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라는 축구선수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이제 그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팬의 사랑을 받는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무명시절의 설움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00년,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한국의 프로축구단체인 K-리그를 외면하고 당시 일본의 J-리그 중위권이던 교토 퍼플 상가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혈혈단신 일본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2년 후인 2002년 박지성은 결국 세계적 명장인 히딩크 한일월드컵감독의 눈에 띄어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축구라는 스포츠 종목에서 세계최고수준의 안목을 가진 히딩크라는 푸른 눈의 스승의 ‘눈’과 ‘믿음’에 보답하고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그는 동료들과 함께 월드컵 4강 신화의 역사를 썼고 스승의 팀인 아인트 호벤을 거쳐 오늘날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이런 박지성선수를 두고 최근 CNN이 보도한 내용이 필자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박지성이 무명시절 자국리그인 K-리그에서 외면당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그의 진가를 알아본 세계인들에 의해 오늘날 최고의 스타선수로 성장하게 되었다는 비아냥 어린 보도가 그것이었다. 대한축구협회라는 단체와 K-리그라는 한국프로축구의 지도자들의 수준이 그의 잠재력과 능력을 식별할 ‘눈’과 판단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보도였다.

그리고 얼마 전 박지성 선수 자신도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최근의 대표팀운영과 선수발탁을 둘러싼 축구협회와 K-리그간의 불협화음과 짧은 안목을 개탄하고 나선 바 있다. 아마도 CNN이 이러한 한국의 일련의 이전투구식의 스포츠 정치의 헤게모니 권력다툼과 후진적 기 싸움의 작태를 한국대표팀운영의 현주소로 오버랩시켜 보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현재 2010년 동계올림픽이 열릴 캐나다 밴쿠버에서 올림픽 기념행사로 추진되는 밴쿠버 비엔날레의 커미셔너 회의에 참석중이다. 내년 2월 개막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우리의 피겨스케이팅의 국민요정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표로 출전을 하게 되는 행사여서 온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될 이곳 밴쿠버 올림픽에 맞추어 밴쿠버 시가지와 공공버스, 아름다운 해변에서 펼쳐질 비엔날레 행사에 필자의 능력이 다하는 대로 광주작가를 세계무대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히딩크와 같은 명장도 못되고 박지성 선수를 운운할 자격을 갖춘 유명인사도 아니다. 그저 한국출신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 예술가의 위상을 높이고 그들을 서구작가와 동등한 신분과 위치에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버겁게 삶을 연소시키고 있는 작은 기획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세계무대라는 냉혹한 정글 속의 이 힘겹고 버거운 도전의 여정에 늘 광주작가들을 중심에 배치시키고자 노력할 뿐이다.

밴쿠버시에서 시민들의 올림픽 행사준비 상황을 목도하며 2015년 개최될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준비를 떠올려 본다. 광주는 밴쿠버시와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광과 예술적 전통을 갖춘 도시다. 광주시민 아닌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성공을 기원한다. 또한, 밴쿠버 시민들이 올림픽행사를 기념하는 예술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듯이 광주시민들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맞추어 국제스포츠이벤트의 위상에 걸맞은 예술행사를 준비하여 행사의 격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광주시와 시민들이 스포츠 선수의 발굴과 육성 못지 않게 예술가지원 육성에도 예산을 할애하여, 무명시절의 박지성과 같은 광주기획자나 광주예술가의 능력과 잠재력을 식별할 수 있는 세계수준의 시각을 배양할 수 있는 사회적, 예술적 구조를 중장기적 마스터 플랜에 의해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히딩크 호텔이 아닌 ‘히딩크의 눈’ 말이다.

〈이원일 스위스 BSI재단 상임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