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방송장악 시나리오
2009년 09월 07일(월) 00:00 가가
현 정부 출범 후 한국 방송계는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다.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이 선임되자 YTN노조는 강력히 반발하여 제작거부는 물론, 공정방송 사수 및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구 사장 측은 집단해고로 받아쳤다. 8월에는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정연주 KBS 사장을 이사회가 부실경영, 인사권 남용 등을 이유로 수백 명의 사복 경찰의 호위 속에 강제 해임시켰다.
올 들어 6월 서울중앙지검은 PD수첩 조능희 CP(책임프로듀서), 송일준·김보슬·이춘근 PD, 김은희 작가 등 5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7월에는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 속에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 신문이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미디어 법을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런 조치 배경에는 정부ㆍ여당이 방송을 길들이고 자기 입맛대로 개편하여 궁극적으로는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YTN 사태나 정연주 사장 해임, PD수첩 기소 등은 길들이기에 속하고, 미디어 법 일방 처리와 방송문화진흥회 및 KBS 이사진을 친정부 인사로 바꾼 것은 개편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9월부터는 방송장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여부를 가릴 분수령이 내년 지방선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방송판 정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2차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초 구본홍 사장이 전격 사임했다. 그 후 전면에 등장한 배석규 사장직무대행이 YTN 내부에 폭탄을 던졌다. 보도국장 추천제에 의해 선출되어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보도국장의 전격 교체와 ‘돌발영상’ 임장혁 PD에 대한 전격적인 대기발령 조치가 그것이다. 전임 사장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고 YTN 장악에 나선 것이다.
KBS 이사진이 전원 새 얼굴로 교체된 다음날인 8월2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방송개편의 방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우선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선 처음 출범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거기에는 세제지원이나 채널지정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선·중앙·동아일보·매일경제 등이 종합편성채널 진입을 준비 중이다.
보다 중요하게는 지상파 방송과 관련해서 KBS와 EBS를 공영방송 그룹으로 만들어 일반 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민영방송은 각각의 색깔대로 방송을 하고 KBS를 틀면 색깔 없는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여권이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공영방송법 제정의 속내가 드러난다. 현재 한나라당이 준비 중인 공영방송법 제정안은 우선 KBS 1TV·2TV, EBS를 공영방송으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은 광고수입이 전체의 20%를 넘지 못하게 하되 재원의 80%는 수신료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은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법이 제정되면 재원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는 MBC는 사실상 민영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최 위원장이 엄기영 MBC 사장의 거취에 대해 “최근 엄기영 사장의 진퇴문제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뒤 “이를 포함해서 MBC가 국민의 전파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책임을 지고 소신 있게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하나의 관영 방송과 다수 민영 방송의 여론 독과점체제를 만들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결국 대안은 방송장악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사회세력들의 연대만이 유일하다. 정부·여당의 방송장악이 55년에 걸친 일본 자민당의 일당 독주체제를 본 따려는 시도라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당의 명운을 걸고 저지투쟁에 앞장서야 한다.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불임정당은 정당으로서 존립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 일선에서 직접적 피해가 필연적인 방송노조의 보도투쟁 역시 한 단계 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미디어 법 무효화 투쟁과정에서 언론노조는 총파업을 접고 보도투쟁을 선언했지만 국민들에게 방송장악 우려를 각인시켰는지는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언론 관계 시민단체들 역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방송장악 저지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도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이후 국정기조로 내세워온 친 서민, 통합과 중도실용이라는 깃발에 방송자유가 가려지지 않았는지 면밀하게 점검할 때다.
/최병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이 선임되자 YTN노조는 강력히 반발하여 제작거부는 물론, 공정방송 사수 및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구 사장 측은 집단해고로 받아쳤다. 8월에는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정연주 KBS 사장을 이사회가 부실경영, 인사권 남용 등을 이유로 수백 명의 사복 경찰의 호위 속에 강제 해임시켰다.
이런 조치 배경에는 정부ㆍ여당이 방송을 길들이고 자기 입맛대로 개편하여 궁극적으로는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YTN 사태나 정연주 사장 해임, PD수첩 기소 등은 길들이기에 속하고, 미디어 법 일방 처리와 방송문화진흥회 및 KBS 이사진을 친정부 인사로 바꾼 것은 개편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지난달 초 구본홍 사장이 전격 사임했다. 그 후 전면에 등장한 배석규 사장직무대행이 YTN 내부에 폭탄을 던졌다. 보도국장 추천제에 의해 선출되어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보도국장의 전격 교체와 ‘돌발영상’ 임장혁 PD에 대한 전격적인 대기발령 조치가 그것이다. 전임 사장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고 YTN 장악에 나선 것이다.
보다 중요하게는 지상파 방송과 관련해서 KBS와 EBS를 공영방송 그룹으로 만들어 일반 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민영방송은 각각의 색깔대로 방송을 하고 KBS를 틀면 색깔 없는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여권이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공영방송법 제정의 속내가 드러난다. 현재 한나라당이 준비 중인 공영방송법 제정안은 우선 KBS 1TV·2TV, EBS를 공영방송으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은 광고수입이 전체의 20%를 넘지 못하게 하되 재원의 80%는 수신료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은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법이 제정되면 재원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는 MBC는 사실상 민영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최 위원장이 엄기영 MBC 사장의 거취에 대해 “최근 엄기영 사장의 진퇴문제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뒤 “이를 포함해서 MBC가 국민의 전파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책임을 지고 소신 있게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하나의 관영 방송과 다수 민영 방송의 여론 독과점체제를 만들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결국 대안은 방송장악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사회세력들의 연대만이 유일하다. 정부·여당의 방송장악이 55년에 걸친 일본 자민당의 일당 독주체제를 본 따려는 시도라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당의 명운을 걸고 저지투쟁에 앞장서야 한다.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불임정당은 정당으로서 존립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 일선에서 직접적 피해가 필연적인 방송노조의 보도투쟁 역시 한 단계 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미디어 법 무효화 투쟁과정에서 언론노조는 총파업을 접고 보도투쟁을 선언했지만 국민들에게 방송장악 우려를 각인시켰는지는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언론 관계 시민단체들 역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방송장악 저지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도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이후 국정기조로 내세워온 친 서민, 통합과 중도실용이라는 깃발에 방송자유가 가려지지 않았는지 면밀하게 점검할 때다.
/최병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