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법’ 충분한 논의 거쳐야
2009년 05월 31일(일) 23:59 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는 미디어 관련법 등 6월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정국의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표결처리 방침을 천명했고,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죽기로 막겠다며 배수진까지 쳤다. 만일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민심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디어 관련법이란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미디어 관련 개정 법률안을 말하는 것으로 한나라당이 발의한 것이다.
이들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는 지난 해 말과 올 해 2월 임시국회에서 난투극과 점거농성으로 점철된 두 차례에 걸친 입법전쟁을 치렀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자 3월 6일 여야합의로 미디어 관련 법안을 논의할 사회적 논의기구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를 구성했다. 미디어위는 3월 6일부터 6월 15일까지 100일간 활동하기로 했으며, 활동종료 후 미디어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표결처리한다는 것이 합의의 골자이다. 그러나 미디어위는 자문기구라는 태생적 한계와 회의 공개여부, 공청회개최, 여론조사 실시 등을 둘러싸고 초반부터 난항과 파행을 거듭해왔다.
개정 법률안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 방송법, 그리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법) 등이다. 신문법 개정안의 핵심은 신문·방송·뉴스통신 간의 겸영(교차 소유)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방송법 개정안 역시 겸영허용과 관련된 것으로 대기업과 외국자본, 신문사와 통신사 등에 대한 방송사 소유규제의 파격적인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보통신법 개정안은 인터넷상의 불법정보의 유통으로 인한 폐해를 줄인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명예훼손 및 모욕 등으로 인한 분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기존 형법상 모욕죄로는 대처가 어렵거나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상의 모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형법상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는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 줄기를 이루고 있다.
한나라당의 법률 개정논리는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확보 및 활성화와 글로벌 미디어 경쟁력 강화, 일자리창출 등 경제적 효율성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은 경제적 효율성과 동시에 국민의 기본 권리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것이 미디어 산업이 이윤논리로만 운영될 수 없는 이유이다. 미디어 산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효율성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다양성을 구현해야 한다. 다양성이란 생산되는 미디어 서비스의 정보내용이 다양해야 함은 물론 소유의 다양성도 포함된다. 그런데 겸영은 소유의 다양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지난 2006년 6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신문법에 대한 위헌소송 판결에서 신문·방송·뉴스통신 간의 겸영을 금지한 신문법 15조 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일간신문과 지상파방송 간의 겸영금지가 언론의 다양성 보장과 실질적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명백할 정도로 정보매체 환경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신문법 15조 2항은 신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3년간 매체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나라당 방송법 홍보자료를 보면 이번 규제완화를 통해 약 1조5천600억 원 규모로 전체 방송사업자 매출액이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경제 위기와 더불어 국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광고시장의 성장률은 그 하락이 폭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히려 방송시장규모의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효과를 살펴보면, 최소 1만2천523명이 증가하고 최대 2만1천465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지난 2008년 조사를 보면 900 곳이 넘는 언론관련 기업 전체에 종사하고 있는 언론인 수가 고작 5만 명 남짓인데 어떻게 대기업의 참여와 신문사의 겸영허용으로 2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디어 관련 법안은 미디어 소유구조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한국 언론지형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도 있다. 따라서 6월 임시국회 처리를 전제로 한, 시간 때우기 식의 형식적인 논의가 아니라 한나라당 안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30년간 유지되어 온 방송정책의 전환은 급진적이기보다는 몇 년간의 조사와 연구 활동을 거친 점진적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병진〈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들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는 지난 해 말과 올 해 2월 임시국회에서 난투극과 점거농성으로 점철된 두 차례에 걸친 입법전쟁을 치렀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자 3월 6일 여야합의로 미디어 관련 법안을 논의할 사회적 논의기구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를 구성했다. 미디어위는 3월 6일부터 6월 15일까지 100일간 활동하기로 했으며, 활동종료 후 미디어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표결처리한다는 것이 합의의 골자이다. 그러나 미디어위는 자문기구라는 태생적 한계와 회의 공개여부, 공청회개최, 여론조사 실시 등을 둘러싸고 초반부터 난항과 파행을 거듭해왔다.
개정 법률안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 방송법, 그리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법) 등이다. 신문법 개정안의 핵심은 신문·방송·뉴스통신 간의 겸영(교차 소유)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방송법 개정안 역시 겸영허용과 관련된 것으로 대기업과 외국자본, 신문사와 통신사 등에 대한 방송사 소유규제의 파격적인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보통신법 개정안은 인터넷상의 불법정보의 유통으로 인한 폐해를 줄인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명예훼손 및 모욕 등으로 인한 분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기존 형법상 모욕죄로는 대처가 어렵거나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상의 모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형법상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는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 줄기를 이루고 있다.
한나라당의 법률 개정논리는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확보 및 활성화와 글로벌 미디어 경쟁력 강화, 일자리창출 등 경제적 효율성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은 경제적 효율성과 동시에 국민의 기본 권리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것이 미디어 산업이 이윤논리로만 운영될 수 없는 이유이다. 미디어 산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효율성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다양성을 구현해야 한다. 다양성이란 생산되는 미디어 서비스의 정보내용이 다양해야 함은 물론 소유의 다양성도 포함된다. 그런데 겸영은 소유의 다양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지난 2006년 6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신문법에 대한 위헌소송 판결에서 신문·방송·뉴스통신 간의 겸영을 금지한 신문법 15조 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일간신문과 지상파방송 간의 겸영금지가 언론의 다양성 보장과 실질적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명백할 정도로 정보매체 환경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신문법 15조 2항은 신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3년간 매체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나라당 방송법 홍보자료를 보면 이번 규제완화를 통해 약 1조5천600억 원 규모로 전체 방송사업자 매출액이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경제 위기와 더불어 국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광고시장의 성장률은 그 하락이 폭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히려 방송시장규모의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효과를 살펴보면, 최소 1만2천523명이 증가하고 최대 2만1천465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지난 2008년 조사를 보면 900 곳이 넘는 언론관련 기업 전체에 종사하고 있는 언론인 수가 고작 5만 명 남짓인데 어떻게 대기업의 참여와 신문사의 겸영허용으로 2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디어 관련 법안은 미디어 소유구조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한국 언론지형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도 있다. 따라서 6월 임시국회 처리를 전제로 한, 시간 때우기 식의 형식적인 논의가 아니라 한나라당 안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30년간 유지되어 온 방송정책의 전환은 급진적이기보다는 몇 년간의 조사와 연구 활동을 거친 점진적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병진〈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