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권력유지 욕망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법과 4대강 사업의 강행, 그리고 세종시 원안 백지화는 현 정권의 권력탈환에 공헌한 자들을 위한 큰 선물이다.

먼저 정권창출을 도왔던 소위 ‘조중동’이라는 언론권력에 지상파 방송을 선물하겠다는 보답행위는 미디어법 강행처리로 나타났다. 그리고 건설업자들과의 굳건한 유대관계로 청계천 사업을 성공시켜 정권탈환의 계기를 마련한 과시행정은 또다시 한국의 4대 하천을 수술하는 토목공사로 실현되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여당은 수도권 부동산의 거품붕괴를 막아주겠다는 슬로건에 설득당해 권력을 선물한 이 지역 유권자들을 위해 세종시 원안 백지화를 들고 나왔다.

이제 문제는 정부여당이 보답의 차원을 떠나 권력유지, 곧 장기집권을 위한 시나리오를 이들과 함께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좀 더 쉬운 말로 표현하면, 강한 기득권 세력에 영합하는 길만이 다시 정권을 빼앗기지 않는 길이라는 뜻이다.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한 현 정부여당은 국민을 선전·선동할 수 있는 방송 미디어가 필요하다. 또한 현 집권세력은 아직도 우리나라 산업에서 가장 큰 돈을 유통시키고 정치적 업적을 겉으로 보여주는 건설업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 돈이 국민의 혈세이건 민간 자금이건 국민의 눈에 띄는 치적만 올리면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체 유권자의 약 50%에 이르는 수도권 주민들의 입에 맞는 정책을 펼치는 것만이 다음 선거에서 표심을 얻는 최고의 방책이다.

정권을 재창출하는데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3대 집단으로서 언론 재벌, 건설업자 그리고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부여당이 특별히 대우해야 하는 기득권 집단이다. 그렇다면 이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은 한국에서 2등 국민이 되는 셈이다. 예컨대 현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충청과 호남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권력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홀대해도 괜찮다. 그들이 권력에 저항하면 촛불시위 때처럼 소나기 피하듯 잠시 움츠리면 그만이다. 최악의 경우 그럴듯하게 화장한 얼굴마담 격 총리를 내세워 출신 지역민을 가식적으로 설득하기도 한다. 우리는 일국의 대통령, 총리 그리고 국회의원이 권력유지에 도움이 되는 집단만을 위해 정치를 하는 암울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지난 정권에서 행정부와 입법부가 권력과 국가의 운명을 걸고 강력하게 추진했던 사업이다. 그것이 과거 정부의 정책이기에 차기 정부가 휴지처럼 버린다면 그 다음 정부에서 어떤 정책변화가 일어날지 불 보듯이 뻔하다. 국가를 통치한다는 것은 권력의 욕망을 뛰어넘는 수준 높은 정치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 철학의 핵심은 전 국민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는 것이다. 선거 때면 책임 없는 공약을 남발하다 권력을 잡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은 절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한 정책공약이 이 빚어낼 수 있는 효율성과 비효율성은 그 다음 문제다. 한 정치인이 비효율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가 차후에 수정한다면 그는 정치무대를 떠나야 할 무능력한 사기꾼이다.

국민의 정치적 신뢰는 효과적인 미디어를 통한 선전·선동, 거대한 토목사업을 통한 치적 쌓기 그리고 특정 지역 유권자들의 욕망 채워주기로 얻어지는 재화와 용역이 아니다. 우리는 비록 천민자본주의의 동물적 욕망과 수많은 정치인들의 기만을 매일 체험하고 있지만, 누구나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적 가치는 항상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자유, 평등, 평화로운 공동체적 삶, 기쁨과 감동, 믿음 등일 것이다.

현 정부여당은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기본 가치를 무시하고 기만적인 술책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반복할 때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패배한다는 진리를 되새기기 바란다.

/김성재 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