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마(魔)가 씐 2009년이 저물고 있다. 정부여당이 추진한 일은 거의 예외 없이 국민의 저항에 부딪혔다. 야당과 재야가 꿈꾸어 왔던 인간답게 살만한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다. 상식 있는 사람은 그 원인이 무리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자와 국민과의 소통부족에 있다고 말한다. 분석적인 사람은 우리 사회의 난맥상을 권력체계와 경제체계의 강력한 결합에서 나타난 괴물체계에서 찾는다. 도덕적인 사람은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관이 경제적 탐욕과 부귀로 환원된 나머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이 왔다고 얘기한다.

모두 맞는 얘기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으로 우리 사회에서 지금 당장 바뀔 것은 하나도 없다. 분노만 마음속 깊숙이 쌓이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 사회에서 어떤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관찰해 기록하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탄생에서 시작해 전직 대통령의 자살을 거쳐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박해하는 형태가 일관된 규칙성이 있다는 사실이 관찰된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서로 천적이 되어 한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할 체계들이 환상적인 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 규칙성이다. 구체적으로 권력, 검찰 그리고 언론이 삼위일체를 이루어 협업하고 있다. 현 대통령에게 후보 시절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 검찰이다. 그때 언론매체의 중요한 과제인 권력과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을 권력형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조사할 때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검찰은 전 과정을 언론매체에 노출시켜 수치심 때문에 자살하도록 유도했다. 대통령이 KBS사장을 해임할 때 검찰과 언론매체는 일사불란하게 협조했다. 그 사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권력자와 하나가 된 검찰과 언론의 횡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행적은 정권에 비판적인 재야의 모 변호사의 개혁적인 사회활동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데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현재 검찰과 언론매체는 전 국무총리를 체포 수사·보도하는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게 사용했던 방법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과거 독재자들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정적을 제거했던 사례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교묘한 메커니즘이 되풀이되는 일은 역사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 한국인은 권력, 검찰 그리고 언론이라는 마(魔)의 삼각지대에서 분노와 추위에 떨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권력과 검찰 그리고 언론매체가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권력은 인적·물적 자원을 한 사회의 목적에 맞게 배분하는 결정행위를 위해 존재한다. 위정자들의 결정행위의 대가로 국민은 표와 급여를 준다. 검찰은 권력의 편에 서는 대신 권력의 부정부패를 막고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일해야 한다. 언론매체는 권력의 부정부패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회체계를 감시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파수꾼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국격(國格)이나 국가 브랜드 가치는 국가원수들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를 유치한다고 해서 높아지지 않는다. 정권유지를 위한 잔인한 정치싸움, 권력에 순치된 사법체계, 권력과 밀월관계에 있는 언론매체 등은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가장 큰 요인들이다. 무엇보다도 정적들의 스캔들 찾기에 몰두하는 정권, 검찰 그리고 언론매체가 활개를 치는 사회에서 희망 찾기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김성재 조선대 신문방송학과교수·사회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