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와 명예훼손
2009년 06월 29일(월) 00:00 가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지난 18일 ‘PD수첩’ 조능희 CP(책임프로듀서), 송일준·김보슬·이춘근 PD, 김은희 작가 등 5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방영된 MBC ‘PD수첩-미국산 쇠고기편’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이다.
검찰 발표 이튿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PD수첩을 음주운전에 비유하면서 “외국에서 그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경영진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한나라당 초선 의원 40명은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와 보도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자체 정화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MBC의 제작책임자와 최고경영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MBC 엄기영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문제는 검찰이 기소했다고 해서 PD수첩 ‘미국산 쇠고기편’의 유죄가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검찰의 기소는 소정의 재판을 거쳐서 혐의사실에 대한 유무죄 여부가 결정된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검찰의 기소를 마치 사실인양 단정 지어 MBC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서거로 인한 조문정국을 정면 돌파하고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 강행처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다, 오는 8월로 예정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를 앞둔 포석이라는 풀이가 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의 임기는 3년이고 모두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며 이들이 MBC 사장을 임명할 권한을 갖는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널리 알려져 있다. YTN, KBS에 이어 MBC까지 장악하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언론자유의 중요성은 정부권력에 대한 감시·비판자로서의 기능에 있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자유의 본질적 측면을 훼손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미국의 경우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미연방 대법원은 이 사건에 명예훼손 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자유로운 토론에는 오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반드시 진실만을 요구한다면 언론에게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것이며 오류는 토론을 위한 숨 쉴 공간이라는 것이다. 연방 대법원은 허위의 주장으로 공직자에 대한 평판을 저하시켰다 하더라도 그 주장이 허위임을 알고 있었거나 허위일 가능성을 무모하게 무시한 경우에만 명예훼손이 성립함을 밝혔다. 영국의 경우에는 1993년 의회에서 “모든 공직자는 언론의 비판을 받더라도 그것이 공적 관심사일 경우 명예훼손으로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고 선포했다. 영국 법원도 판결을 통해 “비록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보도라면 국민에게 알릴 권리가 있다”며 언론자유를 우선시했다.
우리나라 형법 명예훼손 관련 조항을 보면 언론의 보도가 진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계되었을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적시되어 있다. 특히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관련해서 대법원은 2000년 이후 언론보도가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을 우선하지만 공공적, 사회적 의미가 있는 보도의 경우는 언론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판례들을 내놓았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표현의 자유를 공익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보호를 좀 더 넓혀야 하며, 동시에 정부의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이나 남용이 언론자유에 대한 일정의 제약이 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둘러싼 법적 시비는 검찰이 수사를 끝내고 기소한 만큼 법원이 가릴 것이다. 그러나 피디수첩 수사 결과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수사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해서 처음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담당 부장검사가 사표를 냈고, 형사6부로 수사팀을 바꿔가면서 수사했다.
또한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제작 과정의 일부 실수를 의도적인 왜곡으로 몰고 가기 위해 작가의 이메일을 짜깁기해 공개했다. 이런 움직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함은 물론 현 정부의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의 일환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
문제는 검찰이 기소했다고 해서 PD수첩 ‘미국산 쇠고기편’의 유죄가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검찰의 기소는 소정의 재판을 거쳐서 혐의사실에 대한 유무죄 여부가 결정된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검찰의 기소를 마치 사실인양 단정 지어 MBC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서거로 인한 조문정국을 정면 돌파하고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 강행처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다, 오는 8월로 예정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를 앞둔 포석이라는 풀이가 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의 임기는 3년이고 모두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며 이들이 MBC 사장을 임명할 권한을 갖는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널리 알려져 있다. YTN, KBS에 이어 MBC까지 장악하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둘러싼 법적 시비는 검찰이 수사를 끝내고 기소한 만큼 법원이 가릴 것이다. 그러나 피디수첩 수사 결과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수사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해서 처음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담당 부장검사가 사표를 냈고, 형사6부로 수사팀을 바꿔가면서 수사했다.
또한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제작 과정의 일부 실수를 의도적인 왜곡으로 몰고 가기 위해 작가의 이메일을 짜깁기해 공개했다. 이런 움직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함은 물론 현 정부의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의 일환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