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지난 일이지만 4성장군으로 국방부 장관을 지낸 어떤 분이 지금은 서거한 전직 대통령에 대하여 “○○○ 대통령은 삼족(三族)을 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는 보도를 읽었다. 이를 보고 나는, 나라의 고위직을 지낸 분이 어떻게 그리도 무서운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을까 하고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 앞으로 양식 있는 분은 이런 언사를 다시 입에 담지 않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 법의 일단을 소개한다.

동양의 전통법에는 ‘삼족을 주멸한다’는 법이 있었다. 이 법의 뜻은 ‘정범의 삼족 내의 친속은 설혹 죄의 정상을 알지 못했더라도 죄주어 멸한다’는 것으로, 가장 극악한 죄를 범한 경우 본인을 극형에 처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없고, 반드시 그 친속까지 연좌하여 처벌해야 죄 갚음을 다할 수 있다는 발상에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삼족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강의하다가 가끔 학생들에게 삼족의 범위를 물어보면 대개 본족, 외족, 처족이라고 대답하는데, 반드시 틀리는 답은 아니지만 통설은 아니다.

삼족의 범위는 학자들에 따라 설이 다른데, 범인의 본족 내로 한정하며, 부·자·손 3대를 가리킨다는 설이 주류 유학자들의 통설이다. 이와는 달리 삼족은 부족(父族)·모족·처족으로 본족 외의 친속을 포함한다는 설도 있지만, 이는 소수설로서 실제로 시행된 예는 드물다.

삼족 주멸의 법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부터 시행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역대 왕조는 조문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법을 계속 시행하였고, 조선왕조에서도 시행하였다. 조선왕조는 명나라의 형법전인 ‘대명률’을 이어 받아 썼는데, 이 법전에서 모반죄는 삼족을 주멸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다음은 그 조문의 일부이다.

’무릇 모반(謀反)하거나 대역(大逆)을 범한 자는 단지 공모했더라도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능지처사(陵遲處死)한다. 조부·부·자·손·형제 및 동거인(성이 다른 자도 포함)·백숙부모·질로 16세 이상은 모두 참수한다. 15세 이하의 아들, 모·녀·처·첩과 그 아들의 처·첩은 공신에게 노비로 주고, 재산은 관에 몰수한다.’

이 조문에서 모반이라 함은 군주를 위해하려고 모의한 범죄를 말하고, 대역이란 종묘·왕릉·궁궐을 훼손한 범죄를 가리킨다. 지존인 황제를 위해하려고 꾀하거나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구조물을 손상하는 행위는 극악한 범죄이기 때문에 정범은 능지처사하고, 일족은 죄와 무관하더라도 16세 이상은 참수하고, 15세 이하 및 여성은 노비로 삼아 공신들에게 준다는 것이다.

‘능지처사’는 신체를 천천히 이지러뜨린 뒤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뜻이다. 대개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차례로 베어낸 뒤 목을 친다. 칼질은 3일 동안 시행하며, 죄가 무거울수록 8도, 16도, 24도의 방식으로 칼질의 회수가 많아진다. 명나라 말기 극악한 환관 위충현은 3천600 회의 칼질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능지처사는 중국에서 시행되었고, 조선에서는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 같이 참혹한 ‘삼족 주멸’의 법은 전제군주제 시대의 분노와 복수의 성격을 띠는 형벌이며, 생명과 신체를 경시하던 전근대시대의 악법 가운데서도 가장 악독한 형법이다.

보도를 보면, ○○○ 전 국방장관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사학법 폐지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행한 기념사에서 “사학법 개정은 지난 좌파 정권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 대통령은 삼족을 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 전 국방장관은 과거 노태우 정권시절에 ○○건설과 ○○정공 등으로부터 군납과 관련해 억대의 금품을 받는 등 율곡사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이런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자성은커녕 사학의 경영권을 악덕 재단에게 다시 돌려주자고 외치면서, 민족의 통일을 위해 헌신하고 사람 사는 세상 만들기 위해 진력하던 전직 대통령을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니, 그 파렴치함과 무지함이 차라리 불쌍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