우고 연마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채움과 연마의 방법 중에서 가장 먼저 권하는 것이 바로 독서다.

누구나 좋은 독서습관을 통하여 다양한 지식과 교양을 쌓는 일에 올인한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책을 읽어야 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책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얻고 희망찬 미래를 발견하라. 독서를 많이 하느냐 않느냐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다. 독서를 게을리한 사람이 성공한 삶을 살았다는 말은 어느 곳에도 없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하여 아무 책이나 마구잡이로 읽는다고 하여 올바른 독서라고 할 수 없다. 역시 재미 위주로 책을 읽는 것도 옳지 않다. 그렇게 하는 것은 그저 놀이나 취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흔히들 책을 음식에 비유하면서, 독서에 있어서 먼저 올바른 ‘책 고르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무슨 음식을 먹어야 좋은지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무슨 책을 읽어야 좋은 것인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만일에 나쁜 음식을 먹으면 몸에 독이 되는 것처럼, 책을 잘못 골라서 읽을 경우에는 마음에 독이 되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그래서 재미 위주의 책을 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저 달콤하다고 해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몸에 해롭듯이, 읽기에 재미있는 책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책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책은 오히려 독이 되고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책을 고를 때는 남을 따라하는 책 고르기를 경계해야 한다. ‘남이 장에 가면 나도 간다.’라는 식의 남 따라하기가 바로 유행이다. 특히 의상패션에서 그런 현상이 심한데, 심지어 책 고르기에 까지 옷을 고르듯이 유행이 있고 그것을 따른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인데, 양식을 고르는 일을 어찌 옷 고르듯이 해야 되겠는가. 사람이 먹는 음식도 유행에 따라 고른다는 말은 없으며 또한 그래도 안 되는 것처럼, 책 고르기에 유행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다달이 많은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는 서점가에서, 텔레비전에 역사드라마가 뜨면 그에 관련된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여행다큐멘터리가 뜨면 세계각국 여행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과 같은 책의 유행을 무조건 따라가는 식의 책 고르기는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니다. 이와는 달리 자기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한 뒤에 고르고, 이어서 각 분야의 수준 있는 전문가나 우수도서를 선정하는 기관 등에서 권하는 책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신중하게 책을 골라서 꾸준히 읽는 습관을 기른다면, 제 자신은 물론이요. 주변에까지 무척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됨은 물론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가족이며, 특히 어린 자녀들이다. 예를 들자면, 책을 읽지 않는 부모를 둔 자녀들이 어찌 열심히 책을 읽겠는가. 그렇지만 책을 열심히 읽는 부모를 둔 자녀들은 대부분이 열심히 책을 읽는다. 자녀들이란 알게 모르게 부모를 닮아 가는 것이므로. 그런 까닭으로 자녀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기 전에 자신이 앞장서서 책을 읽는 부모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부모들 중에는 자녀들 앞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독서에는 아예 관심마저 갖지 않음으로써, 자녀들도 책을 멀리하고 심지어는 인터넷과 게임에 깊이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과 게임의 세계란 ‘호기심과 재미’만의 세계가 아닌가. 거기에 습관이 들어서 수렁에 빠진다면 정신적인 피폐와 함께 정서의 파괴를 초래하여 결국에는 세상의 낙오자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런 무서운 결과를 미리 피하는 방법도 역시 부모가 책 읽기의 모범을 보이는 것뿐이다. 부모가 손에 책을 들고 읽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일찍이 독서의 습관을 가지되 되며, 부지런히 책을 많이 읽어서 ‘지혜의 곳간’을 스스로 채우고, 결국에는 뜻을 이루고 성공하게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상식이 아니던가.

요즘 거듭되는 연휴에 무등 아래 눈이 내리고 밤도 길어서 책 읽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무슨 일이건 한 주간만 거듭하면 습관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이 아름다운 때에, 우리 모두 다 같이 좋은 독서습관을 한 번 길러서 ‘책 읽는 광주’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양성우 시인,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