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와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중국 관련 보도가 부쩍 늘었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에 특히 눈에 띠는 소식은 두가지다. 그 하나는 중국의 ‘마지막 인민공사’가 퇴출 위기에 놓였다는 보도이고, 다른 하나는 2015년에 중국 제조업의 실질부가가치가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보도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얼핏 보면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1949년 이후 중국 현대사의 두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후 일시 온건한 개혁을 추진하다가, 1958년부터 모든 생산수단의 사유가 부정되고 공동생산과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하는 인민공사가 설치됐다. 인민공사는 대약진운동과 함께 공산혁명을 명실상부하게 완성하고자 추진된 혁명 전략이자 목표였다. 이 같은 공유제는 일찍이 토마스 모아가 염려했던 것처럼 동기유발의 측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내 철저하게 실패했다. 그 결과 실패에 대한 책임이 모택동에게 돌아갔으나 그는 진실로 과오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비판자들에게 실패의 책임을 돌리고 그들을 혁명 반대 세력으로 지목하여 숙청하기 위해 젊은 청소년들을 선동하여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다. 그렇지만 혁명은 엄청난 파괴 작용을 동반했다. 전통문화가 파괴되고 해체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기간 시설과 생산기반이 철저히 파괴되고 농업생산도 격감했다. 굶주려 죽은 사람 또한 속출했다.

1978년 문화대혁명의 종식이 선언되었을 때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십년 동안 무법천지의 죽의 장막 안에서 죽음의 투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자신들은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나 잠비아와 같은 빈국으로 전락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중국의 위정자들은 서둘러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선언하고, 1982년에는 인민공사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시장경제와 인민공사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회주의시장경제는 경제발전의 시동을 걸어 30년 만에 경이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2030년에 일본을 따라잡고 2050년에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말이 신기루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이미 미국과 함께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두 대국(G2)이 되었고, 2015년에는 제조업의 가치생산이 미국을 능가하리라 하니 중국의 발전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을 불허한다.

그런데 이 같이 경이적인 발전의 소식에 들떠 있는 가운데, 시대착오적인 역사의 유물과도 같았던 ‘마지막 인민공사’가 퇴출되리라는 소식이 중국 사람들에게 다시 성찰의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허베이(河北)성에 있는 작은 마을은,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지금까지 30여 년간 집단노동과 공동분배 체제로 운영되는 인민공사를 고수해 왔다고 한다. 이 마을을 30여 년간 이끌어온 가오넝촨(高能權·91) 당서기는 농지와의 거리, 작업의 난이도, 일의 깨끗함과 더러움 등을 면밀히 나눠 작업을 배분하고, 간부들이 솔선수범하여 노동에 참여토록 독려했다. 간부들이 앞장서고 합리적인 노동 및 생산물 분배제가 시행되면서 주민들이 의욕적으로 노동에 참여하여, 이 마을은 다른 마을들과는 차별화될 만큼 경제적 부를 일궈냈다. 그러던 이 마을도 최근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쇠퇴를 거듭하고 있어 인민공사 자체가 해체될 위기를 맞고 있다.

처음 인민공사가 설치될 때 중국은 빈부격차, 부패, 나태와 태만, 무능과 완고함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인민공사는 이 같은 사회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획기적인 사회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혁명의 수단으로 추진되었으나 오히려 중국을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시킨 원흉이 되어 폐기 처분되었다. 그런데 고집스럽게 남아 있던 마지막 인민공사가 해체될 위기에 처한 시점에, 한편으로는 제조업의 가치생산이 미국을 능가하리라는 낭보가 전해지는 가운데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인민공사를 통해 척결하려고 했던 문제들, 예를 들면 부정부패, 빈부격차, 공산당의 일당독재, 축첩과 같은 국가사회적인 문제들이 다시 거대한 괴물처럼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중국 사람들의 가슴에 큰 물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택민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