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광주의 모습은 온통 고층 아파트 천지다. 최근 20년 새 광주의 외곽지역에 대한 택지개발이 계속되면서 고층 아파트들이 성벽처럼 도심을 둘러싸게 됐다.

또 구도심인 동구 계림동 등 일부 단독주택지역에서도 재개발이 속속 추진되면서 도심 속에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거나 앞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그야말로 ‘아파트 도시’라는 느낌이다.

문제는 이 아파트가 경관이나 도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오랜 역사문화자원이나 ‘동네’라는 고유의 커뮤니티를 파괴시켜 도시를 삭막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이해와 배려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주장하며 분쟁이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아파트 남발에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도심 주민들은 고층아파트 일변도의 재개발을 원하고 있으며, 건설업체나 대한주택공사 등 공기업도 사업 차원에서 아파트 공급을 계속할 것이다. 동시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미분양은 증가하고, 도시 속 고층 아파트로 인한 범죄나 일조권 피해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실 고층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도권에나 들어맞는 정책이다. 수요는 넘쳐나지만 주택이 부족한 경우 밀도를 높여 개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그러나 전국 모든 도시에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심을 재개발하는 데 공공재원이 아닌 민간자본이 동원되고, 그 민간자본은 수익성을 증폭시키기 위해 법에서 정한 한도까지 건물을 높이며, 원래 거주했던 주민들은 땅만 팔고 사라지고 외지인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식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아파트 범람 시대에는 각 지역의 사정에 맞춰 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지역주택정책 수립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 지역에 필요한 만큼 주택이 공급되고, 지역의 이미지에 타당한 특징 있는 주택 디자인을 창안해 엇비슷한 모습의 도시가 아닌 각 도시마다 다양한 주택들이 들어서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구도심의 단독주택에 대해서도 기존의 소방도로를 내는 수준의 주거환경정비사업에서 탈피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을 통해 현재의 ‘동네’가 유지되면서 주거환경도 향상시키는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

최근 광주시는 광주를 창조적인 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책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도시계획이나 건축 등의 분야에 있어서도 이러한 창조적인 시도를 통해 광주만의 멋을 가진 주택이나 건축물이 도시 곳곳에 들어서기를 기대한다.

/윤현석 사회1부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